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 노조 천막농성


윤성효 기자



계획도시 창원시의 한 복판에 있는 롯데백화점. 지난 17일부터 일용직 노동자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탄압 배후조종 롯데백화점 박살내자"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대자보를 붙여 놓고 있다.

백화점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경남일반노조(이하 '일반노조', 위원장 전창현) 소속이다. 이들은 "올해 초 출범 당시 21명이던 노조원이 탈퇴를 강요받아 7명만 남았고, 단체교섭도 응하지 않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지회'(지회장 동상원)는 백화점 시설관리를 맡은 (주)거림이엔지 소속이다.

일반노조는 지금까지 16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응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노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중 상당부분을 중간착취 당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은 폐쇄회로-TV를 설치해 비정규직을 감시하고, 지문감식기를 설치해 비정규직만 지문을 찍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반노조는 최근 창원지방노동사무소에 "임금 중간 착취"와 관련해 고발해 놓은 상태며, 인권 침해 요소도 있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방침까지 세워놓고 있다.

[노조측 요구] "2100명 중 1800명 비정규직, 노조 탈퇴 등 강요"


지회는 17일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가면서, 롯데와 용역업체를 향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화할 것"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것", "노조 활동을 보장할 것", "임금 중간 착취에 대해 해명할 것",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 등을 요구했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210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이중 1800여명이 비정규직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일반노조'는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 짜리 계약직이며, 최근 들어서는 6개월 짜리, 심지어는 3개월 짜리도 속출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형편없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

백화점에 설치된 지문인식기와 폐쇄회로-TV도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문인식기는 비정규직 사원만 해당되고, 폐쇄회로-TV도 감시 목적으로 비정규직들이 일하는 방향으로 설치해놓았다가 최근 문제를 제기하자 바깥으로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폭력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월 2일 지회장 동상원씨가 용역업체 간부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조합원 강제 탈퇴 흔적까지 보인다.

'일반노조' 이창섭 부위원장은 "현장 소장의 책상에서 노조탈퇴서가 발견되었다"면서, "이는 (주)거림이엔지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속에 조합원의 임금이 중간에 착취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제아무개씨의 경우, 용역업체와 롯데백화점 간에 계약을 맺은 용역비 내역에는 월 194만원으로 되어 있는데, 지난 3월 수령액은 110만원 선이다. 계약에 따르면 "퇴직금 별도 지급시 용역대금 76%를 지급한다"는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147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37만원이나 적게 받았다는 것. 그래서 일반노조는 중간에 누가 착복한 의혹이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롯데백화점에도 단체교섭 등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1차적으로는 용역업체가 책임이 있지만, 롯데백화점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기에 함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 말했다.

[용역업체 입장] "단체교섭 응해,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어"

19일 (주)거림이엔지 김정환 대표이사는 "단체교섭에 응하고 있다"면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일반노조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이사는 "그 쪽(일반노조)이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어 조금 주춤거리고 있는 차원"이라 설명.

그러면서 롯데백화점 앞에서 천막농성과 관련해 회사측은 "천막을 철거하면 대화를 다시 하겠다"면서, "철거가 우선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노조탈퇴서와 관련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지 탈퇴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제아무개씨의 임금과 관련해 김 대표이사는 "처음 노조가 설립될 때 몇몇 사람들은 돈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시작한 것인데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일반노조에서 말하는 것처럼 중간 착복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별도의 규정에 의한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2월에 발생한 폭력사건에 대해, 그는 "그런 일이 없다"면서, "일반노조가 단체교섭에 도장을 찍으면 문제를 제기하기 않겠다면서 하고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입장] "용역업체와 관련 있는 사안으로 백화점과 관련 없어"

롯데백화점 창원점은 용역업체와 관련이 있는 사안으로, '일반노조'에서 요구하거나 주장하는 사안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노조에서 요구하는 단체교섭도 용역업체와 관련이 있고, 백화점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임금착복 주장에 대해 롯데백화점 홍보실 관계자는 "백화점에서는 계약대로 금액을 지급했다"고 말했으며, 지문인식기에 대해서는 "대리출석 등의 문제가 있어 직원들의 출퇴근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도입한 시스템으로 인권침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폐쇄회로-TV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설치된 곳은 백화점의 심장부나 마찬가지다. 외부인 통제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비정규직을 감시하기 위한 차원은 아니었다"면서, "최근에는 위치를 옮겨 바깥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또 '일반노조'에서 백화점에 비정규직이 많다는 주장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다르게 해석했는데, "백화점은 유통업체로, 일반 제조업체처럼 여기면 안된다"면서, "업체 특성상 비정규직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3/05/19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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