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에게 `왜 노동운동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면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라는 원칙적인 대답에서부터 `할 수 없이 끌려와서`라는 자조적인 대답까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산업사회 이후 노동운동은 아주중요한 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만약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못했다면 자본주가 몰락하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만큼 노동조합은 사회적 세력 관계의 균형과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고 또 사회적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제4의 물결인 지식, 정보사회로 진행하면서도 노동운동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다만 사회가 변하는 것에 맞춰 노동운동도 변화를 해야 할 것이며 21세기를 앞서가는 노조 간부가 되기 위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몇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첫째,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버립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노동조합의 조직 갈등이 많습니다. 그것은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노조간부 개인의 권력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집행부가 잘못하면 불신임을 받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조합장이 되고 싶은 간부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많이 개입됩니다. 겉으로는 노동자 대중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종국에는 조합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다툼인 경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도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조직이 바로 노동조합입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노동운동을 하는 간부가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노조 간부는 단순히 군림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가장 도덕적이고 고귀한 사명을 간직해야 합니다.

둘째, 공부를 합시다. 종전의 노동운동은 목소리 크고 안하무인의 무대포가 통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혁명, 지식혁명의 시대입니다. 노동조합도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변혁의 시대입니다.
특히 노조 간부가 되려는 사람이나 이미 노조 간부로서 활동하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 대하여 새롭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노동법과 노사관계, 경영학과 리더쉽, 모티베이션 등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지식입니다. 종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1년 아니 1개월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쓸모없는 것으로 변하는 시대입니다. 꾸준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노동운동의 앞날을 밝게 열어 줄 것입니다. 노동단체에서 실시하는 교육 이외에도 대학원이나 각급 교육훈련 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론적인 틀을 갖추어야 합니다.

셋째,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기릅시다. 노동운동은 보수적이기보다는 진보적입니다. 진보적이라는 의미는 다른 것보다 앞서간다는 것이지요. 앞서가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당장에 보이는 눈앞의 모습만으로 전략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창칼로 싸우던 중세시대에나 통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운동을 이끌어 갈 시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컴퓨터 통신을 비롯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서적,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분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노조 간부는 어두운 안개 속에서 노동자들을 인도하는 지도자입니다. 지도자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비전이 없다면 그 구성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넷째, 분배도 중요하지만 부가가치의 생산에도 관심을 가집시다. 흔히 노동운동은 뺏는 투쟁과정이라고 합니다. 더 많이 뺏어내기 위하여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하고 또한 유리한 교섭을 뒷바침하려고 단체행동을 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본래적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대량생산시대에는 그러한 논리가 먹혀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 더 나아가 주문생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도 분배적인 측면에서의 투쟁과 함께 분배의 몫인 부가가치의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누어 먹을 물이 없는데 투쟁만 한다고 없는 물이 거저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생산과정에서는 과감한 협조를 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해 노동조합의 단결된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앞으로 노동운동이 지향해야 할 모습입니다. 협조하는 것 자체가 어용은 아닙니다.

다섯째, 개인의 경력개발에 투자를 합시다. 노조 간부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해 보셨습니까. 기업노조 체제에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원래의 직무로 복귀하는 원직 복직입니다.
즉, 노조 간부가 되기 이전에 종사하던 업무를 다시 이어가는 것 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조 간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경우에는 사표를 쓰거나 아니면 해고를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본래의 직무를 계속하되 종전보다 높은 지위를 부여받아 일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다른 부서의 업무로 배치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노조 간부가 왜 원직에 복귀하는 것을 꺼리는지 정확한 조사자료가 없지만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개인적인 경력 개발에 소홀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인 것 같습니다.
3년이나 6년의 기간은 개인의 일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시간입니다.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긴 시간이지요. 노조 간부를 하려면 경영에 대한 공부는 물론 노동법, 인간관계 등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중요한 학습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노조 간부를 그만두고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매일매일을 허비하는 사람은 더 이상 갈 길을 찾자 못하고 낙오하게 됩니다.

여섯째, 가정에 충실합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옛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많은 노조 간부들이 조직을 한다는 미명하에 가정 생활에 소홀하게 됩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이혼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조합원의 환심을 사려는 만큼 가족에게도 봉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가정이 무너지면 노동운동도 의미가 없습니다. 노조원도 소중한 고객이지만 가족은 더욱 소중한 고객입니다.


- 절망을 넘어 희망을 일구어 온 `구건서노무사`의 살아 온 이야기,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엘리베이터를 타라」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