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2018-11-15

고하승 칼럼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수대통합’과 관련, “유승민 의원을 모셔오면 우파가 다시 분열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여기 다시 오라고 해도 아마 그분 스스로 오지 않을 거 같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대해선 “보수 우파가 이렇게 위축된 상황에서 태극기 세력을 빼고 과연 존재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끌어안아야 한다”고 환영했다.

김진태 의원은 잔류파의 핵심 인물이다. 그의 생각이 사실상 잔류파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달 30일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이라는 제목의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유연한 대북 안보 전략에 반대되는 강경 노선만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당이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대북 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처방했다.

그런데 김진태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면서 “탄핵에 찬성했던 (당내) 사람들이 계속 자신이 옳다는 걸 정당화시키려고 ‘우리가 너무 꼴통처럼 했기 때문에 당이 망가졌다'며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홍문종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백서 발간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실 탄핵이 정당했느냐에 대한 의문부호를 찍은 사람은 조강특위를 이끌고 있는 전원책 특위위원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하지만, 탄핵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가 태극기부대를 통합의 대상으로 언급한 것은 이런 발언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는 사실상 탄핵을 찬성하고 당을 뛰쳐나갔다가 다시 슬그머니 들어온 사람들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당내에선 복당파를 향해 “대오각성하고 반성하라”거나 “당원들에게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초 전당대회 이후, 그러니까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잔류파가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내에선 복당파를 몰아내야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특히 태극기부대를 중심으로 하는 열성당원들로부터 복당파들은 온갖 수모와 손가락질을 받을 게 불 보듯 빤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가진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보수 세력이 35% 정도 되지만 지금 (한국당) 지지율은 20%가 안 된다”면서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완전히 없어지진 않겠지만 수구냉전 세력의 맨 오른쪽으로 찌그러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