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영상자료

영상 출처_URL  

- 첨부파일에서 다운받아 보세요.

 

감정노동자.jpg

 

<앵커 멘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언제나 웃고 있는 직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슬플 때나 화날 때도 웃어야 하는 이런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감정 노동자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의 웃음 뒤에 감춰진 고충을 김영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은행 창구입니다.

원하는 대로 일 처리가 되지 않자 고객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취> 은행 고객 : "이런 멍청이 같은 거 앉혀놓고 뭐 하는 짓이야. 야, 이거 보면 산재보험인지 고용보험인지도 몰라?" 

<녹취> 콜센터 상담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늘 상냥한 목소리의 콜센터 상담원.

하지만, 전화통화를 하는 고객의 목소리까지 상냥한 것은 아닙니다. 

<녹취> 고객(음성변조) : "너 (상담원) 정신병자니? 나한테 죄를 지은 게 뭐지? 묻는 말에 대답해."

<녹취> 고객(음성변조) : "나 진짜 다 죽여버릴 거라니까. 오늘 안에 (환불) 안되면 식칼 들고 가서..."

하루 평균 150통의 전화를 받다 보면 몇 번씩은 협박과 욕설, 심지어 성희롱까지 참아내야 합니다. 

<녹취>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그런 말 들으면 손이 부들부들 떨려요.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 책상 위에서 손으로 키보드를 치지만 막 발끝이 저린다거나 그런 느낌 들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님을 '왕'처럼 대하라는 기업 분위기는 감정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녹취>백화점 판매직 사원: "고객이 무조건 왕이니까 무조건 다 해줘라. 이제는 고객이 그냥 만족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런 것들이 훨씬 더 힘든 거죠."

웃음과 친절을 파는 사람들, 정작 자신은 맘껏 웃지 못한 채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영은입니다.

<앵커 멘트> 

서비스직 종사자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27%가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중증 수준 이상의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조사를 봐도 감정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 등 스트레스 질환 증세를 보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정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1년 째 시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30대 여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웃는 것이 힘들어진다고 고백합니다. 

<녹취> 최모 씨(면세점 판매직 사원) : "정말 어떨 때는 회사를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으면 할 때도 있어요. 그럼 며칠은 손님을 안만나도 되니까..."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일부 손님의 모욕적인 태도는 고스란히 마음의 상처로 남습니다. 

<녹취> 최모 씨(면세점 판매직 사원) : "딸이나 아들이랑 왔을 때 너희는 저런 사람들 안 되려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손님들도 계세요."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대인 기피와 우울증 등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 때문에 한 대형마트에선 고객 접촉이 많은 계산업무 직원만을 위해 별도의 휴게 시설을 운영하는 등 스트레스 관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차희연(감정노동 해소 전문가) : "감정노동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거든요. 기업에서 현장 감정노동 해소를 시켜주면 기업의 성과도 함께 올라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서비스 경쟁으로 무한 친절과 미소를 강요받고 있는 감정 노동자들. 

감정노동의 정신적 후유증을 관리하고 해소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