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포장' 쓰레기 쌓는 한국 [3·끝] 英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의 '포장 혁명' 삭아 없어지는 화분 등 친환경 소재 활용 포장재 줄여 쓰레기 月 수십t씩 덜 배출 쇼핑백·재활용품 가져오면 포인트 적립

↑ ‘테스코 엑스트라 보어햄우드’매장 입구 주차장에 설치된‘테스코 리사이클링 센터’를 찾은 주민들이 유리병이나 우유팩, 캔, 플라스틱 제품 등 재활용품 포장재를 자동수거 기계에 넣고 있다.

↑ 런던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소도시 보어햄우드에 자리잡은 테스코의 대형 할인점‘테스코 엑스트라 보어햄우드’매장에서 한 고객이 세제를 고르고 있다. 2차 포장재를 사용한 프로모션패키지는 찾아볼 수 없고, 제품 옆에는 발바닥 모양의 로고와 함께“이제품을 사용하면 CO₂(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인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최근 유럽에서의 최대 화두는 '지구 온난화'다. 기업들도 그저 물건을 더 많이 파는 데만 급급하지 않는다. 소비자들보다 한발 앞서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과 포장을 내놓고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득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나가는 데 역점을 둔다. 영국 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0년까지 포장재를 25% 줄인다는 목표로, 스스로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제품을 통해 포장재 줄이기에 앞장서면서, 거래업체에도 친환경적인 포장을 적극 유도한다.

런던 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소도시 보어햄우드에 자리잡은 테스코의 대형 할인점 '테스코 엑스트라 보어햄우드' 매장. 지난 23일 낮 쇼핑객들로 북적이는 매장에 들어서니 판매대 곳곳에 포장재를 줄인 재미있는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들로 가득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묶음판매 상품은 아예 없어 2차 포장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1차 포장재 역시 종이팩 와인을 비롯해 친환경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과일주스 판매대에서 파는 '테스코 주스'는 시중의 주스 제품보다 40%가량 크기가 작다. 포장용기를 줄이려고 2배 농축된 주스를 판다. 포장용기도 100%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을 사용한다.

냉동식품 판매 코너에서도 '테스코 피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포장이 달랐다. 대개 냉동피자는 비닐 포장용기에 담은 뒤 다시 종이박스로 포장한다. 테스코 피자는 속 포장 위에 종이띠만 둘러 종이 사용량을 줄였다.


주방세제와 세탁세제를 파는 코너에서도 시중 제품보다 작은 용기에 농축된 PB 제품을 담아서 판매한다. 진열대에는 발바닥 모양의 로고와 함께 "이 제품을 사용하면 CO₂(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인다"는 설명도 붙어 있다.

와인코너에 가니 낯익은 와인병들이 진열된 속에, '비닐팩' '종이팩' 와인이 눈에 띄었다. 호주 산 와인 '밴록 스테이션 2007년'은 종이팩 주스처럼 1L들이 종이팩 와인을 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산 와인 '아르니스톤 베이 2007년'은 1.5L들이 비닐팩에 담겨 끝부분이 수도꼭지처럼 처리돼 있다. 이 매장의 포장재 줄이기 담당 앨런 그래더스씨는 "환경 친화적인 포장에, 휴대도 간편해 나들이 가는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선줄 등을 파는 코너에서는 투명 플라스틱 포장을 아예 없앤 제품들을 팔고 있다.

'그리너 리빙(Greener Living)'이라는 친환경 PB브랜드도 개발했다. 1년 뒤면 삭아서 없어지는 화분, 역시 삭아서 없어지는 비닐 봉투 등을 판다. 부엌 세제, 자동차 세정제 등도 몽땅 친환경 제품에, 포장용기도 리필 제품들이 많다.

이런 노력 덕분에 테스코에 납품하는 한 거래업체는 지난해 유리병 용기를 더 얇게 만들어 연간 2600t의 유리를 절감했다. 테스코 차원에서 지난해 전자제품의 비닐 포장을 24.8t 줄였다. 샌드위치 포장을 줄여 매달 15t 분량의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있다.

테스코의 포장재 줄이기는 크게 보면 영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한마음이 된 결과다. 테스코는 포장재 줄이기를 위해 비영리 민간 기업 WRAP(Waste & Resources Action Programme)과 손잡고 일한다. 지난 2001년 설립된 WRAP은 기업이나 지방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민간 기업이지만, 영국 환경·식품·농촌문제 담당 부서, 스코틀랜드 행정부, 북아일랜드 행정부 등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테스코는 또 소비자들이 포장재 줄이기에 동참하도록 '그린 클럽카드'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물건 산다고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게 아니고, 친환경적인 활동을 할 때마다 포인트를 준다. 가령 소비자들이 집에 있던 비닐 쇼핑백을 다시 가져와 사용하면 1점을 준다.

테스코의 보어햄우드 매장에는 특이하게도 물건 사러 오는 게 아니라, 쓰레기 버리려고 오는 인근 주민들도 많다. 매장 입구 주차장에 설치된 '테스코 리사이클링 센터' 덕분이다. 이곳에는 유리병이나 우유팩, 캔, 플라스틱 제품 등 재활용품 포장재를 수거하는 자동수거기계가 있다. 은행의 자동현금인출기와 비슷하게 생겨 테스코의 '그린 클럽카드'를 그으면 작동을 시작한다.

인근 헤즈모닌 고교에 다니는 여고생 줄리엣 라이트스톤(18)양이 커다란 가방에 페트병, 유리병 등을 잔뜩 담아와 기계에 넣고 있었다. 재활용 쓰레기가 들어갈 때마다 화면에 '유리제품' '플라스틱 제품'이라고 찍히면서 포인트가 올라갔다. 재활용 쓰레기 4개마다 포인트 1점씩 준다. 1점은 곧 1페니(약 20원)로 인정해준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고객들이 돈을 벌어가는 셈이다. 줄리엣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포장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함부로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데 적극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2차 포장재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묶음판매상품(프로모션패키지)을 싸는 포장재의 총칭. 프로모션패키지의 경우 여러 개의 제품을 묶거나 경품을 더하기 때문에 2차 포장재를 쓰고 있다. 고급 플라스틱이나 색상이 다양한 비닐을 사용하기 때문에 2차 포장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재활용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