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비정규직 더이상 늘리지 말라"  
"한국의 '비정규직화' 과도해 사회불안 급증"

2004-03-04 오전 11:09:46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올해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주요 쟁점으로 삼은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한국 정부에 대해 더이상의 비정규직화를 막으라며 '스페인식 고용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IMF, 특정 연령층 정규직 고용에 세제지원하는 스페인 모델 권고
  
  IMF가 지난해 한국 정부와 연례정책협의를 가진 후 지난달 말 발표한 <한국경제 주요 현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노동시장의 주요 부문에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동시에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해 과도한 비정규직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이같은 IMF 권고는 한국의 경우 IMF사태후 '비정규직화'가 빠르게 세계에서 가장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불안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 등의 경우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취하면 사회불안 예방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3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IMF는 “이같은 개혁을 위해서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스페인이 해고비용을 줄인 새로운 유형의 정규직 고용계약을 도입한 사례를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스페인 모델이란 정규직의 퇴직금을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식을 가리킨다. 스페인은 1997년 노사 대타협을 통해 18~29세 청년실업자와 45세 이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대해서는 2년간 연금 등 사회보장 부담금을 40~60% 깎아줘,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생긴 1백50만개의 일자리 중 76%를 정규직으로 창출했다.  


  비정규직 비율, OECD회원국 중 가장 높아
  
  IMF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비정규직 비율(32.6%)이 가장 높다. 이에 따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5.6년으로 일본(11.3년), 유럽연합(9.8년), 미국(7.4년)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국내 노동계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넘고 있다.
  
  보고서는 “2002년에 이뤄진 신규고용의 70%가 비정규직 노동자였으며 이들은 정규직보다 평균 20%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행정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해고비용도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보고서는 “이같은 이중 구조의 한국 노동시장은 2003년의 한국 경제를 저해했고, 향후 발전도 제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한국 노동시장 구조가 지니는 4가지 부정적인 영향으로 첫째,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의 격차가 커 노노간 대립이 격화될 것, 둘째, 노동시장의 경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유인력이 떨어지고 FDI의 유출을 부추긴다. 셋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이 떨어져 직업훈련이 어렵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 넷째, 비정규직 기피로 청년실업률이 8%를 넘는다는 4가지를 적시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IMF는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비용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고용보장이 요구되는 원인의 하나로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이 다른 나라와 비슷하지만 실업자의 20% 이하만 실질적인 혜택을 보고 있는데, 이는 실업자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용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MF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권고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IMF의 제안에 대해 “스페인 모델을 검토할 가치는 있다는데 동의하지만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매우 어려운 문제이며, 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2원화하는 제도는 위헌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프레시안 - 이승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