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단식 기륭노동자, 국회서 대표이사 만나
기륭공대위,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점거에서 합의문 체결까지
비정규직 문제가 국회로 번졌다.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 오석순, 강화숙 조합원과 기륭전자비정규여성노동자투쟁승리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기륭공대위)의 송경동 집행위원장 등 사회단체 대표 5명은 18대 국회 개원 첫날인 10일 오전 11시 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전격 방문했다.
기륭공대위 측은 “민생정치 한다는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그 민생정치 능력을 보이라”면서 “집권 여당의 대표가 노동부 및 회사가 노조와 대화를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적 조치를 취해 달라”고 방문취지를 설명한 후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차지하고 앉았다.
사전에 약속이 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원내대표실 관계자들이 “이렇게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항의했으나 30일째 단식, 1052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노조의 방문을 문전박대 할 수는 없었다.
공대위 관계자들과 기륭전자노조 조합원들을 향해 잠시 언성을 높이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곧 옆방인 원내대표행정실을 내 주기로 했다.
그 후 오후 3시가 되면서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출신의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이 기륭공대위가 대기하고 있던 원내대표행정실에 나타나면서 사실상 점거와 다를 바 없던 사태가 급진전 됐다.
여기에 장의성 서울지방노동청장과 배영훈 기륭전자 대표이사까지 한나라당의 '콜'을 받고 급히 국회로 달려오면서 한나라당 원내대표행정실은 노-사(使)-정-사(社)로 이루어진 일종의 4자회담장이 되었다.
기륭공대위 측은 "폭염 속에 30일째 단식을 벌이느라 사람이 죽어 가고 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여기까지 왔느냐"며 "여당인 한나라당이 6월7일 체결된 노사합의안에 근거하여 성실한 교섭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정치적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성태 의원은 “기륭전자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배영훈 사장은 즉각 사측과 성실 교섭을 하라”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또 “정치권에서는 교섭으로 이루어진 양측의 합의안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번복되지 않도록 이를 서울지방노동청장이 책임지고 담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영훈 사장과 장의성 청장이 동의하였으나 문제는 그 동안의 수많은 합의와 약속이 번번이 틀어져 오면서 깨질 대로 깨진 신뢰였다.
송경동 기륭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단체 교섭의 내용은 지난 6월7일 합의됐다가 사측에 의해 결렬된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 져야 한다는 내용을 이 자리에서 문서로 남길 것”을 추가로 요청했다.
이에 배영훈 기륭전자 대표이사가 “여기가 교섭 자리는 아니지 않냐”며 “교섭의 내용을 이 자리에서 정하는 것은 옳지 않고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자”고 반대했다.
그러나 김성태 의원이 “교섭 내용이 지난 번 보다 후퇴되어선 안된다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약 2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기륭공대위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오후 다섯 시 경, 노사 간의 성실교섭에 관한 합의문이 나온 후에는 애초에 기륭공대위와 기륭전자노조원들이 만나고자 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도 모습을 나타냈다.
홍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보호법을 시행해 보니 비정규직해고법이더라”면서 “올 연말까지 이를 바로 잡는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또 “17대에서 환노위를 담당했다 보니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의원을 통해 연락을 하며 어려운 문제들을 협의해서 풀어 나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기륭전자노조 오석순, 강화숙 조합원은 “그 동안 속은 것 때문에 오늘 합의도 사실 썩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당을 빠져 나가는 그들의 표정은 들어올 때보다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