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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준반대 단식 10일째 맞은 강기갑 의원
정월대보름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21일 단식 10일째를 맞은 강기갑 의원을 만났다.

서울하늘의 보름달도 참 크구나.
고향들판의 달집놀이가 그립다.
정월 대보름날 이렇게 고향을 떠나있는 것이 20여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보름 전날 저녁부터 여러 가지 나물을 장만하여 곳간과 장독대, 부엌 등 집안의 중요한 곳 마다 촛불과 함께 올려놓고, 양손을 합장하여 손비빔으로 정성을 다해 복을 기원했다. 이를 ‘바람올림’이라 불렀다.

보름 전날 저녁이면 어머님과 누이들은 보름날 지을 오곡밥과 각종 나물을 다듬어 준비해 두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면 앞 다투어 이름을 먼저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다 타가라”며 여름더위를 팔아치웠다. 오곡잡곡으로 지은 맛있는 밥을 먹고는 이웃집을 돌며 보름밥을 복조리에 받아 큰 양푼이에 담고, 이집 저집 밥맛들을 보며 사나흘이 즐거웠다. 여러 집의 복이 들어 있는 그 밥을 서로가 나누어 먹던 우리 조상들의 풍속을 지금 새삼 생각하면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온 동네 아이들과 청년, 그리고 어르신들이 다 모여 산에 가서 대나무등 나무를 치고, 아이들은 하나씩 어른들이 쳐 준 대나무를 먼지 일으키며 달집 지을 들판과 논으로 갖다 날랐다. 그러고는 집집마다 다니며 짚단을 거두어 한 아름씩 안고 왔는데, 서로 더 많이 갖고 가려고 앞 다투던 장난질이 그렇게 재미가 있었다.

일찌감치 달집이 완성되면 동네 풍물패는 집집마다 돌며 우물과 부엌, 그리고 장독대를 밟아주면 집주인은 떡이며 술이며 쌀과 음식을 내어주었다. 이렇게 차곡차곡 보탠 음식은 달집놀이에 쓰여 푸진 행사를 만들어낸다.

동그란 보름달이 동녘 산에 떠오르면, 큰 돈을 낸 사람이 달집에 불을 지핀다. 순식간에 불을 뿜는 달집에선 대나무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마을의 할머니, 어미니, 새댁 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오로지 달을 보고 두 손 모아 허리를 숙여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제일 먼저 비는 소원은 뭐니 뭐니 해도 ‘올해 농사 풍년 되게 하소서’였고, 이는 마을 공동의 기원이자 개개인에게도 가장 큰 복빔이었다.

풍물패 남자들은 불길의 기세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풍물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저들끼리 난장이요, 한쪽에서 거둬온 음식 판이 거나하게 벌어진다. 그야말로 온 동네 사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한 해를 시작하는 멋진 달맞이 놀이다.

한때는 사라져가던 이 달맞이 달집행사가 요즘엔 다시 살아나 어느 시골이건 마을마다 달집을 지어 달맞이 놀이를 하고 있다. 다만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너무 많고, 아이들은 거의 없어 제일 젊다는 50대, 60대가 나서서 달집을 지어내는 것이 안타깝다.

한미FTA 졸속처리를 저지하기 위하여 열흘째 단식을 하고 있는 나도 오늘은 마음이 콩밭에 가 당장에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 옛날 복조리의 오곡잡곡...눈을 감으면 그저 군침이 솔솔 돈다. 그때만 해도 먹는 것이 그렇게 귀한 줄 알았고, 일년 농사 풍년이 최고 중의 최고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먹는 것을 귀중이 여기고, 한해 풍년 농사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찾기가 쉽지 않다.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한 나라에서 음식 쓰레기처리를 위한 사회적 비용을 연간 15조원씩이나 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먹거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고 가며 난리법석을 떤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하여(그 마저도 소수 재벌의 몫으로 다 돌아간다) 농업은 언제나 통상협상장에서 희생제물이 되어 왔다. 이제 그 생명산업인 농업이 고사 직전에 서서 힘없는 눈길로 구원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다.

비료값은 2년 동안 300%나 치솟았고, 기름값 사료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으니 비닐하우스 농가, 축산농가들은 언제 손을 털어야할지 하루하루가 시름이다. 엎어진 자 뒤통수 걷어차듯 재개와 정치권은 한미FTA 국회비준이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며 선전하고 있는 형국이니, IMF를 몰고 온 ‘정경유착’ 망령이 되살아난다.

오! 통재라 농업이여!
아! 불쌍한 우리 농민이여! 생기를 잃어버린 우리 농촌이여!

이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어찌할꼬. 농촌진흥청, 신림청을 겨우겨우 농민품으로 되찾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논리로 무장한 새정부의 기조와 기세로 간다면 농업의 운명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엔 미국에서 한미 FTA 협상수석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대표보와 한미FTA 아킬레스건이던 미 쇠고기 수입개방의 핵심 배후자인 전미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타 회장이 참석한다니 집권 후의 행보는 불 보듯 뻔하다.

한국이 2월 임시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을 열 번 해 준들, 미국은 11월 대선 전에는 비준할리 만무한데 이명박 당선인은 그렇게도 2월 비준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광우병 증상징후를 보이는 소들을 은폐하여 강제로 도축해 학교급식에 공급한 쇠고기를 전량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아랑곳없이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미 쇠고기 수입을 조속히 해결하라고 주문하고 있으니 그저 입이 딱 벌어진다.

입법부의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가 행정부 견제와 감시다. 정부로부터 과대포장되어 온 한미FTA 보따리가 득인지, 독인지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각종 독소조항이 구석구석 숨겨져 있고, 유리조각, 돌조각, 심지어 날카로운 쇠뿔까지 들어있는 것을 그냥 밀고 삼키라는 것은 입법부를 또다시 행정부의 시녀나 하라는 주문과 다를 바가 없다.

벌써부터 권력구조의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한미FTA나 미 쇠고기 수입개방에 대해 반대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저지운동에 함께한 많은 의원들이 있었다. 그 의원들이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차기 당선이 공천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당선자의 의지나 행보에 다른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과 지역구 주민들에게서 권력을 부여받지 않고, 당과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그 권력이 주어진다면, 이것은 권력 구조의 심각한 왜곡이요, 삼권분립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결국 입법부는 행정부의 시녀노릇이나 하는 것으로 전락될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오늘 보름달을 맞아 온 국민이 대보름달을 보며 비는 그 소원이 진정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는 복이었으면 좋겠다.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부보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배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빌었으면 좋겠다. 이웃과 이웃, 동료와 동료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많이 갖는 복을 주소서’라고 비는 무자년 정월 대보름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지구의 온난화로 재앙이 닥쳐오고, 그 재앙에 식량난이 일어나고, 먹을 것 귀하여 아우성치는 세상이 한번 와야 된다는 내 마음을 꾸짖어 보면서도 정치권의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인식들을 무슨 수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오늘밤 서울 하늘의 보름달을 향해 이 묘책 하나라 내려 달라는 복을 빌어보자.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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