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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르뽀 ② 특수고용 ‘학습지교사’ 노동자들
“수수료 ‘위험한 함정’ 속에 느는 건 한숨뿐”

일한만큼 번다? 소모품!…‘노동자성 인정’ ‘노동3권 쟁취’ 위해
  
“그림자 하나 더 붙었다고 생각하세요.” 취재원의 부담을 덜어줄 위로의 말은 애시당초 던질 계제가 아니었다. “oo니, 숙제 다했어. 20분 뒤에 집에 갈께. 기다려.” 한 집에서 15~20분여 아이들을 가르치고는 또 다른 집으로 부리나케 뛰다시피 걷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휴대폰은 쉴 틈 없이 통화가 이뤄진다. 기자의 숨도 덩달아 가빠진다. 묵직한 배낭을 어깨에 둘러메고 부교재가 가득한 손가방을 쥔 채 총총걸음을 옮기는 이수정(35)씨는 구몬 학습지교사 7년차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옛 우신극장 앞, 학습지교사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 10분 늦었더니 여지없이 다른 수업장소로 향했단다. 1시간여가 흘렀다. 이젠 휴대폰 ‘진동모드’가 탈이었다. 잠깐 짬을 내 이동중에 전화한 학습지교사의 벨소리를 놓쳤다. 또 다른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기자와 취재원'은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최선을 다해 학생을 가르치지만 수업을 아무리 잘해도 문제는 영업이다. ⓒ 매일노동뉴스


가난한 동네서도 ‘학습지’ 한두 과목쯤은

전세금 3~4천만원에 방 2칸, 4~5천만원이면 방 3칸짜리 전세를 얻을 수 있는 곳. 서울에서는 집값이 싼 편이다. 영등포구 신길동은 서민들이 사는 동네다. 서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 아이들 ‘학습지’ 시키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부자동네에서는 ‘고액과외’가 성행이듯, 가난한 동네에서는 ‘학습지’ 한 두 과목쯤은 시킨다. 제 자식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뒤쳐지는 걸 어느 부모가 허용하겠나.

아이들 있는 집이면 으레 냉장고 옆 벽면은 아이들 방과 후 학원과 학습지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다. ‘교육열’은 없는 집이라고 덜 하지 않다. 아니, 없는 집일수록 먹고 입는 것 줄여서라도 자식교육은 시키고야 만다. 희빈(8), 희주(6)네 집도 여느 집과 마찬가지였다.

방 하나에 부엌 딸린 비좁은 거실하나. 단칸방 살림조차 맞벌이를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환경이다. 하지만 생활비의 절반을 아이들 교육비가 차지한다. 학습지에 영어, 컴퓨터, 피아노 등 한달에 70여만원이 들어가지만 부모는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기본적인 것’은 해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30대 초반의 엄마는 아이들 유치원만 제대로 다녀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유치원은 친구 사귀러 가는 거구요.”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일, 박봉에 서러움도 많지만 아이들 남부럽지 않게 교육을 시키려면 감수해야 한다. 내 아이가 남한테 뒤쳐져서는 안 될 일이기에. 엄마의 마음은 다 그런가 보다. “아이고, 이제 더하기도 잘하네.” 선생님의 칭찬에 아이 엄마는 희색이다.


▲ 다른 수업장소로 총총걸음을 치는 학습지교사. 이동중에도 휴대폰으로 아이들과 끊임없이 통화해야 한다. ⓒ 매일노동뉴스


“저 ‘근의공식’ 안 할래요. 그냥 넘어가요.”

또 다른 집,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 2명과 중학생 1명이다. 초등학교 5학년 수진이에게 학습지 하면서 무엇이 도움이 되냐고 물었다.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수학 계산 빨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세아이 학습지만 매달 15만원, 20~25만원 정도 드는 속셈, 종합학원을 포함하면 가계비의 60%가 교육비다. “이 정도도 안하면 아이들 성적 떨어지고, 학습지 안하는 얘들과 비교되니까요.” 아이들의 엄마는 서민들의 힘든 살림살이를 얘기하면서도 교육비는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근의공식’ 안 할래요. 그냥 넘어가요.”
“너, 용감하다. 욕 나올 뻔했어.”

화장실에서 나오는 중학생 남자 아이의 손에는 ‘퇴마록’이 들려 있다. 여동생들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중학생은 ‘판타지 소설’ 속에 푹 빠져 있다.

“oo야. 선생님이야. 문 열어.” 현관 벨이 수차례 울리고서야 문이 살짝 열린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표정이 시큰둥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교사가 금방 문을 열고 나온다. “기집애. 공부도 안 해놓고, 방도 치우지도 않고….” 이 선생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학원 간다고 바쁘다는데 핑계에요. 그럼 진작에 이야기를 할 것이지.” 고분고분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들만 있으면 오죽 편하겠는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선생님은 대놓고 혼낼 수도, 그럴 시간도 없다. 그저 눈치 주면서 제대로 공부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을 뿐.

“휴~우. 6시까지 다른 집에 가야하니까 한 10분 정도 시간 남네요.” 동네 슈퍼마켓 벤치에서의 잠깐의 휴식. 저녁 시간이었지만 밥 먹을 엄두는 내지 못한다. 밥 먹는 시간도 쪼개야 저녁 9시경에 수업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얘들 일정 맞추려면 밥 굶는 거야 예사죠. 화장실도 잘 못가요.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위장병, 방광염 등은 달고 살죠.”

학습지교사의 가방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부교재는 물론 저금통, 가방, 필기구 등 선물과 대여용 책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수업 아무리 잘해도 문제는 영업이에요. 휴~.” 걱정은 따로 있었다. 오늘은 바빠서 판촉물이나 영업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수정 교사.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면 발 뻗고 잘 수 있을까? 남편이 아이들 채점 매기는 것을 도와주면 자정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습지노조의 선전을 담당하고 있는 이 교사는 새벽이 되어서야 ‘희망실천+희망터’ 학습지노조 소식지와 ‘선전물 제작’ 등 노조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나면 몸은 파김치가 된다.


▲ 묵직한 배낭과 가방 속에는 학습교재와 저금통, 필기도구, 책 등 각종 사은품들로 가득하다.
ⓒ 매일노동뉴스


수수료율 미끼로 교사에 부당영업 강요

이불 속 잠자리가 편하지가 않다. 다가오는 월말, 고통스런 회비‘수금’은 벌써부터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회비를 제때 못내는 집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한번은 6개월(30만원) 회비 밀린 집이 있었는데 대납했죠.” 다행히 뒤늦게라도 돈은 받았지만 회비를 주지 않으면 고스란히 학습지교사가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도 회사는 회비를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미납회비가 있을 경우 교사가 받는 수수료에서 자동 공제하기 때문이다. 또 회원이 줄어들면 수수료율이 떨어져 교사는 기를 쓰고 회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학습지교사가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받는 수수료는 회비의 35%(최초)에서 50% 가량이다. 과목과 회원 증가에 따라 수수료가 높아진다. 학습지 한 과목당 보통 3만원이면 1만원이 학습지교사의 몫. 보통 저녁 10시까지 해야 하루 40~50과목을 소화할 수 있다. 5일을 꼬박해야 180~200만원 수익을 벌 수 있다. “벌이가 괜찮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대보험과 퇴직금, 상여금, 휴대폰통화료 등 각종 수당이 없어 실제 수입은 한창 떨어진다.

수수료율이 가입자, 과목수에 비례해서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실제로 없는 회원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울산의 고 이정연 구몬 학습지교사의 사례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4월 돌연사한 이 교사의 죽음의 뒤안길에는 1,500여만원의 빚이 있었다.

한달이 넘어서야 알려진 사실은 이 교사가 관리하던 203과목 가운데 무려 134과목이 ‘가짜회원’으로 밝혀진 것.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회사에 돈을 바쳤던 20대의 교사는 결국 빚에 짓눌려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아직도 고 이정연 교사에 대한 위로금, 보상도 없었고,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 고 이정연 구몬 학습지교사의 죽음을 부른 ‘부당영업 근절’을 촉구하는 학습지 교사들.  
<사진= 학습지노조>


‘소모품’ 취급당하는 학습지 교사들

2005년 한국 100대 주식부자 순위

8위 대교회장 강영중 6,781억원
(2004년 10위 5,720억원)
12위 구몬회장 장평순 5,194억원
(2004년 15위 4,110억원)
13위 웅진회장 윤석금 5,143억원
(2004년 44위 1,410억원)
64위 재능회장 박성훈 1,455억원
(2004년 67위 1,060억원)

*출처 : 포브스코리아 05.10.1일자
(부동산, 금융자산 제외)



학습지 업계의 승승장구 뒤안길에는 부당영업 강요가 숨겨져 있었다. “하나만 더하면 인센티브 받잖아.” “마감인데 빨리 (회원) 땡겨.” 영업실적을 강요하는 회사와 마지못해 ‘가짜회원’과 ‘땡겨쓰기’의 늪으로 빠져드는 교사. 학습지 재벌 탄생을 위해 학습지교사들은 제 돈을 끌어다 바치는 헌신(?)을 강요당하며 그렇게 신음해야 했다. 장사가 잘된 80년대에는 정규직으로 고정월급을 주는 것은 회사에 유리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학습지교사들은 특수고용이라는 희한한 ‘개인사업자’로 둔갑된다. 정사원의 2~3배에 달하는 수수료율을 보장해주겠다는 당근을 내밀며 비정규직으로 강제전환시킨 것이다.

한달 전 구몬의 한 학습지 교사가 쓰러졌다. 간경화였다. 과중한 업무와 식사불량, 병이 난 아이 때문에 며칠을 잠을 자지 못했던 이유들이 겹쳤다. 그 교사는 회사측에 휴직을 요구하고, 인수인계할 선생님을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번주만 더 나와달라”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결국 휴직 요청에 회사측은 “출산이 아니면 안된다”고 답했다. 그 교사는 11월 퇴사처리되었다. 그 교사의 마지막 월급은 250과목에 350여만원에 달했다. 초인적인 노력이었다. 순증 150곳을 뚫어야 가능하다는 수수료율 50%를 2년여 만에 받던 교사. 과로로 쓰러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병원치료비는 개인부담이었다.

가까스로 쌓아올린 50% 수수료율은 복귀하더라도 최초수수료인 35%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목을 인계받은 신입교사들이 받는 수수료율은 35%. 회사측은 15%(약 100여만원) 수수료 차액을 앉은 채로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 학습지노조 김미순 총무국장의 말이다. “뼈 빠지게 일하고 병원 신세져도 회사는 나몰라라하니 우리가 소모품이 아니면 뭐겠어요.”


▲ “우리도 노동자다.” “노동3권 보장하라!” 수업이 없는 날, 바쁜 시간을 빼 학습지 교사들의 단결을 위해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학습지 교사들.  <사진=학습지노조>


‘노동자성 인정’ ‘노동3권 쟁취’를 위해

학습지노조에서는 ‘최초수수료율 50% 적용’과 ‘부정업무 근절’, ‘4대보험 적용 및 퇴직금 보장’ 등 3대요구안을 내걸고 있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학습지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선전전을 펼친다. 문전박대에 봉변당하는 일이 많다. 지난 9월 이소영 전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한 관리자의 폭력으로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지난 21일도 서울 금천, 안양지역 선전전이 있었다. “사무실 내에는 불법이니 나가라, 경찰 부르겠다.” 학습지 관리자들과 다툼도 많이 생긴다. 그러나 이수정 교사는 잡상인보다 못한 취급을 받더라도 굽히지 않는다. 조합가입은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습지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떡도 나눠주고, 수고한다며 박수치는 교사들을 보면 힘이 나죠.”

특수고용노동자란 멍에를 뒤집어쓰고 있는 학습지교사들. 그들은 현재 국회 앞 농성장을 지키며 ‘노동자성 인정’ ‘노동3권 쟁취’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특수고용 학습지노동자의 노조 건설시기  
1998.3  대교노조 결성(정규직 노조)
1999.4  재능교육노조 결성(정규직 노조)
1999.11  재능교육교사노조 결성
2000.5  아이템플노조 결성
2000.9  대교교사노조 결성
2000.11  구몬노조 결성
2000.11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건설(구몬지부, 대교지부, 아이템플 지부)
2000.12  전국학습지산업노조 한솔지부 결성(이후 부산일반노조 가입)
2002.3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윤선생영어지부 결성
2002.8  전국학습지산업노조 프뢰벨지부 결성
2002.10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웅진씽크빅지부 결성
2004.4  울산 이정연 구몬교사 돌연사(강제 부정업무의 희생양)
2005.  학습지노조와 재능교육교사노조 통합 추진



<편집자 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들이 마침내 원청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기아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최초로 하청업체들과 노조인정 및 고용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단협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산업, 업종,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운동의 미래를 여는 힘이 되고 있다. 노조간부가 비리로 구속이 되든, 민주노동당이 울산북구에서 상상할 수 없던 패배의 고배를 마셨든, 역사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매일노동뉴스>가 사단법인 한국비정규센터와 공동기획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세계>를 마련하고, 오늘자부터 지면에 게재한다. <비정규노동자들의 세계>는 1주일에 3번, 산업별, 업종별로 <작업르뽀>, <비정규 노동운동가 열전>, <정책대안>으로 나눠 연재된다. 이 기획이 희망을 찾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수현 기자  shlee@labortoday.co.kr  
        
2005-11-25 오후 1:28:27  입력  / 2005-11-26 오후 9:10:20 수정(1차)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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