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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미소 지어야 하는 백화점 판매직원들의 ‘감정노동’ ‘고객감동’ 강조할 수록 마음은 더욱 새까맣게 탄다

▣ 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mail.net


“우리는 매대 판매를 하잖아요. 어떤 때는 사람에 치여… 사람들이 물건 사러 오면서 우리한테 주는 스트레스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표현을 못하고 속으로 삭이면서, 친절을 강조하니까…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거예요. 사람이 싫어요.”(A백화점 식품부 판매직 여성 정아무개씨·27)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한 '백화점 체질'


“양반이 상놈한테 무조건 한다는 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솔직히 갈 데 없어서 간 애들, 공부 못해서 간 애들 그런 식으로 해요. ‘얼마나 못살면 네가 돈 벌러 나왔니’… 자기들이 돈 많아서 백화점, 할인점에 쇼핑하러 와도… 솔직히 여기 언니들 자기 일 갖고 싶어서 나오신 분들이 많은데….”(같은 백화점 박아무개씨·27·백화점 8년 근무)

백화점 판매직 노동은 대표적인 ‘감정노동’에 속한다. 감정노동은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규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무조건 친절을 보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은 통제돼야 한다. 감정노동은 직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종이다. 고객만족·고객감동 사회가 진전될수록 백화점 판매직 여성의 감정노동은 더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 유통이 생산마저 장악하는 등 백화점·할인점의 유통 서비스 영역이 거대하게 팽창하면서 여기에 종사하는 판매직 감정노동 여성 노동자도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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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이 잘못해도 고객은 옳다. 고객이 잘못해도 고객은 항상 옳다”는 고객 제일주의가 백화점 직원의 스트레스를 부른다.






이른바 ‘백화점 체질’이라고 하는 서비스 정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한 판매가 가능한 마음자세를 뜻한다. “우리가 참아야지. (손님과의 다툼 같은) 사소한 일에 화를 내면 어떻게 일하겠어? 좀 심하다 싶은 말에도 눈 깜짝하지 않아야 ‘백화점 체질’이 되는 거야.”(백화점 주부판촉 기혼여성 김아무개씨·39살) 백화점 서비스업종은 “고객이 잘못해도 고객은 옳다. 또 고객이 잘못해도 고객은 옳다. 또 또 고객이 잘못해도 고객은 항상 옳다”는 고객 제일주의를 표방한다. 판매 여직원의 미소와 친절함이 곧 ‘상품’이다. 이들은 항상 친절하고 상냥한 응대와 부드러운 말씨, 여성스러운 몸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계속 손님이 없어서 일도 못했는데, 안 사고 그냥 가거나 쓸데없는 질문을 하면 정말 짜증나죠.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 죽겠는데. 대답하기도 싫은 걸 억지로 친절하게 한다고 대답했는데, 자기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잖아?”(박씨)


무시당하고 뺨 맞고 그래도 웃고


하루 종일 한자리에 서서 고객을 기다리는 건 육체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지루함과 짜증을 참기 어렵게 만든다. 여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때를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가해진다. 다리 통증이 심하거나 서 있기 힘들 정도의 피곤함은 불쾌감이나 짜증, 분노를 유발하고, 평상시에는 참을 수 있었던 고객의 행동이나 요구에도 쉽게 화를 내게 만든다. 제일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는 고객한테서 유발된 분노와 짜증을 인내하면서 ‘상냥하고 친절하게 웃어야 한다’는 것이다. 욕설이나 하대를 하거나 심하면 뺨을 때리는 고객도 있다. “한번은 손님이 여직원 뺨을 때린 일도 있었어요. 온갖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만큼 이상한 손님도 많다고 봐야죠. 자기가 모 정치인 친척인데 무시했다고 불친절했다고 소리지르면서 ‘너 같은 건 백화점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고 때린 거죠.”(김씨)

한국여성개발원 정진주 박사(산업안전보건)는 “백화점 판매직의 경우 노동 과정과 고용 형태의 특징, 성차별적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매직은 자기 감정을 규제하고 소비자의 감정을 우선시해야 하는데, 특히 한국 사회에서 판매직 종사자에 대한 비하 의식은 판매여성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유통업 판매노동은 ‘저임금 미숙련 노동’으로 평가절하되고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여성직종으로 인식돼왔다. 거래관계에서 권력이 고객한테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고, 상품 판매를 위해 판매 여직원은 무조건 미소를 지어야 한다. “나보다 어리거나 동년배인 애들이 나한테 와서 반말을 한다거나,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고 단지 내가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수모를 겪는다고 생각하니 더 스트레스 받고….”(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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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이나 할인점은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으로 한 발짝만 들어가면 심각한 육체노동 현장이다. 백화점 휴게실에서 쉬고있는 여직원들.






한국 사회에서 계층간 차이·학벌 위주·기혼여성을 남편에 비추어 판단하는 현실이 그대로 응축돼 나타나는 곳이 백화점 매장이다. 소비자가 ‘돈 있는’ 사람일 경우 계층적 차이로 나타나고, 미혼자는 ‘공부 못해서 이런 데서 일하는’ 사람으로, 기혼자는 ‘남편이 경제적으로 제대로 벌어다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까지 받게 된다. 타고난 외모에 따른 비합리적 처우도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다. 판매직원의 외모가 고객들의 호감과 판매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고 외모 수준에 따라 좋은 일을 할당해주기도 한다. “회사 관리자들이 아니다 싶은 인상과 인상이 좀 강한 언니들은 괜히 트집 잡고 보내버리려고 하고… 스트레스 쌓여요.”(정씨)

물론 치열한 경쟁과 매출 압박도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기혼 판촉사원인 김씨는 “여직원들이 병가를 내려면 아주 생쇼를 해요. 사무실을 뒤집어 엎어야지만 무슨 선심 쓰듯이 그래 며칠 쉬어라고 하고… 백화점에서 매출이 적으면 나가야죠. 사람 취급을 못 받거든요. ‘매출이 곧 인격’이죠. 팔지 못하면 아무 일도 안 한 게 돼요.” 매출을 올리려면 끊임없이 자기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런 감정노동 자체가 스트레스다.


미모 따라 일 분배, 매출은 곧 인격


정진주 박사는 “백화점 판매직은 깨끗하고 별로 힘들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은 힘든 육체노동이고 막노동 성격이 강하다”며 “겉만 번지르르한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있을 뿐 그 속으로 한 발짝만 들어가서 보면 쉬는 데도 마땅치 않고 쉬어도 쉬어지지가 않는 힘든 육체노동”이라고 말했다. 특히 백화점 매장 판매직은 80% 이상이 (직영이 아닌) 협력업체, 즉 소속 브랜드 회사에서 자기 상품 판매를 위해 파견돼 나온 직원들이다. 따라서 백화점과 협력업체간에 제품 진열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겼을 때 중간에서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 같은 매장에서 비슷한 종류의 상품을 파는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과 끊임없는 판매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백화점 매장쪽하고 우리 회사 사이에 내가 있다 보니 회사 신제품을 넣고 싶은데 매장에서 거부할 때면, 이쪽저쪽에서 망신당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물건 진열 위치를 놓고 좋은 데 골라서 하려고 다른 직원들과 싸우기도 하고… 매출이 나쁘면 퇴점시킨다는데 별수 없잖아요.” 브랜드 판촉사원 문아무개(29)씨가 한숨처럼 말했다.



  


내 직무 스트레스 점수는?


한국 표준형 측정도구 개발… 조사 결과 평균 점수 49.05점

한국 표준형 직무 스트레스 측정도구가 지난해 개발됐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가 새로 개발한 이 도구는 △물리환경 △직무요구 △직무자율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등 한국적 환경을 고려한 8개 영역의 43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무 스트레스를 낳는 요인은 다양한데, 다양한 업종·직종·사업장 규모에 종사하는 한국 노동자(전국 3만여명)들을 면접한 뒤 이런 8개 영역의 직무 스트레스 원인을 밝혀냈고 이를 외국의 스트레스 요인과 비교해 한국형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모형 개발을 주도한 연세대 원주의대 장세진 교수는 “이번 스트레스 측정도구 개발은 한국인들의 고유한 스트레스원을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외국에서는 직무 내용이나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데 비해, 한국은 상사와의 갈등관계나 집단주의 조직문화 그리고 비공식적 직장문화 등이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물론 43개 항목에서 개인 또는 가정의 ‘생활 스트레스’는 최대한 배제했다. 공기업 김아무개(33) 과장은 “꼴통 만나서 고생한다, 독한 놈 만나 고생한다는데 저희 회사도 저 사람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상사가 있다. 꼭 저녁 먹고 나서 뭐 하자, 오후 5∼6시 다 되어 일 툭 던져주고 내일 아침에 한 것 보자고 하고… 그러다 보면 이게 습관이 돼서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스트레스 엄청 크다”며 “술자리도 스트레스다. 여러 회사 얘기가 술자리에서 많이 되기 때문에 안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한국형 측정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업종과 직위에 있는 직장인 3만여명의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한국 노동자의 평균 직무 스트레스 점수는 49.05점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점수를 알려면 43개 문항을 풀어본 뒤, 각 영역별로 백분위 점수로 환산해 이를 다시 총점으로 계산하면 된다(산업안전보건연구원 http://oshri.kosha.or.kr 자료실).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요인이 많다고 보면 된다. 업종별로는 운수업(51.12점),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52.65점), 기타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51.83점) 등에서 스트레스가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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