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탄압 의혹을 받아 온 이마트가 사원들에게 인신공격적인 말로 1인 시위를 하는 노조원들을 자극, 충돌을 유발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13일 이마트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서울권역 지점 담당 중간 간부가 지난달 초 수도권 15개 지점의 점장 및 인사담당자들에게 "점포별 7명 이상 1인 시위 대응조를 구성해 자극적인 말과 사진 촬영 시도로 충돌을 유발하라"는 내용의 '1인 시위 대응지침'을 이메일로 배포했다. 10월 말 이마트 노조를 설립한 전수찬 노조위원장과 김만중 노조 회계ㆍ감사는 지난달 초부터 지점을 찾아다니며 '이마트에도 드디어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지침은 "말을 잘하고 성격이 대찬 사원(당연히 로열티가 높은 사원 중)을 선별해 멘트 등을 교육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부탁한다"며 노조원을 자극하는 말 1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고생하라고 답글 단 사람이 불륜 저지른 사람이라며?" "월급 적다고 하는 놈이 맨날 파마하냐! 넌 입만 열면 거짓말이더라!" "아무리 노조를 만들려고 해도 초등학생 아들, 딸까지 팔아 먹냐! 니가 아빠야!" "너 사원들 이용해서 출세하려고 하는 거, 학생회장 나가겠다는 네 딸은 아니?" 등 가족까지 동원해 모멸하는 내용이다.

또 지침에는 "관리자는 절대 현장에 나타나지 말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돼 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사업주가 시켰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지난달 초부터 주 2회 수도권과 전라도의 지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는데 사원들이 똑 같은 말을 한 것으로 보아 전국에 지침이 배포됐다"며 "여러 명이 둘러싸 얼굴에 담배연기를 뿜고 욕설을 하는 등 심하게 모욕을 줬다"고 말했다.

이마트노조는 10월말 노조원 총 3명으로 설립됐으나 김만중 노조 회계ㆍ감사는 노조창립총회 하루 전 추석 선물용 고기를 지불한 가격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됐고, 전 위원장은 '사측이 폭행 감금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7일 징계해고됐다.

이마트 측은 "대응 지침은 본사차원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서울지역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