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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도 ‘고객님~’, 가슴이 멍들어요 ‘감정노동’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물건의 가치를 감정하는 노동? 일하면서 감정 상하는 노동? 감정노동은 소비자와 같은 대중과 접촉하면서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어떤 마음 상태를 생산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흔히들 노동이라고 하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를 생각하는데, 감정노동은 일을 하면서 노동자가 의식적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까지도 특정한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야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판매하거나 콜센터에서 상담하는 노동자들을 연상해 보세요. 소비자들을 대하면서 ‘친절하고’, ‘상냥하고’, ‘유쾌한’ 표정과 말투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나시죠? 감정노동을 굳이 정의하자면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유형‘입니다. 여기에서 업무상 요구되는 감정상태란 바로 소비자들을 대하는 기쁘고, 즐겁고, 호의적인 마음가짐이고, 감정노동자들은 그런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계속 고개 숙여야 하는 판매원, ’사랑합니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해야 하는 콜센터 상담원, 90도로 절하며 소비자를 맞이하는 접객서비스 종사자들이나 안내원들이 감정노동자죠. ’고객감동‘, ’고객제일주의‘ 속에서 감정노동자들은 힘들고 몸이 고되도, 반복되는 인사에 지쳐도, 심지어는 무리한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죄송하다고 원치 않는 사죄를 반복하면서 지쳐갑니다. 우리나라 270만 여명이 판매나 음식점업 등 서비스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니, 일하는 여성의 상당수가 감정노동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매원, 레스토랑 접객원 등 여성 감정노동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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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짓는 여성 감정노동자, 속은 숯덩이
“사람들한테 쌍욕 듣고 자식 같은 사람들한테 욕 얻어먹고 그런다는 거 알면 여기 와서 계산일 할 사람 없거든요. 뭘 하나를 줘도, 돈도 그렇고 거지 돈 적선하듯이 딱딱 던져주는 거예요.” “고객한테 욕을 먹어도, 내가 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면 같이 일하는 직원한테 피해를 주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죠. 간다고 해도 복도나 화장실이에요. 그냥 눈이 뻘개져도 매장에 서 있어야 되는 거예요.”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난 여성 감정노동자들은 소비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서 현명한 소비를 돕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일하면서 돈도 벌고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성취감도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말이나 하대, 무리한 요구, 막상 잘못이 없어도 무조건 소비자들에게 빌어야 하고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인사와 표정 관리를 강요당하는 상황 때문에 고통이 적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꼭두각시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자존심도 상하고.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긴 하지만 진짜 좀 우러나는 고객 서비스가 아니고 시켜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많이 그렇죠.”
“누가 들어도 우리가 잘못한 거 아니어도 죄송하다, 이야기해야 하는 거고. 우리 직업에 대해 너무 화가 나고. 하루 종일 말도 하기 싫다가, 그게 집에 가서 애들한테 가고 신랑한테 가는 거죠.” 여성 감정노동자들이 일하면서 감정적으로 소진되고 더욱 지치는 것은 ‘여성은 친절하고 상냥하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사회적으로 상당수 여성들이 수행하는 감정노동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여자들 하는 일이고, 하찮은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러니까 저희한테 폭언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것 때문에 우리는 상처를 입는 거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거고.” “매너가, 그냥 있었으면 좋겠어요. 매너 중에 뭐 하나 말고 매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존중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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