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든 걸 접고 있지만
지난 투쟁과정과 천막농성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시집으로 묶어서 출간했습니다.
노동조합을 어렵고 힘들게 이끌고 있는 현장의
있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자
몸으로 겪고 느낀 그대로 쓴 글들입니다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 잘 났거나 못났거나, 많이 배웠거나 배우지 못했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사장이거나 노예이거나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하다. 나라 대표가 선진국을 들먹이고 국격을 들먹이는 중에도 많은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4대강 파헤치기는 스무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계속된다. 돈을 가진 자들은 법과 자연환경을 존중하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불리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골프장 사업이다. 수려한 산자락이면 어김없이 골프장이 들어선다. 골프장이 아니면 먹고 살 길이 없어서인가. 자연을 훼손하고 농약을 뿌려대는 곳이 골프장이 아닌가. 권력과 재산을 가진 자들의 신분상승처가 골프장 아니던가. 그곳에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피땀 흘리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버려지고 있다. 대화라는 건 애시당초 형식에 불과할 뿐, 자연산림을 훼손하는 양심에 평등과 존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방통행뿐이다. 나도 전국을 돌며 일을 했지만 느끼는 것은 처절함이었으며 솟아오르는 것은 분노였다.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현장의 한 노동자가 쓴 글은 그 비통한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마솥에 사골 넣고/장작불로 몇 날 며칠/사골 뼈 깊숙이 우려내서/천공이 뚫리도록 우려내서/우려낼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사골 뼈”가 곧 건설현장의 노동자이다. 일제시대도 아니고, 유신독재,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도 아닌데 사용자들의 의식은 전혀 변하지 않고 군림하려고 한다. 이런 나라에서 어찌 국격을 논하고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진정 노동자들이 벗과 가족과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살날은 그 언제란 말인가.
김기홍(노동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