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회원관리수수료 삭감 반대’ 농성 900일째 | |
단협복원·해고자복직 요구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해야” 회사쪽 대화않고 법적대응 |
재능교육 해고자 황창훈(38)씨는 지난 1일 서울 혜화로터리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재능교육 주차관리 직원한테서 주먹으로 맞고 발로 짓밟혔다. 이렇게 폭행을 당한 게 이번만은 아니다. 그는 “2008년 회사 쪽 사람들한테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구속까지 됐다. 하지만 농성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학습지노조 서울경기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무얼 더 얻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파기된 단체협약의 복원과 해고자 복직뿐입니다.”
재능교육 노조의 ‘싸움’이 7일로 무려 900일을 맞는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노조와 회사는 평행선을 달렸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져 사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농성 첫날인 2007년 12월21일 노조의 천막이 회사 쪽의 물리력에 막힌 이후 지난 900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후 천막 철거, 직원들의 폭력, 노조원에 대한 고소·고발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2008년 11월 회사 쪽은 ‘단협 해지와 전임자 복귀 통보’를 거부한 노조 지부장과 사무국장을 해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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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교육 노사의 진통은 2007년 5월 체결된 단체협약이 발단이 됐다. 재능교육 소속 교사들은 1999년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노조를 만들었고 매년 단체협약을 맺어왔다. 하지만 2007년엔 회사 쪽이 교사들의 ‘회원관리 수수료’(사실상 임금)를 1인당 10만~100만원 정도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 집행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조합원들이 이에 반발해 노조 집행부가 바뀌었고, 그때부터 투쟁이 시작돼 지금에 이르렀다.
결국 노조와 회사 사이 갈등의 핵심은 ‘학습지 방문교사’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회사에 고용돼 업무지시와 월급을 받지만, 이들을 자영업자로 취급하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황창훈 본부장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학습지 교사는 정규직이었다”며 “회사 쪽에서 임금·관리비용을 아끼려고 만든 위탁계약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또다른 학습지 회사인 한솔교육은 지난해 말 방문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한편 재능교육 쪽은 “전임 노조와 체결한 단협을 다음 노조가 인정하지 않아 단협을 파기했다”며 “노조 쪽에서 구체적 방안을 내놓으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손준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