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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노조소식


강남 한 복판 테헤란로의 여전사..르네상스호텔노조 조합원들


노동방송 <지금은 노동자시대> 현장방송 인터뷰

김현선 기자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
  
  특1급 르네상스 호텔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다 말고 아주머니들이 마중(?)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네 어머니와 닮아있었다. 행여 기자가 찾아오는 길 헤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다들 대로변 달리는 차들에 시선을 뗄 줄 모른다.
  
  그녀들의 마중은 그렇게 따뜻했다.
  
  르네상스호텔은 1998년도에 오픈했다.
  오픈과 함께 공채1기 정규직으로 입사한 이옥순 위원장을 비롯해 룸메이드 아주머니 노동자들은 2001년 12월31일까지 정규직노동자였고 하루가 지난 2002년 1월부터 비정규직노동자로 살아야만 했다. 회사는 경영악화라는 이유(?)를 들이대면서 싸인을 강요했다. 2001년 12월 호텔측은 명예퇴직을 강요하며 퇴직위로금과 퇴직금을 입금했고 20여명이 그렇게 용역업체 소속으로 강제전환됐다.
  
  

△피켓시위를 벌이고있는 르네상스호텔노조 조합원들 ⓒ함소란 르네상스노조 사무국장 블로그

  
  용역전환을 강요받던 그 장면을 아주머니들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90년에 입사했다는 정현숙 조합원.
  
  "용역전환당시 면담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둘은 안되고 한 명씩만 들어오라고 하더라구. 자꾸 싸인하라고 해싸서 만약 안쓰면 어떻게 되는냐고 물었더니 '정현숙씨 그 나이에 그러면 프론트에 앉혀놓으면 할 수 있겠어요?' 이러더라구. 집에서 살림만 하고 왔다고 또 나이들었다고 업수이 여긴거지."
  
  배길자 조합원은 당시 회사최고간부의 말처럼 정말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단다.
  
  "18년동안 내가 집하고 호텔만 왔다갔다하면서 그렇게 일해왔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회사를 사랑했는데 정말 그 간부 말처럼 회사가 어려우니까 전 직원이 함께 나누어야하는 아픔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게 회사는 우리를 속였어."
  
  당시 한국노총 산하 정규직노조의 조합원으로도 열심히 활동 했었지만 노조는 아무런 힘이나 방패가 되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용역으로 강제전환된 이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예전에는 30분이나 1시간정도만 일찍 출근하면 일과가 끝나고 그랬는데 2시간을 일찍 출근하고 1~2시간 늦게 퇴근을 해야 겨우겨우 퇴근할 수 있는거야. 명절에도 정규직 직원들 한테는 10만원짜리, 우리한테는 만원도 안되는 걸 선물이라고 차별하고.. 그건 그래도 견딜 수 있었어. 회사가 어렵다고 우리 보고 싸인하라고 해놓고 정규직 직원들 월급은 기다렸다는 듯이 인상이 되는데 우리가 속은거 아니고 뭐겠어."
  
  용역회사로 옯기기 전 평균연봉 3,500만원을 받던 이들이었지만 용역전환 이후 그들의 연봉은 1,500만원이하로 떨어졌다.
  
  회사가 어렵다고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싸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은 월급 봉투를 받는날, 그렇게 정규직으로 살아남은 옛 동료들의 얼굴을 기가죽어서 쳐다볼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녀들은 뒤돌아서 울음을 토했다.
  
  그런 아주머니들이 2002년 르네상스노조를 결성했고 2004년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6월5일까지 직접고용하라는 노동부 판정이 났지만 호텔은 끄떡도 하지않았다. 2005년 12월 용역회사는 12월31일로 계약만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12월31일 계약해지했다.
  
  "우리가 노조를 만들고 나니까 호텔에서 정말 사람을 잡드라구. 다들 10년넘게 길게는 18년동안 룸메이드로 일해온 객실 속속들이 손바닥보듯 훤한 우리보고 객실 하나하나마다 재떨이 갯수가 몇 개인지, 컵이 몇 개인지 다 점검하래."
  
  "어디 그뿐이야? 세탁실에 갖고가는 이불 커버도 반듯이 접으라고 지시를 하는거야. 안 접으면 말도 안되는 교육시간이라고 잡아놓고..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2년동안 산재치료를 받았어."
  
  아직도 그 후유증으로 가슴앓이와 병치레를 하고 있다는 최옥련 조합원, 남편은 그 충격으로 자신보다 몸이 더 나빠져있다.
  
  그녀들은 오늘로 205일째 르네상스호텔앞에서 원직복직투쟁을 전개하고있다.
  
  오전9시 호텔앞으로 출근을 해서 5~6시까지 홀수날은 1인시위를, 짝수날은 집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노동부에서도 그녀들을 호텔이 직접 고용해야한다고 판정했지만 그들의 투쟁은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추운 겨울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신문지 한장 깔고 앉아 시작한 투쟁이야기를 들어보자.
  
  "1월1일부터 호텔앞에서 투쟁을 시작했는데 우리에게 천막이 하나있어 뭐가 있어.. 테헤란로 한복판, 그렇게 추운지 그때 알았지. 호텔 뒤 큰 빌딩 1층휴게실에서 의자에 앉아 몸을 녹이고 있는데 경비아저씨가 나가라고 막 몰아내는 거야. 울면서 다들 쫒겨나왔어. 건물 밖에 비닐로 칸막이를 한 흡연실이 보이더라구. 그 안에 난로가 따뜻해 보이길래 들어가서 쬐고 있는데 거기까지 쫒아와서는 난로를 아예 들고가... 참 서럽드라구."
  
  이제 그녀들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투쟁을 하고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그녀들은 돌아오는 8월이면 그나마 얼마안되는 실업급여조차도 끊겨 당장 차비부터가 암담하다.
  
  

△ 그녀들이 거의 강탈했다는 서비스연맹 봉고차 ⓒ함소란 르네상스노조 사무국장 블로그

  
  "지금 우리가 쓰고있는 봉고차도 서비스연맹에서 거의 강탈하다시피해서 뺏어온 거야. 우리들 거의 대부분이 50이 넘었는데 투쟁하다가 다리도 쉬게 해줘야 하잖아. 피켓이랑 현수막이랑 넣어 놓을 공간도 없고. 또 어디 한번 투쟁하러 갈 때 마다 차비가 만만치 않아. 해서 그냥 뺏어왔지. 그냥 눈감아 주는 서비스연맹에 감사할 뿐이지. 그네들도 많이 불편할텐데.."
  
  함소란 사무국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괴씸하다
  
  "우리들처럼 열심히 일한 사람 눈에 눈물나지않게 해주겠다고 그러지않았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그런데 대체 언제 닦아주려는 건지 몰라"
  
  요근래 며칠동안 몸이 아파 투쟁에 자주 나오지 못했다는 정현숙 조합원은 "내가 며칠만에 빨간 투쟁조끼 입고 나타나니까 호텔사람들 눈이 휘둥그래 지더라구. 이제 한명 접었겠거니 생각했나봐. 어림반푼없는 소리 하덜 말어" 라면서 이번에 아주 호텔이 잘못했다는 걸 반드시 증명해내고야 말겠단다.
  
  서울 강남, 화려한 테헤란로 거리에서 그녀들은 변변한 천막하나없이 오늘도 따가운 햇볕을 야무진 모자하나로 버티며 투쟁을 하고있다.
  
  그녀들의 구호는 시리다.
  "동지들이여 아프지말고 끝까지 투쟁하자!"
  
  

△그녀들의 구호는 시리다 ⓒ함소란 르네상스노조 사무국장 블로그

  
  원직복직을 쟁취하고나서 꼭 한번 남들 한번 다 가보는 외국여행을 하기로 손가락을 걸었다는 그녀들의 왁자지껄한 얼굴마다에는 이미 승리소식이 한 걸음 내달려와있다.
  
  얼마전 르네상스호텔노조, 그녀들의 투쟁이 매스컴을 조금 타기 시작했을 무렵, 어느 아저씨의 삿대질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더란다.
  "이 나쁜 놈들아!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을 내버릴 수 있느냐? 사람으로 치면 조강지천데 조강지처 버리고 잘된 놈 하나 못봤다!!"
  
  그렇게 그녀들은 하나씩 잃어가기도 하지만 하나씩 아니 그보다 더 큰 지원군을 얻어가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서남례 조합원이 작사(?)를 했다는 '마음 약해서' 의 개사버전

  
  18년동안 근무했다네, 뼈빠지게 일했다네
  하루아침에 사표썼다네,공갈협박 당했다네
  생각하면 그 얼마나 억울했던가
  나 혼자서 길을 가면 눈 앞을 가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네
  불법파견에 월급깍일때, 나는 그만 울고 말았네
  
  법을 몰라서 해고 당했네 호텔간부 음모에
  노조드니까 괴롭히데요 날마다 감시하데요
  생각하면 그 얼마나 분노했던가
  나 혼자서 길을 가면 눈앞을 가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네
  파견 철폐해 원직복직해 르네상스 원직복직해
  
  불법파견에 해고당했네 찢어지는 이 가슴
  파견노동자 없는 세상을 다함께 만들어봐요
  생각하면 그 얼마나 괴로웠던가
  나혼자서 길을 가면 눈앞을 가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네
  파견철폐해 원직복직해 투쟁으로 원직복직해
  파견철폐해 원직복직해 투쟁으로 원직복직해





2006년07월26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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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해주신 동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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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19 by 르네상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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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감사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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