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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노조소식



[단독]포천힐스 골프장, 농약묻은 잔디·아스콘 대량 불법매립 확인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이사...시청·경찰서, “장소 몰라 아직 조사 못해”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아스콘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포천힐스 골프장 인근 부지

아스콘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포천힐스 골프장 인근 부지 ⓒ민중의소리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포천힐스' 골프장이 아스콘과 잔디쓰레기 등 폐기물을 대량으로 불법 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에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이사로 재직 중이어서 포천시와 경찰이 조사에 미온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경기도 포천군 군내면 상성북리에 위치한 포천힐스 골프장 노동자들은 2일 <민중의소리>와 만나 이 골프장이 아스콘과 잔디쓰레기 등을 불법적으로 매립했다고 폭로했다.

땅 위에 굴러다니는 아스콘...“15톤 트럭 3~4대 분량 매립했다”

아스콘 덩어리를 들고 선 최태화씨

아스콘 덩어리를 들고 선 최태화씨 ⓒ민중의소리

 
 
아스콘은 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줄임말로 주로 도로나 주차장 등을 포장하는데 사용된다. 사용후 철거된 폐아스콘에는 제조공정에서 나온 AP유(속칭 하급 아스팔트유)가 다량 함유돼 있어 매립시 침출수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천지역골프장노조 위원장 최태화씨는 “포천힐스 골프장을 조성하던 2009년 여름, 폭우로 클럽하우스 앞이 붕괴돼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된 폐아스콘을 트럭으로 옮겨 매립했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찾아간 포천힐스 골프장에 인접한 논에는 한눈에도 아스콘으로 보이는 조각들이 굴러다녔다. 해토된 땅을 손으로 살짝 걷어내자 곳곳에서 시커먼 폐아스콘 덩어리가 드러났다. 최씨는 이 땅이 포천힐스 이내풍 이사의 소유지라고 밝혔다.

최씨는 “원래 이 땅은 지대가 낮은 곳이었는데 아스콘으로 메워 주변과 비슷한 높이의 평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작업한 동료가 15톤 트럭으로 3~4대 분량을 매립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폐아스콘은 해당 지자체에 신고한 뒤 폐기물 관리 업체를 통해 반출 및 처리해야 하지만 포천힐스는 아스콘 반출 및 매립을 포천시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 키만큼 파서 잔디쓰레기로 메우고 흙으로 덮었다”

불법 매립된 아스콘이 발견된 위치에서 30~40m 떨어진 곳에서는 불법으로 매립된 잔디쓰레기도 발견됐다. 주변 토질과는 육안으로 구별될 정도로 시커먼 부분을 들추자 썩은 풀더미가 그대로 드러났다.

시커멓게 썩은 잔디쓰레기

시커멓게 썩은 잔디쓰레기 ⓒ민중의소리



일반적으로 골프장에서는 잔디를 고르게 유지하기 위해 독한 농약을 다량으로 뿌린다. 이 때문에 '예지물'이라고 불리는 잔디 깎은 쓰레기는 독성농약이 다량 함유돼 있어 함부로 버릴 수 없게 돼 있다.

골프장에서 잔디쓰레기를 보관하려면 비에 젖거나 다른 곳으로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창고를 지어야 하며, 처리 시설이 없을 경우 위탁 업체에 맡겨해야 한다. 최씨에 따르면, 포천힐스는 잔디쓰레기 처리 시설을 갖추기 전인 2009년 시청에 신고도 하지 않고 트럭을 이용해 무단으로 쓰레기를 매립했다.

최씨 등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포천힐스 측은 굴삭기로 폭 5m 정도의 직사각형 구덩이를 사람 키 높이만큼 파서 잔디쓰레기를 매립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관리자들에게 '무단으로 매립해도 돼냐'고 문의했으나 관리자들은 “무조건 묻으라”고 지시했다. 최씨는 “당시 작업자들은 잔디쓰레기를 잠시 묻었다가 정상적으로 처리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포천힐스 골프장 노조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는 조광태씨는 “2009년 5월부터 10월 말까지 하루 평균 1톤 차량 1~2대 분량을 땅에 묻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잔디쓰레기가 썩으면서 시커먼 썩은 물이 나오고 냄새도 아주 심하다”며 불법매립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스콘과 잔디쓰레기를 매립한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이 지하수를 식수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최씨와 조씨는 폐기물 매립 장소가 지대가 높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어서 마을 주민은 폐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씨는 “최근 구제역으로 침출수가 문제되는데 잔디쓰레기의 농약도 인체에 매우 유해해 식수가 오염될 수도 있다”고 말했했다.

전 검찰총장이 골프장 이사, 시청과 경찰서 조사 미온적

포천시와 경찰이 포천힐스 골프장의 폐아스콘 및 예지물 불법 매립 관련 조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는 지난 1월초 포천힐스 골프장의 불법 매립과 관련한 민원을 시청 환경과에 접수했다. 최씨는 “시청 직원에게 아스콘 폐기 장소를 정확하게 알려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청 담당직원 A씨는 “최씨가 300~400평의 부지를 알려줬으나 어느 곳에 매립됐다고 지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기물 불법 매립은 형사 처벌 사항으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곧 시청에서 경찰서로 통보됐다. 그러나 경찰은 “장소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현장 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지표면으로 드러나 굴러다니는 폐아스콘과 듬성듬성 썪은 풀더미가 보이는 잔디쓰레기에 대한 조사는 2개월 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청과 경찰은 지난 2월18일 굴삭기 등을 동원해 아스콘 매립지를 파겠다고 나섰으나 이 과정에서 최씨가 민원인이라는 사실이 회사측에 알려졌다. 경찰과 시청은 회사측 관계자를 대동한 채 최씨에게 발굴 현장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시청에 의해 내부 고발자인 최씨의 신원이 회사 측에 알려졌다”며 “민원인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시청과 경찰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불법 매립 현장이 정확히 지목되면 즉각 조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최씨가 시청 직원에게 지목한 곳에 아스콘 덩어리가 이미 굴러다니고 있다”며 “시청과 경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포천힐스 골프장을 운영하는 (주)은강엘엔디에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이사로 등록돼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씨와 조씨는 “직원들은 신 전 총장을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직원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포천힐스의 실질 소유주가 신 전 총장이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지역 언론 역시 지난 28일 신 전 총장에 대해 “직원들이 회장이라고 부르고 있어 실질적인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신 전 총장은 포천힐스 조성을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담보 제공과 대출금 지급보증 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돼 신 전 총장의 실질적인 위치와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한편 (주)인강엘엔디의 이진행 총무과장은 "폐기물을 적법절차에 따라서 업체에 위탁 처리한 적은 있어도 무단으로 매립한 적은 없다"며 "최씨 등이 응하면 언제든 조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천힐스 골프장

포천힐스 골프장 ⓒ포천힐스 홈페이지

 
 
고희철 기자 khc@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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