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화(33)씨는 지난 2008년 10월 포천힐스골프장 건설공사 현장에 측량보조업무로 입사했다. 골프장측은 "2009년 개장하면 공사에 참여했던 직원들의 노고에 보상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최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평균 15시간 가까운 중노동을 견딘 이유다.

그런데 골프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09년 5월 골프장이 완공된 후부터 잔디와 수목을 돌보는 코스관리 업무를 맡게 된 최씨는 근무한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포천힐스골프장의 원청회사인 은강엘엔디가 아니라 하청업체인 은강개발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마저도 노조가 생기자 골프장측은 은강개발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노조 간부들을 줄줄이 내쫓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8일 포천골프장노조(위원장 최태화)는 “포천힐스골프장이 지난달 24일 일방적으로 은강개발과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이달 1일 노조간부 3명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사실상 노조 무력화를 위한 표적 해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코스관리 용역계약을 해지한 골프장측은 비노조원들을 직접 채용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승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모영 노조 부위원장이 계약해지됐다. 이 부위원장도 2009년 포천힐스골프장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줄 알았다가 1년 뒤 은강엘엔디 소속 계약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노조 간부를 맡자 회사가 1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했다”며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위장도급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은강엘엔디와 은강개발 간에 코스관리 업무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고 하지만 노조가 결성되기 이전인 지난해 7월까지 두 회사가 동일한 업무공간에서 일을 했고, 코스관리 노동자에 대한 채용부터 업무지시까지 은강엘엔디 총무팀에서 직접 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관리 업무뿐만 아니라 락커·골프용품 판매 등 골프장 전 업무에 걸쳐 정규직과 기간제·하청노동자들이 섞여 근무하면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골프장 운영에 꼭 필요한 코스관리 등 상시업무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