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우리는 조광태
새벽별 보고
저녁별 보는 시간까지
한 달에 400시간이 넘는 작업시간을
흙투성이 몸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골프장공사 완공하기 위해 정해진 오픈을 위해
엔진톱으로 벌목을 하고 우수관을 묻고
그린 티 페웨이 조성공사를 했습니다
집중폭우에 무너지는 코스벽면에 비닐을 칠 때는
순식간에 덮치는 흙무더기에 빠져서
온몸이 묻히는 사람 허리춤까지 묻힌 사람
흙무더기 속에서 빠져 나오는 몸부림이 클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수렁이 된 골프장에서
우리들은 흙무더기에 막혀 만수가 된 맨홀 두껑을 열려다
죽음으로 빨려 들어 갈 뻔 했던 아찔한 순간들을
이겨내면서 아득하고 끝없을 것 같았던
수십만평 골프장 27 홀 공사 완공 됐는데
우리보고 쓸 만 한 놈 없으니 가란다
사표 쓰고 가란다
우린 천둥 번개 온몸으로 버티며 밤샘으로
일 할 때마다 달콤하게 유혹했던 약속
정해진 공사기간 1년 안에 끝내고
오픈 할 수 있게 해주면
여러분이 바라는 거 그동안 고생한 거
보상해 준다는 약속 어떻게 된 거냐고
어렵게 얘기 한 죄 밖에 없는데
한달400시간 넘는 작업으로
좃 빠지게 일한 죄밖에 없는데
그만두고 가란다
이것 보시오
사장놈! 회장놈아!
흙투성이 몸으로 사는 사람들
허술하게 몸 부대끼며 산다고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고
함부로 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나
부려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려 먹었다고
헌 신짝 처럼 버림받아도 되는가 우리는
우리의 피땀은 골프장 곳곳에 흘려있고
우리의 눈물도 곳곳에 맺혀 있고
내 사랑하는 이들 간절함도 맺혀있기에
그대들이 등 떠밀어도 갈 수 없습니다
골프장 주인 돼서
일하려는 간절함만 있는
우리들 쫓아내는 벼락 치는 말 한마디에
시퍼런 비수 같은 말 한마디에
우리 가슴은 매서운 겨울 한복판입니다
만물은 겨울의 긴 터널을 건너
봄이 향연을 위해 나무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꽃이 피고 잎을 틔우는
살아있는 이유의 증명들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봄날에
우린 이대로 쫓겨 갈 수 없지요
산등성이 같은 부당함과 싸우고
우리목숨을 걸고 싸워서
노동자를 함부로 하는 사슬을 풀고
노동해방의 그날을 만들겁니다
-대화 국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습니다
고용승계없고 좋은 직장 알아보라고 하네요
사장이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