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평화협정의 들러리가 돼선 안 되고 말고

<조선일보>는 “미∙북 평화협정 논의 제대로 알고나 있었나”제목 사설에서 ‘과거에도 북미합의 들러리’ 선 적이 있었다면서 대북제재에 ‘미국을 적극 견인’하고 ‘중국에 더 이상 평화협정론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한다고 주장한다. 이거야 말로 식민지사대외교의 뿌리깊은 정신에서 나오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왜 미국에 들러리를 서고 있는지 모르는 스스로의 고백이라 할 것이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미국은 수십년 동안의 적대국가였던 베트남, 이란, 쿠바와도 국교를 정상화하였다. 자신들의 이해타산에서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과 북한이 북미협상을 타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것이다.

한국이 북미협상에서 들러리를 설 수밖에 없는 것은 주권국가로서의 주체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라 미국에 군사작전권을 내준 채 미국핵우산에 의지하면서 미국 눈치만 보는 아주 비참한 주종관계의 굴욕적 자세 때문이다. 하기야 친미주의자들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미국을 견인한다든지 중국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든지 하는 꼴이 우스울 뿐이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세계 전쟁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방생할 터인데 그것은 곧 파멸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남북 당사자가 먼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협상을 전개해야 한다. 북미든, 6자회담이든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당사자인 남북대화가 강대국의 군사외교전략의 들러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동아일보>는 “북미 평화협정 논의, 한미 공조위험 신호 아닌가”제목 사설에서 ‘지금은 대북제재를 위해 한미공조’ 할 때라고 주장한다. 한미동맹이니까 미국은 무조건 한국과만 대화한다?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대화의 창구는 다양하게 열려 있는 게 세상의 모든 이치이고, 특히 복잡다단한 국제관계에서는 일반적인 원리이다. 세계 GDP의 20%를 생산하고, 지구상에 1000여개의 미군기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 세계 군사비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군비를 지출하는 강대국 미국이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한국 하나만을 쳐다보고 외교정책을 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양다리가 아니라 지네다리라도 걸칠 판이다. 이 사설은 결론적으로 ‘외교 당국 위기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한다고 푸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외교가 그렇게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떻게 들러리를 서며 이용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의 수구보수지배이데올로기 특히 동아일보류의 먹통이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는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는 “야, 국정원의 대테러 총괄기능 거부할 이유 없다”는 제목 사설에서 ‘국정원을 권위주의 정권 사절의 프리즘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지금 박근혜정권은 권위주의가 아니라는 말인데 정말 그런가? 권위주의 시대 국정원은 국내 정치사찰과 불법감청, 불법선거개입, 간첩조작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일 텐데 지금은 전혀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인가? 이 사설은 ‘감청 없는 정보 수집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의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밥 타령 말고 야당이 필리버스터 논쟁에 참여해 서로 토론하면서 국민들과 소통하며 공론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공항이 뚫렸나? 정권의 낙하산 인사와 경비보안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 모두 비정규직노동자를 고용해 놓고 테러방지법 만들면 테러 를막을 수 있다? 국무총리가 국가 대테러기구 총괄 책임자인지도 모르고 국회 나와서 버벅거리면서 그 종이쪽지 법안 만들어서 뭐 하려고? 불법을 일삼은 집단에게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려고? 내년 대선에서 또 재미보려구?

<한국경제신문>은 “지방 땅값 급등, ‘그 이후’도 대비해야”제목 사설에서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강조했다. 지구 표면인 토지를 인간이 자본을 투자를 했나, 노동력을 투입해 흙을 창조했나? 왜 효율적으로 이용한다고 난리지. 효율적 이용만 강조하면서 토지의 사적 소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토지의 평등(형평)이용권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토지는 그저 투자 아니 투기의 대상일 뿐이다. 불로소득의 원천일 뿐이다. 땅값 급등을 효율적 이용으로만 설명할 뿐 소유문제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불법점유일 뿐이다. 토지의 공공적 소유와 공공적 이용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 물론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은 “야성적 충동! ‘세계경제.금융 컨퍼런스’의 위기 해법”제목 사설에서 한경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회의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기업가 정신 고취’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규제개혁 혁파와 투자유도, 기술혁신과 생산 제고’를 주장한다.

오늘날 기업가 정신이란 것이 세계자본주의체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위기탈출 해법인데 결국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이윤(먹잇감)을 창출하는 경영해법이다.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다가 일터에서 쫓겨나가는 것은 그들에게는 관심 사항이 아니다. 공황적 위기에 직면한 괴물같은 자본주의체제를 구하는 해법만 있으면 된다. ‘애니멀 스피릿’? 어디서 많이 들었던 얘기다. ‘에코노믹 애니멀’! 물신주의 시대, 노동은 어디에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공장도 못 짓는 나라에서 무슨 투자 늘리나” 제목 사설에서 삼성전자가 평택에 거대한 공장을 짓고자 하는 데 경기안성지역이나 충남 당진 주민들의 송전선로와 변전소공사 반대에 부딪쳐 전력부족으로 어려움에 빠졌다고 한다. 밀양이나 청도 송전탑이 생각난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나 공장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하기 위해서는 농촌마을이나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알 필요가 없다는 악몽이 떠오른다. 국가가 하는 사업이니까, 아니 재벌자본가들이 하는 사업에 무지랭이 노동자, 농민들이 왜 반대하느냐는 겁박처럼 들린다.

지역주민들의 생활공간을 파괴하면서 들어서는 거대 공장, 특히 다국적 기업의 공장들은 고용 면에서도 중소기업의 고용에 미치지 못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보다 훨씬 값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재벌 대기업의 이윤을 늘려준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공원법이니 뭐니 들이대면서 강제(행정)대집행을 통해 폭력적으로 짓밟고 자본가들이 필요한 공장을 세울 것이다. ‘공장도 못 짓는 나라’?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 국토가 공장인데 무슨 소리인가?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변화 거부하는 귀족노조 더 이상 설 자리 없다” 제목 사설에서 대법원이 사측이 현대차 지부에 제공한 부동산과 차량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한 데 대해 귀족노조라며 공격하고 있다. 엄밀하게 노동조합법 상의 부당노동행위는 사측이 노조를 지배개입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다. 그런데 현대차지부가 그걸 제공받고 지배개입당하는 어용노조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사설은 노조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현대차를 공격해야 한다. 부당노동행위 즉 불법을 했기 때문에. 30여년 간 노사합의로 회사의 공간이나 비품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이를 귀족노조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회사의 공간에 위치한 노조사무실도 불법점거가 된다. 당연히 방 빼고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전기, 물 쓰는 것 모두 불법이다.

회사 중역들이 회사차량으로 개인 볼일 을 보러 다니고, 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고, 회사 법인카드로 가족이나 개인 소비에 쓰는 것이나 제대로 지적하고 감시 감독하라!

물론 본부가 울산에 있지만 5만명 넘는 조합원이 전국에 산재해 있어, 전임자들이 수도권에 출장을 갔을 경우 필요한 숙소를 회사로부터 숙소를 제공받아 왔거나 전국적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회사차량을 제공받아 온 관행을 이번 기회에 없애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사설이 지적한 대로 ‘한국노총은 정부에 34억 예산’도 이번 기회에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설이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총은 사업비는 받지 않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사무실 임대료 역시 돌려주고 독립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설은 민주노총 소속 아닌 대공장 노조들에서 사용자로부터 그 보다 더한 지원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그 곳은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회사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노조관료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이 깍이든 말든, 해고되든 말든 모른 채 하면서 자본가의 노무관리부서로 전락한 사업장들도 들춰 내길 바란다. 그들은 귀족노조가 아니고 황(왕)족노조라서 안 건드리는 건가? 현대차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결국 투쟁하는 노조의 꼬투리를 잡아 귀족노조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설은 또 ‘노조조직률 10.3%’밖에 안 된다는 점을 들어 공격하고 있다. 노조조직률과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다. 프랑스는 노조조직률 8%이지만 정부나 자본의 훌륭한 정치적 파트너다. 새누리당이나 야당 당원이 몇 명인데 국고보조금 수백억씩 받아쓰고 있는지 아는가?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 2016.2.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