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아니라 노동자 연대만이 살 길

사회보장정보원 봉혜영 분회장은 대회 모두 발언에서

“2012년 말 대통령 선거기간에 박근혜 후보는 자기가 당선되면 공공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선 된지 3일 만에 우리는 해고됐으니 거짓공약이었다. 비정규직해고노동자들은 법을 만들어 달라 것이 아니라 지금도 있는 부서에, 일하던 자리에 보내달라는 거다. 그게 왜 안 되나? 신임원장이 오면 대화하겠지만 안 되면 투쟁할 수밖에 없다.”

한남운수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해 6년 째 복직투쟁 중인 서울경기강원버스정비지회 이병삼 동지의 투쟁이야기 시간이다. 사회는 역시 사회보장정보원에서 해고당한 채 3년 넘게 투쟁 중인 봉혜경 동지가 맡았다.

사회 : 사회보장정보원 원희목원장은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강남에 국회의원 출마하려고 사표를 내고 떠났다. 다음 원장이 누가 되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오늘은 이병삼 동지를 모시고 얘기를 듣고자 한다. 먼저 해고와 투쟁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이병삼 : 나는 1986년 한남운수에 버스정비사로 입사해 24년 일하다 2010년 해고당했다. 2004년 버스에 준공영제가 도입됐다. 버스노동자들의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 박복규 대표가 인수 후 정비사들의 시련이 시작됐다. 1998년 IMF 이후부터 정비사들을 줄이고 연봉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한국노총 버스노조는 대부분 유니온숍으로 입사 후 자동 조합원이 되는 데 비정규직들은 조합에 가입하지도 못했다.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정비사 30%가 정리해고 됐다. 1998년 이전에는 회사 채권자였던 현 회장 박복규씨가 헐값에 회사를 인수했다. 노ᅟᅩᆼ자들 임금 15%를 삭감했고, 정비사를 해고했다. 정비사 6명을 운전부서로 발령냈다.

사회 : 준공영제 이후 지자체의 감시감독은 없었나?

이병삼 : 일반시민들은 이 구조를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운송수입금을 서울시가 관리하는 데 모자는 부분(적자)은 서울시가 지원해 준다. 지하철이 증설되면서 버스회사들이 도산직전에 빠졌을 때 이명박이 살려 준 셈이다. 정비부문은 사용자가 손대기 쉬웠다. 버스 한 대 당 정비사는 몇 명으로 줄이고, 임금을 줄여 사업주는 이득을 취했다. 한남운수 뿐 아니라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사회 : 해고 후 6년째 투쟁하고 있다. 2013년 공공운수노조 정비지회를 만들고 본격 투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천막 농성은 치기도 어렵고 침탈 등에 따라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하고 있나?

이병삼 : 2009년 2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비사 6명을 운전직으로 전환배치 통보했다.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임금을 삭감하고 급여체계를 변경하고 비정규직화 했다. 그 때부터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출근하면 골방에 가둬놓고 괴롭혔다. 신경이 곤두서고 잠을 잘 수 없었다. 약을 먹어야 하고 술을 마셔야 했다.

겨울이 되면 그 기억 때문에 더 춥다. 아무 잘못도 없이 정직을 당했다. 법에 기대어 안 해 본 것이 없이 다해봤다. 결론적으로 법은 우리 편이 아니다. 노동자를 위한 법은 없다. 직업선택권(정비사)과 관련해 1심법원에서 부당해고로 판정을 받은 적 있지만 그 판결은 모두 졌다.

2월에 대형면허를 취득했는데 회사가 그걸 어떻게 알고 5월에 발령을 냈다. 버스를 몰고 나가라는 것이다. 운전면허만 땄지 시내에서 헌 번도 몰아보지 않았는데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형면허 반납하는 제도가 있길 래 면허를 반납했다. 지시불이행이라면 해고했다. 고법에서는 야간당직 등을 거부했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 당시 4살짜리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어 저녁에는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하는 등 어려울 때였다. 버스에 전구가 나갔는데 그걸 정비하지 않았다는 것도 해고 사유였다. 전날 정비할 때는 전구가 멀쩡했는데 그 다음 날 나간 것을 어떻게 정비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사회 : 천막 농성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이병삼 : 2010년 해고당했을 때 아무도 없었다. 한국노총 소속이었으니까 그 곳에 찾아갔다.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위원장에게 물어보니 회사가 옳다며 회사 편에 섰다. 그래서 가리봉동에 있는 구로노동삼담소를 찾아갔다. 소장이 말했다. “무릎을 꿇으면 사람인 걸 포기하는 거라고.”

그래서 2012.7.19, 민주노총으로 조직변경 했다. 그러나 함께하는 회사 동료들은 바깥으로 나올 수도 없었다. 깡패를 동원해 활동을 일일이 확인했다. 정비지회 동료들이 1인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천막을 치기에 이르렀다. 투쟁은 더 많아지고 솔직히 말해서 천막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버스정비사가 감소하면서 예방정비가 안 되고 따라서 승객들의 안전도 그만큼 위험해 진다.

사회 : 법, 제도, 기구 등 어느 것 하나 노동자를 위한 것은 없다. 자본가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거리투쟁, 연대도 해야 하고 개인적 어려움이나 고민도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병삼 : 노동자들의 삶이 다 그렇지만 그 달 급여는 대부분 앞당겨 쓴다. 그런데 해고 되고 3개월 되면 경제적으로 휘청한다. 그래도 주변에서 동지들의 도음이 있어 겨우 버텨왔다. 전화나 고지서는 온 통 돈 내라는 것뿐이다. 함께 하는 동지들이 “빛”이다. 한 사람 한사람 뭉칠 수밖에 없다. 전체가 연대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그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죽는 날까지 싸워야 한다.

* 이야기가 끝나고 서울경기강원 정비사지회에서 사회보장정보원 분회에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정비사 노동자의 장례식의 많은 동지들이 연대해 주셨는데 장례 후 남은 돈을 투쟁사업장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정비지회 동지는 “나이만 먹었지 젊은이들에게 할 말이 없다. 위에 잘 보이고 열심히만 일하고 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가진 자들에게 착취당했을 뿐이다.

(사회보장정보원 원직복직 촉구 수요집회, “여섯 번째 이야기 손님과 함께 하는 투쟁문화제-한남운수 이병삼 동지의 투쟁을 이야기 하다”, 2016.2.24.수, 충무로 남산스퀘어빌딩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