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구의 노동시간 이야기 두 번째 : 철도노동자(기관사, 차량정비)

허 영 구(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편집위원장)

1825년 영국에서 근대적 교통수단으로서 철도가 건설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인이 세운 경인철도합자회사가 1899년 9월 18일에 제물포∼노량진 간의 경인선(33.2㎞)이 최초로 개통하였다. 1968년 2월에 착공해 1970년 7월에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고속도로가 전 국토를 뒤덮고 있지만 45년 역사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철도는 116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제국주의 식민지수탈의 수단으로 건설된 우리나라 철도는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기차는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시켰고 물류를 실어 날랐다. 기차는 기간산업의 주축이면서 사람들에게 여행의 추억과 낭만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기차를 최종적으로 움직이는 주체는 철도노동자이다.

철도역사와 함께 기차도 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완행열차였던 비둘기호와 통일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서민열차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좀 더 비싸고 빠른 열차인 ITX와 KTX가 주류가 되었다. 철도노동자는 기관사, 차량, 시설관리, 역무, 열차승무 등 다양한 직종으로 분류된다. 이 글은 그러니까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기관사(김남균)와 서울차량 노동자(이상이, 전종효)의 인터뷰를 통해 노동시간실태를 살펴보았다.

1) 철도기관사

철도공사에서는 KTX, 일반기관차(화물,새마을열차), 전동차(전철) 사업소가 따로 있다. 같은 사업소라도 동력차가 무엇인지, 1인승인지 2인승인지, 운행열차의 성격과 야간운전시간은 얼마나 포함되는지에 따라 또 근무방식이 약간씩 달라진다. 철도기관사의 근무는 ‘근무차례를 바꾼다’는 의미의 교번에 따라 진행된다. 교번에 따라 날짜별로 정해진 열차를 운전한다. ‘동력차승무원근무기준’에 따라 주5일제, 주40시간을 기본으로 3개월 단위 탄력적 변형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다. 3개월 치 계획순서를 미리 만들고, 3개월간 합산 총 근무가 495(월165시간)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월별 총 근무시간은 최대 7일에 40시간을 기준으로하여 28일은 160시간, 29일은 165.71시간, 30일은 171.42시간, 31일은 177.14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3개월을 기준으로 한 달 평균 노동시간은 165시간이다. 연간 1980시간으로 우리나라 노동자평균 노동시간보다는 짧다. 그러나 공사가 휴게시간이라고 간주하는 대기시간을 따지면 평균 노동시간을 넘는다.

현재 철도공사의 기관사들은 이렇게 각자 다른 근무형태들의 공통점과 특성을 반영하여 노사가 합의한 ‘동력차승무원근무기준’을 바탕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근무기준은 2005년 공사로 전환하면서 최초합의를 거친 후 크고 작은 변동을 거쳐 지금은 3개월 단위 탄력적 변형근로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래 <표1>의 실례를 바탕으로 살펴보자.

<표1>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가는 경우(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

위의 예에서 출근 후 퇴근하기까지 19시간 22분이 소요된다. 중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공사가 인정하는 근무시간은 15시간 32분이다. 동대구 도착 후, 동대구 출무 전까지의 시간 중 3시간 50분을 휴게로 제외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언급할 것이 있다. 근로기준법에선 하루에 기준 근무시간은 8시간이며, 연장근무를 합쳐도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1일 12시간 이후에는 퇴근 후 출근한 것으로 합의했다. 이것을 위의 <표1>1박2일)의 경우에 한해 중간 휴게시간을 단절시간(앞의 근무와 뒤의 근무를 퇴근 후 다시 출근했다고 가정)이라고 하고 총 근무시간 16시간(8시간+8시간)까지 인정을 한다. 단절시간은 4시간을 넘을 수 없다.

일근사업은 출근하여 밤12시 이전에 퇴근하면 일근사업이라고 하고 총 근무시간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 휴게시간은 총 4시간까지 둘 수 있다. 휴게시간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구속율로 제한하고 있고, 운전시간이 과다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승무율이란 억제방침을 두고 있다. 여기서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시간 중 인정근무시간인 구속률은 ‘구속시간(출근-퇴근)/근무시간[(출근-퇴근)-휴게시간]’이며 사업소별로 115% 수준이다. 한편 승무률은 ‘운전시간/근무시간’을 말한다. 매우 복잡한 기준과 계산방식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동대구까지를 왕복 운전하는 기관사의 경우 전날 오후 9시 13분 출근해 다음날 오후 4시 35분 퇴근까지는 19시간 22분이 소요되지만 집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출퇴근 시간을 감안하면 20시간 넘게 걸린다. 1일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하면 2일이 넘는다. 긴 시간이다. 따라서 다음 날 하루 쉰다고 쉬는 날이 아니다.

이제 <표2>의 철도 기관사의 한 달 일과표를 살펴보자. 개인별 승무계획표는 한 달 단위로 작성 배포하며 달이 바뀌기 5일전에 개인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표2> 청량리기관차기관사의 한 달 일과표

위 표에서 보듯이 2~3일, 8~9일, 14~15일, 20~21일, 26~27일 등 5차례 연 이틀 근무를 해야 한다. 총 노동시간이 긴 것은 아니지만 기관사들은 실제 생체리듬이 깨지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근무가 없는 날(공란)이 11일이 되지만 실제 2일 근무 5차례를 빼면 근무 없는 날은 6일이다. 교번에 따라 운행하지만 기관사의 연가나 병가가 발생할 경우 추가근무가 발생하기도 한다.

복선이 되기 전인 단선일 때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경우에 착선대(기차가 출발하는 지점)에서 기다려야 한다. 새마을호, 무궁화 그 다음이 화물열차 순서로 기다려야 한다. 역마다 똑 같은 방식이다. 길어질 경우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착선대에서 눈이라도 붙여야 한다. 서울역-수색차고지 운행의 경우도 KTX, 새마을, 무궁화 순으로 움직이면 연착되거나 시간이 지연된다. 최근 기관차의 성능이 개선되고 선로가 많아지면서(단선에서 복선 등) 열차 속도가 빨라지는 등 조건이 나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사측은 기관사를 좀 더 먼 거리를 운행하도록 바꾸려 한다. 예를 들면 서울-천안 운행을 서울-대전 운행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2) 철도차량정비

철도차량정비 노동자의 경우도 기관사와 마찬가지로 연 1980시간, 월 165시간을 기준으로 노동한다. 10년 전에는 2조 2교대였는데 아래 <표3>과 같이 현재는 3조 2교대로 운영하며 주간 10일, 야간 10일, 비휴(비번과 휴일) 10일로 구성된다. 여기서 비번은 오전에 퇴근하는 경우이고 휴일은 말 그대로 출근하지 않는 날이다. 근무형태는 6일을 주기로 ‘주주야야비휴’로 돌아간다. 30일이면 5번의 휴가가 주어진다. 주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점심시간 1시간 제외) 9시간, 야간은 저녁 7시부터 익일 오전 9시(1시간, 휴게, 4시간 수면 제외)까지 9시간을 근무한다. 이 경우 총노동시간이 180시간이 되므로 선택 휴가 2일을 부여한다. 하나는 유급으로 전환해 근무하게 하고 하나는 무급으로 쉬게 한다.

<표3> 3조 2교대의 경우

야간의 경우 근무형태는 열차편성표에 따라 전반과 후반근무로 나뉜다. 기차가 영업을 마치고 용산역과 서울역에서 수색차고지로 입고되는 과정에서 선로역량 부족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철도는 주축이 KTX이고 그 다음이 전동차(전철), 일반열차 순서다. KTX가 우선순위 열차이며 그 뒤로 후순위 열차가 들어오는 식이다. 후순위 열차인 새마을, 무궁화호의 경우 입고 정시율이 떨어지는 1시간씩 지연되기도 한다. 야간의 경우 전철근무자, 후철근무자를 중심으로 예비인력을 요구하지만 인력제한으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사측이 변형근로를 의도로 5조 3교대로 시범사업장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결국 인력부족으로 업무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한 적도 있다. 숙련도에 따른 업무투입 문제, 영업을 끝내고 들어 온 차량이 다음 영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열차 예비편성률이 낮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특히 냉난방을 설치해야 하는 여름이나 관광철 특별열차의 경우 예비편성률이 낮다. 서울, 부산, 순천, 익산, 영주차량기지에 최소한 열차 3편성해서 15편성, 1편성 7량을 기준으로 105량의 예비편성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는 그러지 못하다.

차량정비는 차종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ITX청춘이나 전동차(전철)처럼 유니트 즉, 차량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없이 세트로 된 경우 고장이 나면 노동강도가 세 진다. 일반열차인 무궁화나 새마을호의 경우는 고장난 차량만 떼 내고 붙이면 되기 때문에 상대로 정비가 쉽다. 비둘기호나 통일호가 사라졌듯이 마지막 도입시기가 20년 된 무궁화도 내구연한이 다 되어 간다. 관광열차로 전환하고 있다. 새로운 ITX를 발주하고 있다. 원래 내구연한은 25년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때 경영진 판단에 따라 내구연한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세월호 역시 20년 내구연한을 철폐하면서 참사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차량의 예비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관차는 전기차와 디젤차로 분류되는 데 여러 회사로부터 연도별로 발주되는 차량이 너무 많은 경우 부품이 제각각이어서 호환성이 떨어져 정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수유지비용도 높아진다. IMF외환위기 이후 현대, 대우, 한진 차량부문이 로템(Rotem)으로 통합된 뒤 경쟁은 낮아졌지만 차량단가가 높아졌다. 따라서 예비편성률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서울지하철은 근무형태를 3조 2교대에서 아래 <표4>와 같이 4조 2교대 즉 ‘주야비휴’로 바꾸었는데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증원 없는 근무형태 변경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진다.

<표4> 4조 2교대의 경우

임금수준은 20년 차를 기준으로 일근의 경우 연 5천~5500만원, 교대근무의 경우 6천만원 수준이다 최근 철도노조는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수용했다. 야간수당의 경우 휴게와 수면 5시간을 뺀 노동시간에 50% 할증료가 붙는다. 대신 휴일근로 시에는 150% 적용을 받는다.

2013년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수서발 KTX 민영화에 맞서 장기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서발 KTX가 철도공사의 자회사라고 주장하지만 독립회계법인으로 설립된다면 실질적으로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다. 1946년 철도노조와 전평 파업의 중심에 섰던 철도노동조합은 반세기 넘도록 집행부를 3선 간선제로 뽑는 어용노조로 있었다. 2000년 초 민주노조로 바뀌면서 철도노동자들의 권익 뿐 만이 아니라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투쟁해 왔다. 강령 중 “3. 우리는 생활임금 확보, 노동시간 단축, 노동재해 추방, 고용안정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쟁취한다.”, “5. 우리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분쇄하고, 철도가 보편적 교통수당으로서 전 민중의 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통일철도·공공철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철도공사는 2020년 흑자경영목표에서 영업이익률 9%, 미래성장동력사업 매출비중 19.3%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철도의 공공성,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노동자 건강과 여가 그리고 일자리를 나누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관사와 차량정비 외에도 철도노동자들은 다양한 업무에서 노동하고 있다. 열차가 안다니는 시간대인 야간에 그것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철도시설관리 노동자, 철도안전을 위해 깃발을 들고 일하는 역무노동자, 기차의 안전운행과 더불어 승객들과 대면하고 일하는 열차승무노동자, KTX여승무원의 투쟁과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지금은 새롭게 일하는 코레일유통 소속 KTX여승무원, 원래는 정규직이었지만 코레일유통 소속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새마을호 여승무원, 대부분 외주화된 상태에서 역에서 표를 파는 노동자, 역사 경비 노동자, 코레일유통 판매 노동자 등 철도와 열차를 중심으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그들의 애환은 언젠가 기록되어야 한다.

(월간 <좌파> 32호, 2015년 12월호 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