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workingvoice.net/119/119_issue.asp골프장 캐디에 대한 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검토

강문대
민주노총 법률원/변호사

[2002-02-01]





1. 들어가는 말


최근 비정규 근로자들의 보호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양산되기 시작한 비정규 근로자들은 현재 전체 근로자 숫자의 반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 근로자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도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들을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비정규 근로의 여러 형태(임시직, 시간제, 파견직, 도급제, 소사장제) 중에서도 외형상 독립 사업자의 형태를 띄고 있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제기되는 문제이다.

최근 이 문제가 첨예한 대립의 양상을 띄면서 제기되는 것은, 이 문제의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싸움에서 승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너무나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위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고용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및 퇴직금 수령의 혜택을 볼 수 있고 최소한 노조를 조직하여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위 싸움에서 패한다면, 위와 같은 것들을 전혀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정반대의 위치에서 마찬가지이다.

현재 위 문제와 관련하여 소송상 다투고 있는 근로자들은, 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보험설계사·골프장 캐디들이다. 최근 행정법원은 캐디들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하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조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위 법원은 위 두 판결에서 모두 캐디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였다. 이 글에서는 위 판결들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캐디들이 과연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위 각 판결의 요지


(1) 첫 판결(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01. 8. 21. 선고 2000구30598 사건)은 회사가 캐디에게 행한 무기한 근무정지 조치의 부당성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캐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위 판결은,

㉠ 캐디들과 회사 사이에 노무공급계약이라고 볼 수 있는 계약이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 캐디들이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는 점,

㉢ 캐디들의 업무가 골프장측이 내장객에 대하여 당연히 제공하여야 하는 용역제공이 아니어서 골프장 시설운영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 캐디피는 캐디가 내장객으로부터 지급받는 금원에 불과하고 골프장측이 그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닌 점,

㉤ 퇴근 시간이 특별히 제한되어 있지 않은 점,

㉥ 회사가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징계처분을 행하지 아니하며, 근로자들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점

등을 근거로 캐디들이 회사에 대하여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2) 두 번째 판결(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01. 9. 4. 선고 2001구6783 사건)은 회사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한 것이 부당노동행위가 되는가와 관련하여 캐디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위 판결은,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사용종속성이나 근로의 대상성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위와 동일한 요소들을 근거로 캐디들이 회사에 대하여 사용·종속 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조합법 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3. 근로자성 인정의 판단기준


1) 대법원의 태도

(1)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면서, 위와 같은 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는지 여부,

㉡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감독을 받는지 여부,

㉢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이 있는지 여부,

㉤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 보수에 관한 사항(보수가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 기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2001. 6. 26.선고 99다5484)


(2) 대법원은 또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성 여부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역시 위와 같은 취지의 요건들을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고려하는 요소로서 들고 있다.(1993. 5. 25.선고 90누1731)


(3) 대법원이 취하는 위와 같은 태도는 원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계약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근로 관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태도 및 사용종속 관계를 판단하기 위해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태도는 원론적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2) 새로운 관점의 모색

(1) 그러나 대법원의 위와 같은 태도가 최근 급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즉, 대법원의 견해는 근로자 개념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판단하여 근로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인정하고 있는 결과 최근 속출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근로 관계를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많다고 보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2) 이러한 견해를 취하는 자들은 주로 위 대법원의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들을 문제로 제기한다.

㉠ 전통적인 지휘명령성 내지 사용종속성의 요소를 지나치게 많이 고려함으로써 근로자성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반대의 측면, 즉 노무공급자의 사용자성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 지휘명령성의 요소를 고려함에 있어서도 고전적, 전통적 의미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

㉢ 실질적 징표와 형식적 징표를 구별하지 않아 그 중요성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

등이 그것이다.


(3) 위와 같은 비판적 견해는 충분히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현대 사회가 점점 고도화 되어가면서 사용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무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사용종속관계를 종래와 같이 인적인 관계로만 파악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노무 공급자에 대한 노무 이용자의 구체적인 지휘 내지 감독의 권한이 어느 정도 미치는지만을 기준으로 하여 사용종속관계를 파악해서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근로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노무공급자가 노무이용자의 사업에 어느 정도 결합되어 있는가, 즉 노무 공급자가 자신의 업으로서 행하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업을 위하여 행하는 것인가 하는 점을 고려하여 사용종속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인적 종속’의 관점만이 아닌, 사용자의 사업목적에 종속되었는지 여부, 즉 ‘경제적 종속’의 관점도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위와 같은 기준도 위와 같은 관점에서 적용되어야만 계약 관계의 실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유용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4. 위 각 판결의 문제점


(1) 위와 같은 새로운 관점에서 볼 때, 서울행정법원의 위 각 판결은 지나치게 종래의 인적 종속의 틀에 얽매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완전히 종속된 채 근로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관점으로서만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여 현재의 변화된 추세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사용자들은 현재 노동법이 근로자를 보호할 목적에서 마련한 규정들을 잠탈하기 위하여 외형적으로는 근로자를 독립 사업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위장 술책을 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리인을 내세우거나(이 사건들에서는 캐디마스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명시적인 고용계약을 꺼려하거나, 근로의 대상을 간접적으로 지급하거나, 작업도구의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들의 일환들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의도적으로 위와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이상 단지 표면적으로 보이는 몇 가지 현상만으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용자들이 만들어 놓은 미로 안에 뛰어 들어가 출구를 찾기 위해 헤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미로를 벗어나 공중에서 조망해 보아야 하는 것처럼 전혀 다른 관점, 즉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행하는 노무가 자신의 업으로서 행하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업을 위하여 행하는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판단해야만 근로자성 여부를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캐디들이 스스로 거래처를 개발하거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없는 점, 캐디의 경기 보조업무가 골프 경기에서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되어 있는 점(위 각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하고 있으나 그것은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치라고 할 것이다) 등에 비추어 보면 캐디들의 노무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의 업으로서 주로 행해지는 것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므로, 캐디들은 노동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설령 위와 같은 관점을 굳이 도입하지 않고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각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 각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위 기준보다도 훨씬 협소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위 각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위 기준 가운데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요소만을 주요하게 파악하였을 뿐, 근로자에게 유리한 요소, 가령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다는 점,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없다는 점, 비품이나 작업도구 등이 사용자의 소유였다는 점, 근무시간이 일정한 방식으로 지정된다는 점 등의 요소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위 대법원 판결이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와 양당사자의 경제 사회적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위 각 판결은, 인천지방법원이 외형상으로는 캐디들보다 더 강하게 독립 사업자의 형태를 띄었다고 볼 수 있는 레미콘 운반차량의 기사들에 대해, 그들이 처한 경제 사회적 조건을 들어 그들을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였던 것(2001. 4. 17. 선고 2001카합160)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할 것이다.


(3) 위 두 번째 판결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노동법상의 근로자의 판단 기준을 구분하고 있지 않은 것 또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제14조)이지만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이다. 이처럼 법률 자체에서도 그 의미가 달리 정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근기법상 근로자는 근로관계를 전제로 하여 현실적으로 타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국한된다고 보는 데 반하여, 노조법상 근로자는 임금 등의 수입에 의하여 생활할 수밖에 없는 자로서 단결권 등의 보호가 필요한 자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하여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조법상의 근로자는 근기법상의 근로자보다 그 포괄 범위가 넓다고 할 것이고 이것은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와 같은 캐디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되지 않지만(1996. 7. 30. 95누1343) 노조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된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1993. 5. 25. 선고 90누1731)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두 번째 판결이 그 차이를 무시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근로자의 의미에 대한 노동법상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 할 것이다.


5. 맺는 말


현행 법률 하에서도 근로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나 위 각 판결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에 있어서는 그 범위가 대단히 좁게 파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아예 법률을 개정하여 현재의 변화된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방안으로는 독립사업자의 외관을 띤 근로자를 ‘준근로자’로 인정하여 노동법상 근로자 보호 규정 중 일부만을 적용시키고자 하는 안과 그러한 방안은 오히려 근로자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근로자의 의미에 대해 노동법에 새로운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안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는 얼마 전 전자의 방향으로 법률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는데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 않다. 후자와 같은 입장을 취한 자들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규정을 제14조 제1항으로 하고 제2항으로 “근로자가 독립사업자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경우에도 독자적인 계산과 능력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사용자에 소속되어 그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에는 근로자로 본다”라는 규정을 새로이 신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어느 안으로 입법이 추진될지 알 수 없으나 위 어느 안에 의하더라도 캐디들이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할 것이다. 현행 법률 하에서 그러한 전향적 판결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자못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