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노동조합」 건설의 원칙과 경로

업종별 또는 소산별 단일노조로서 「골프장 노동조합」 건설은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연맹과 민주노총의 기본계획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기업별 골프장 노조의 대자본 교섭력 확보와 비정규노동자의 핵심이랄 수 있는 특수고용직 곧 경기보조원의 노동3권 쟁취의 차원에서도 시급을 요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보통 18홀 규모의 골프장에 코스관리부, 시설관리부, 클럽하우스 식음료부, 프론트, 경기과, 총무과를 비롯한 관리직에 50여명 내외, 경기보조원 120명 정도의 노동자가 근무하므로 정직원과 경기보조원이 모두 조합에 가입한다고 해도 200명 미만의 소규모 노동조합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에 비해 골프장 자본은 초기 투자에만 몇백억원의 자금동원력과, 사업인허가, 그린벨트, 토지용도변경, 산림법 문제, 환경법 문제 등을 나름대로 해결해야 하는 로비력도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거치면서 지역사회 또는 행정당국과의 관계에서 적지않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 회원제 골프장인 경우 회원들 대부분이 권력과 돈을 가진 지배층이라는 뒷배경도 작용한다.
이런 골프장 자본과 맞붙어 대등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기엔 기업별 노조, 그것도 소규모 노조로선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기보조원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한두개 판례가 나오고,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서도 이 영향을 받아 친자본적 태도로 돌아서자 골프장 자본은 경기보조원에 대한 전면적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어 기업별 골프장 노조로선 탈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성CC 노동조합은 사측에서 조합 사무실을 강제폐쇄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경기보조원 5명을 해고시켰으며, 조합활동과는 관련이 없지만 최근 2명을 더 해고하면서 해고가 무차별 남발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경기도 여주 스카이밸리CC 노동조합은 1년 이상 단체교섭을 하고 있지만 전혀 진척은 없고, 조합이 아무런 단체행동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 가처분신청'과 '노동조합 조합원 부존재 확인 소송'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소송을 제기하여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대전 유성CC 노동조합은 그간 경기보조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여 단체협약도 체결하고 특별한 쟁점없이 지내다가, 올초부터 단협과 별도로 자의적 해고조항 등 노비문서나 다름없는 '도우미 자율수칙'을 시행하고 있고 이에 부당성을 제기하는 경기보조원을 4월에 2명, 5월에 8명을 해고하고 7명을 징계하는 등 전쟁선언 수준의 노동조합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전북 익산CC 노동조합은 사측에서 전동카트 운행을 하루아침에 취소하여 경기보조원의 근무조건을 일거에 악화시켰고, 노조측 교섭위원에 경기보조원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교섭자체를 전면거부하고 있다. 한편 충주 장호원CC 노동조합은 시청이 사측의 압력을 받아 설립신고 3일이 지났는데도 설립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런 기업별 단위 노동조합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골프장 자본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고 골프장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확보하려면 법제도적으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의 근로자 개념조항을 고쳐 보수적 판례나 해석에 따른 논란의 소지 자체를 없애버리고, 조직적으로는 「골프장 노동조합」을 건설하여 골프장 노동자들이 전국차원으로 단일하게 결집할 수 있는 조직틀을 형성해야 한다.

「골프장 노동조합」건설의 원칙과 경로는 이러한 현실상황에 입각했을 때 올바르게 도출된다.
「골프장 노동조합」건설이 기업별 노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별교섭이 가능할 정도가 되려면 첫째, 경기보조원의 전국적 결집에 기초해야 하고, 둘째, 골프장 노조와 조합원 특히 경기보조원과 굳건하게 결합되어 대중적 신망이 높은 동지들로 지휘부를 구성하고, 셋째, 전국적 사업체계와 상근간부를 확보하여 소산별노조로서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넷째, 경기보조원 노동자성 쟁취 투쟁을 가열차게 전개하는 과정과 밀접히 결합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서 건설의 경로를 살펴보면 여러 갈래를 모색할 수 있다.
가장 크게 산별노조 건설의 방식으로 볼 때 골프장, 호텔, 유통, 외식업 등 업종노조를 각각 만들고 이후 이를 묶어서 서비스 산별노조를 만드는 방식과 업종노조를 건설하지 않고 업종협의회나 업종분과위로 업종별 단결을 강화하다가 일정시점에 곧바로 서비스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는 단결과 조직통합의 수준을 순차적으로 높혀가면서도 업종별 공동대응의 필요성에 즉각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잘못하면 업종별 자기 특성에 매몰되어 산별노조 건설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점도 있다. 한편 후자는 가맹노조의 결의를 모아 산별노조 건설을 일거에 할 수는 있으나 당장 자본의 공세가 집중되고 기업별 노조로 대처하기가 힘든 업종의 경우 산별노조가 건설될 때까지는 기업별 노조로 버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업종별 단일노조로 「골프장 노동조합」을 건설할 때도 화물연대처럼 정규직 노동자로 산별노조(운송하역노조)를 건설하고 이를 거점으로 비정규직 또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특화된 형태(화물연대)로 담아내는 경로도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처음부터 같이 조직하는 경로도 있다. 현재 연맹 산하 골프장 노조들의 상황은 이미 경기보조원들이 조합을 건설하여 활동 중에 있으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 단결하여 같이 업종별 단일노조를 건설하는 새로운 모범사례를 창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수 있다. 특히 기업별 골프장 노조에서 정규직과 경기보조원 사이에 오해와 갈등이 없지 않았고 이런 경우 노동조합 자체가 해산되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진 경험이 있기에 「골프장 노동조합」건설에서는 더더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단결이 중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연맹에 이미 17개의 기업별 골프장 노조가 있는 조건에서 먼저 이 노조들을 묶어 조직형태 변경으로 업종노조를 건설하고 이를 기본주체로 해서 조직확대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며 또는 현실적으로 가장 압박을 받고 있고 투쟁에 전면 나서고 있는 경기보조원 조직화를 선행하고 이에 기초하여 업종노조를 건설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조직형식을 갖추기에는 유리하나 실질적 지도력이나 투쟁력을 확보하는데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고, 후자의 경우는 경기보조원 조직화 과정에서 투쟁을 통한 단련이 가능하고 이 투쟁을 통해 지도력을 힘있게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경기보조원 조직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먼저 통과해야 하는 난점도 있다.

어느 경로가 가장 최선인가는 아직 연맹에서 본격적인 논의와 의견수렴이 이루어지지 않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여러 경로가 가능하고 각 경로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연맹차원의 대중적 논의와 조직적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골프장 노동조합」건설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골프장 노조의 현실적 어려움과 투쟁현황을 감안하면 「골프장 노동조합」건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경로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로부터 시작하여 힘차게 그 추진의 실질적 발걸음을 떼야 한다.
어느 경우가 되든 경기보조원 조직화, 전국적 단결, 지휘부 구축, 투쟁을 통한 건설의 원칙은 일관되게 관철되어야 하며 서비스 연맹은 3년차에 들어선 올해 2003년의 중점사업으로 경기보조원 노동3권 쟁취투쟁을 설정한 바,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문제를 투쟁으로 돌파하고 「골프장 노동조합」건설에 조직력을 집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