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왜 절박한 과제인가?

1.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절박성

1)우리 민족은 분단으로 인해 항상적인 전쟁 위협 속에 살고 있다.

① 대표적인 전쟁 위기의 예

  우리 민족은 분단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단 한 순간도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1990년대에 일어난 대표적인 전쟁 위기만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991년 걸프전쟁 이후의 제2의 한국전쟁 시나리오
·1994년 전쟁 발발 일보 직전으로 치달았던 북 영변 핵 위기
·1998년 북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한 전쟁 위협(신작전계획 5027)과 99년 금창리 핵위기
·96년 북 잠수정 침투 당시 장전항을 폭격하려던 김영삼 정권의 도발 기도
·1999년 서해교전
·최근 북을 직접 겨냥한 미 부시정권의 MD구축 기도에 따른 전쟁위기
  
② 전쟁은 남과 북의 공멸을 초래한다
  
·남과 북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방대한 무력을 갖고 대치하고 있다.
155마일의 휴전선에 중무장한 120만 이상의 군대가 대치 상태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화약고로 꼽힌다. "국방부 스스로도 한반도에는 자체 방위 수준을 초과하는 과다한 병력과 무기가 존재하고(6·25 전쟁 당시 보다 80배가 넘는 파괴력을 가진 전력 수준) 있으며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북한 양쪽을 합해서 1주일 이상 계속되면 5백만 명의 사상자와 시설의 90%가 파괴될 것이라는 워 게임 예상 결과가 나왔다"(동아일보 1990년 11월 8일)
·전쟁이 일어나면 핵전쟁이 될 것이다.(휴전선의 핵 지뢰 등)
·전쟁이 일어나면 그 피해는 한국전쟁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 분단은 외세 지배의 명분으로 되고 있다.

미군은 93개 기지 7,400여만 평에 3만 75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남침 위협, 북의 군사적 위협을 근거로 남한에 주둔하고 있다.  

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주권의 유린

미군은 전국에 걸쳐 93개 미군기지를 갖고 있는데 단 한 푼의 사용로도 내지 않고 7,400여 평에 이르는 땅을 50년 넘게 무상으로 점유하고 사용하고 있다.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법적 근거는 한국 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 조약인데 그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당사국 중 어느 한쪽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정이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의하여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어느 당사국이든지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당사국은 서로 협의한다. 당사국은 단독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자조와 상호원조에 의하여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고 강화시킬 것이며, 본 조약을 이행하고 그 목적을 추진할 적절한 조치를 협의와 합의 하에 취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관리 하에 있는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용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내용을 보면, 미국은 한국에 미군을 무제한적으로 무기한으로 주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사실상의 영토 주권의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 또한 한국에서 무력 공격이 있다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인정하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허가 없이도('협의만 하면 된다) 자국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의사에 상관없이 미국은 자신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다.

② 우리 민족의 의사에 상관없이 미국은 자신의 의사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휴전상태
·전시 작전권이 미군에게 있다. 특히 미군이 군사정보를 독점하고 있다(수집, 판독, 판단)
  
③ 미군의 치외법권적 지위를 규정한 한미소파

먼저 미국은 한미소파와 그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역이면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점유하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군은 4000만 평을 돌려 줄테니 도심지 주변 땅 75만 평을 내놓으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하였다. 그런데 미군이 돌려준다는 4천만 평이란 이미 군사적 용도가 폐기된 땅이고 유지 비용만 들어간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일 뿐이다. 미국은 뻔뻔스럽게도 오염된 땅에 대해서 원상복구는커녕 도심지 주변 75만 평을 무상으로 새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대북 군사적 패권주의를 추구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의 이른바 효율적인 배치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활한 술책일 뿐이다.
또한 미국은 우리의 귀중한 국토를 아무리 오염시키고 파괴하더라도 그것을 원상 복구하고 배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2001년에 한미소파가 개정되기 전까지는 환경조항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범국민적으로 여론화되자 2001년 소파 개정 때 환경조항을 신설하였다.
새로 신설된 환경조항은 합의의사록에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정한다"거나 "합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관련 환경 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 규정 이상의 의미가 없으며, 환경오염 시 원상복구나 피해 배상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미국은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미군은 매년 각종 범죄를 수없이 저지르고 있다. 67년부터 98년까지 정부 공식 통계에 의한 미군 범죄는 50,082건이다. 91년까지 매년 1100∼2300여건이 발생, 92년부터는 연평균 700∼800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권 행사율은 99년의 경우 562건 중 20건인 3.56%에 불과하다.이것은 미국이 요청하면 한국이 재판권을 포기하도록 되어 있고 공무판단권이 미군에게 있기 때문이다.

4) 미군의 주둔에 따른 민중생존권의 유린
매향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으며, 파주 농민들과 춘천, 부산, 대구, 부평 등 지역주민 생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원주 캠프롱 기름유출, 한강 독극물 방류 등  

5) 경제적 부담
① 미군 주둔비 분담금으로 2001년 한해에만 4억 4,850만 달러를, 간접지원비로 1조 2천억 원(1999년)을 부담하고 있다.  
②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한반도에서 의도적인 긴장 조성을 통해서 매년 자국의 국방 예산을 증액시키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부에 90억 달러의 천문학적 숫자의 무기를 판매해 왔으며, 앞으로도 100억 달러의 무기를 강매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4일 울포위츠 미국방부 부장관은 미상원 군사위 2002회계연도 국방예산 심의회의에서 "만약 올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우리가 직면할 가장 심각한 위협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 공중레이저 무기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북의 미사일 위협을 조작, 과장하여 공중레이저 무기개발을 정당화하고 그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려는 술수이다.
그뿐 아니라 미국은 매년 천문학적 액수의 자국산 무기를 한국에 판매하고 있다. 지금 미국 보잉사와 록히드마틴사 등이 한국과 계약을 맺으려고 추진중인 무기만 해도 그 액수는 10조가 훨씬 넘는다.  

3) 분단은 남북 민중 모두에게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군사비 비중은 독일 3.89%(1997), 스웨덴 5.51%, 브라질 3.13%, 이란 8.5%이다.
남쪽은 매년 엄청난 액수의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남한은 세계에서 5위의 무기도입국이다. 미 국방부의 무기수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의 무기구매액은 96년에는 21억 9천만 달러, 99년에는 42억 4천만 달러에 이른다.  
과도한 군대 유지로 귀중한 노동력이 낭비되고 있으며 그만큼 경제발전이 지체되고 있다.  
또한 남북분단은 남북간의 긴밀한 연관관계를 파괴시키고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북은 북대로 자립경제를 실질적으로 수립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남은 외세의존 경제로 치달았다.  

4) 분단은 독재정권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역대 정권은 남북 분단을 빌미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 안보 우선의 논리를 내세워 국민의 민주적 기본권을 압살하는 한편 국가정보원, 기무사, 공안검찰, 공안경찰 등의 파쇼적 폭압기구와 국가보안법, 집회시위법 등 반민주 악법을 통해서 독재를 뒷받침해 왔다.
역대 독재정권은 자주·민주·통일 투쟁은 물론이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요구에 대해서도 좌경용공으로 매도하며 탄압해 왔다. 그뿐 아니라 역대 집권자들은 자신들의 정적을 빨갱이로 몰아 처형하거나 매장시켜 왔다.
남북간의 대결과 군사적 긴장 상태 속에서 지출된 막대한 군사비와 그에 따른 군대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는 독재정권의 강력한 물질적 토대로 되고 있다.

2. 통일은 우리 민족과 노동자·민중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가?

1) 통일은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보장한다

통일이 되면 미군이 이 땅에 주둔할 근거나 명분이 더 이상 없게 된다.
통일이 되면 미군이 이 땅에 머물 수 없게 되므로 미국은 우리 민족에 대한 지배와 간섭을 종전처럼 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미국은 북에 대해서는 전쟁 위협을 가해 왔으며 남측 정부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을 일삼아 왔다. 그와 함께 미국은 우리 민족에게 끊임없이 남북 대결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미국은 북에 대해서 전쟁 위협을 가할 수 없으며 남쪽에 대한 군사적 지배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남북대결을 강요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서로 화해와 단합 그리고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그와 함께 우리 민족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자주적인 의사와 요구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수 있으며 민족의 이익을 최대한 도모할 수 있게 된다.

2)통일은 민족경제의 전일적인 구조와 긴밀한 연계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생산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며 외세의 수탈을 막고 민중복지를 높일 수 있다.  

통일이 되면 경제적으로 민족경제의 전일적인 구조와 내적 연계를 복원하여 자립적인 민족경제를 세울 수 있다. 자립적인 민족경제를 세우면 외세의 수탈을 막고, 분업과 협업을 통해  남북 경제의 기형적 구조를 타파하여 균형잡힌 민족경제를 세우고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킴으로써 민중복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
통일이 되면 북은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으며 남은 북의 풍부한 자원의 공동개발을 통해서 또 남과 북이 축적,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기술의 공동 이용을 통해서 자립경제를 용이하게 구축할 수 있다.
통일은 남북 협력에 의한 자립경제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신자유주의에 의한 경제의 식민지화를 끊어내고 노동자·민중의 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통일은 남과 북 모두에게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막고 이를 사회복지비로 전용하도록 함으로써 복지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99년도 무기구매액 5조 4천억원이면 해고된 대우자동차 노동자 6,884명의 임금을 25년 동안 지급할 수 있다. 또 지금 정부가 13조원의 무기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 돈이면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된 13만명의 노동자들에게 월 170만원씩 5년간의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매년 5조원이 넘는 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경제발전과 민중복지를 위해 쓸 수 있으며 미군기지를 돌려받으면 주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3)통일은 독재정치의 명분과 근거를 없앰으로써 사회민주화를 크게 촉진시킨다

통일이 되면 민주주의를 증대시키게 된다. 특히 국가보안법과 같이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고 모든 정치활동을 기형적으로 만든 악법과 기구들이 철폐되고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불문하고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정치제도를 세울 수 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민중들이야말로 색깔론의 가장 큰 희생자이고 반민주적인 악법과 기구들에 의한 가장 큰 억압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통일이 되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노동자·민중은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고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펼 수 있게 된다.    
4)통일은 민족의 고유성을 발전시켜 훌륭한 민족문화를 꽃피울 수 있게 한다

통일이 되면 그동안 지배해 온 사대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신문화적 풍토가 자리를 잃게 될 것이며 대신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며 그동안 짓눌려 온 노동자·민중의 건강한 문화가 활발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민족문화가 잘 보존, 계승되어 있는 북의 문화는 외래문화에 의해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상실한 남의 문화에 민족적 내용과 형식을 갖게 함으로써 전체 민족문화의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다.  

3. 조국통일을 이루려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통일운동 3대원칙을 틀어쥐어야 한다

1) 자주의 원칙에 대해서

①통일을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통일문제가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물리치고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이 분단된 것은 전적으로 외세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기가 어렵게 되자 한반도의 절반만이라도 차지하고자 38도선을 긋고 남한을 점령하였다.  
미국은 민족분단의 원흉일 뿐만 아니라 민족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반도 남쪽을 점령한 뒤 남한을 정치군사적으로 예속시켰다. 그와 함께 미국은 남한 정부를 앞세워 끊임없이 북과의 대결을 추구해 왔다. 더 나아가 미국은 한반도 전역을 자신의 지배 밑에 두기 위해 민족의 일원인 북을 상대로 전쟁책동도 서슴치 않고 있다. 남과 북은 미국에 의해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면서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여 온 것은 바로 이같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간섭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통일은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종식시키고 미국으로부터 민족 자주권을 되찾을 때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자주는 조국통일의 첫 번째 원칙으로 된다.

②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하는 것은 통일문제 해결의 주체가 다름아닌 우리 민족 자신이기 때문이다  
민족 통일의 주인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민족 자신이다.    
조국통일의 주체가 우리 민족인만큼 통일문제는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책임 밑에 자체의 힘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외세의 힘에 의존하여 통일을 이루려고 든다면 그것은 필경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 행위로, 외세에 의한 새로운 민족적 희생을 부르게 될 것이고 통일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 뻔하다.
또한 민족 통일의 주인이 우리 자신인만큼 통일 문제를 푸는데서 외세의 간섭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외세의 간섭을 받는 속에서 통일문제를 푼다면 그 문제가 외세의 이익에 맞게 해결되지 우리 민족의 염원과 이익에 맞게 해결될 리가 결코 없기 때문이다.

③조국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의 실질적 토대는 주한미군이다. 미국은 4만명에 가까운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다. 주한미군은 전시작전권을 쥐고 있고 군사정보력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은 바로 이런 주한미군의 패권적 힘과 지위를 이용하여 남한 정부를 예속시키고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유린하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실질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으며 그 때 비로소 우리 민족은 자주적으로 조국을 통일할 수 있다.

2) 평화통일의 원칙에 대하여

①평화가 통일의 원칙으로 되는 것은 통일문제가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으로서 서로 화합하고 단합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일문제는 사회제도를 통일하는 문제가 아니라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으로서 서로 화합하고 단합하는 문제이다. 다시말하면 조국통일은 사회제도나 이념의 차이를 그대로 둔 조건에서 민족적 공통성에 의거해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국가를 이루는 문제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공존공영의 원칙에서 서로 화합하고 단합하는 방식으로 조국통일을 이뤄야 한다.  

②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각기 자기의 사회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남과 북은 각기 서로 다른 사회제도 속에서 수십년을 살아왔다. 이런 조건에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자기의 사회제도나 이념을 강요한다면 대립과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체제 흡수를 통한 통일은 그 어느 쪽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집하게 되면 통일을 한없이 지연시키거나 아니면 전쟁을 불러올 뿐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입는 것은 바로 우리 민족과 우리 강토이다. 더구나 한반도와 그 주변국은 세계 최대의 군사력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는 이 땅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 민족 그 누구도 결코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③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평화 통일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민족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휴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년 가까이 되가지만 한반도는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휴전 상태'에 불과하다. 한국전쟁의 포성은 멎었다고 하지만 한반도에서 미국 및 남측과 북 사이에 첨예한 군사적 대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와 항상적인 군사적 긴장을 합법화하고 있는 휴전협정을 하루빨리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평화협정을 통해서 북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해야 하며 마땅히 전쟁 당사국들은 서로에 대한 전쟁위협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3)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대해서

①민족대단결은 7천만 겨레가 사상과 이념, 거주 지역, 신앙, 재산의 유무 등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민족애의 정신으로 대단결하는 것을 말한다.
민족대단결은 체제나 이념보다 민족이 더 귀중하고 우선한다는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은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계급이나 개인들의 운명을 규정한다. 민중의 자주성도 나라와 민족을 단위로 하여 개척되어 나가고 있다. 민족이 망하면 계급이나 개인들도 노예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민족이 자기의 생명인 자주성을 빼앗긴 채 자기의 생활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지 못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노동자들도 자신의 자유와 생존권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와 민족이 있고서야 계급이나 개인들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외세에 의해서 허리가 두동강난 채 신음하고 있는 지금 조국통일은 민족 전체의 가장 소중하고 절박한 과제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은 체제나 이념의 차이를 떠나서 민족공동의 이익인 조국통일을 위해 대단결해야 한다.      

②민족대단결이 통일운동의 원칙으로 되는 것은 조국통일이 특정 계급·계층이나 정파의 이익을 실현하는 문제가 아니라 온 겨레의 이익과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전민족적인 애국위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단과 그에 따른 남북 대결과 적대 때문에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또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지식인 등 계급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똑같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 민족은 남이건 북이건 자신의 거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우리 자신의 복리와 번영을 위해 쓰지 못하고 남북간의 적대에 소모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민족공멸의 전쟁 위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분단 때문이다.  
분단은 우리 민족으로부터 자유와 존엄, 독립과 번영을 앗아가 버리고 있다. 이처럼 민족분단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규정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어느 계급, 계층에게나 민족분단을 극복하는 것은 최우선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은 계급계층을 떠나서 누구나 다 조국통일에 대해 절실한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우리 민족은 그 누구나 통일에 절실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이념과 정견, 거주지역, 재산의 유무를 뛰어넘어 대단결해야 한다.    

③민족대단결이 통일의 원칙으로 되는 것은 또한 온 민족이 힘을 합치고 굳게 단결해야 반통일세력을 제압하고 조국통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대단결이 통일운동의 원칙으로 되는 것은 조국통일의 주체인 7천만 겨레가 대단결해야만 반통일세력―외세 및 사대매국세력―을 압도하고 조국통일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분단된 지 반 세기를 넘기고서도 아직 통일을 실현하고 있지 못한 것은 반통일세력을 압도하는 주체역량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사소한 차이를 접고 민족의 이익을 중심으로 대단결할 때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외세 및 반민족세력을 물리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