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과 민주적·공공적 개혁 방향
- 정부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정안 비판









2003. 10. 1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 례>


1. 시작하며: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공공적 운용을 위한 원칙        2

2. 미래 국민연금기금 규모,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3
1) 정부예산의 3배가 넘는 국민연금기금        3
2) 영원히 줄지 않을 국민연금기금        6
3) 장기 기금적립방식 연금제도가 주는 의미        6

3. 현행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 1: 운용방안의 문제        7
1) 불신의 뿌리: 공공자금예탁금 강제 사용과 이차 미보전        8
2) 늘어나는 주식, 부동산투자        10

4. 현행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 2: 운용체계의 문제        13
1) 들러리 위원회 구성        13
2) 기획예산처의 최종 심의권 장악: 2001년 기금관리기본법 개악        14

5. 정부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정안 비판        16
1) 가입자대표의 소수 전락        16
2) 가입자단체의 직접 참여권 박탈        17
3) 위원회의 정부부처 종속화        18

6. 결론: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공공적 운용을 위한 개혁 방향        19
1)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민주화        19
2) 국민연금기금 운용방안의 공공화        21


<표차례>


<표 1> 현행 제도 유지 시 장기재정 전망        4
<표 2> 정부 개정안 시행 시 장기재정 전망        4
<표 3> 공공자금예탁금 현황        8
<표 4> 국민연금기금 공공자금예탁에 따른 이자 손실액        10
<표 5> 국민연금기금 중 주식투자액과 비중        11
<표 6> 국민연금기금 대체투자 계획        12
<표 7> 현행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구성        13
<표 8>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권한 비교        15
<표 9> 정부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정안        17
<표 10>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비교: 정부개정안과 민주노총 요구안        20




<그림차례>


<그림 1> 현행 제도와 개정안의 재정전망 비교        5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과 민주적 개혁 방향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행 연금급여율을 낮추고, 필요보험료율은 인상하는 정부 개정안이어서 가입자의 비판이 거세다. 우리는 정부의 급여율과 보험료율 개정안이 지니는 문제점을 8월 국민연금 정책보고서를 통해 이미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급여율과 보험료율 개악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관한 심각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쩌면 이는 급여율이나 보험료율 개악보다 훨씬 위험한 것으로, 국민연금의 뿌리 자체를 흔들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정부는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정책보고서는 국민연금제도에 초점을 둔 까닭에 국민연금기금 운용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의 국민연금기금 운용 개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한 작업이다. 아직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들이 가입자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정부와 일부 금융전문가들이 정보를 독점하였고, 내용도 전문적이어서 가입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제 우리 노동자가 국민연금기금 문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논의해야 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이 보고서는 첫째, 우리나라 미래 국민연금기금 규모의 현실타당성을 진단한다. 둘째, 현행 국민연금기금 운용 문제점을 운용방안(투자내용)과 운용체계(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로 나누어 정리한다. 셋째, 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정안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넷째, 가입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개혁 방향을 제안한다.

1. 시작하며: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공공적 운용을 위한 원칙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연금이라고 한다. 천문학적인 적립기금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외국에 비해 도입이 늦은 만큼 제도설계도 독특하였다. 가입자가 미래에 받을 연금액을 미리 모아두는 '적립'방식이 국민연금제도의 골격으로 채택된 것이다.
보통 국민연금의 재정구조는 적립방식(funded system)과 부과방식('pay as you go')으로 구분된다.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자신의 연금액을 미리 보험료로 '적립'해 두는 재정방식이다. 반면에 부과방식은 그 해 필요한 연금 총액을 가입자수로 나눈 금액이 보험료로 '부과'하는 재정방식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자신의 노후생계를 위하여 보험료로 납부하는 '적립방식'이지만, 일부 연금액은 후세대 보험료에 의존하므로 '수정적립방식'으로 불리운다.
이러한 적립방식 연금에서는 필연적으로 연금기금 운용이 핵심 문제로 등장한다. 국민연금기금은 2003년 9월 현재 107조에 달한다. 같은 시기 주식시장에 상장된 총 687개 회사의 주식시가총액이 294조원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상장주식의 35%를 차지하는 외국인 소유 주식을 지금이라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후에도 국민연금기금은 계속 쌓일 예정이어서 그 규모가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을 민주적이고 공공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의 노후예탁금이면서 동시에 국민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 국민연금기금 운용 문제가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우선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원칙들을 확인하자.
첫째, 국민연금기금은 민주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인인 가입자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는 가입자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결과를 수용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둘째,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정치집단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개입하려는 정부부처의 이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국민연금기금은 가입자 모두의 노후예탁금이다. 따라서 어느 기금보다도 안정성을 우선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금융부문에서 운용되는 것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넷째, 국민연금기금은 전체 사회의 발전을 위한 방향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비록 수익률이 높을 수 있더라도 공공적 목적에 반하는 투자는 금지되어야 한다.


2. 미래 국민연금기금 규모,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

국민연금기금운용의 개혁 방향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검토해야 할 사안이 있다. 과연 정부가 상정하는 미래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라는 물음이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전체 거래소 상장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규모이다. 게다가 정부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미래의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이보다 몇 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1) 정부예산의 3배가 넘는 국민연금기금

정부의 재정추계에 의하면, 현행 제도 하에서 국민연금기금은 2035년까지 계속 증가하여 경상가격으로 1,715조에 달한다(2000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2030년 645조). 과연 이러한 단일기금이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더 심각한 것은 정부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의하면 미래 국민연금기금 적립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정부 개정안대로 급여율이 낮아지고 보험료율이 오를 경우 2054년에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무려 5,820조가 쌓이고, 2000년 불변가격으로 2045년에 1,331조에 이른다.
                                                  

<그림 1> 현행 제도와 개정안의 재정전망 비교

<그림 1>에서 보듯이, 정부 개정안은 국민연금 재정고갈 시점을 2047년에서 2070년으로 순연시키는 방안이다(2배 적립금을 고려하면 대략 2073~4년). 정부 개정안은 2047년 이후 약 25년간 연금 지급액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하여 2004년부터 급여율을 인하하고, 2010년부터 보험료율을 인상한다.
문제는 추가 적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한 결과 향후 반세기 동안 쌓이는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 적립금은 최고 시점에서 GDP 금액 대비 65%에 달할 것으로 추계된다. 미래 정부 예산규모를 현행과 유사하게 GDP 대비 20%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국민연금기금은 정부 예산의 3배를 넘게 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과연 이러한 규모의 단일기금을 상정하는 정책이 현실타당한 것인가?

2) 영원히 줄지 않을 국민연금기금

혹자는 국민연금기금이 최고 시점을 전환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실제 재정추계에 의하면 현행제도는 2036년, 개정안은 2054년을 정점으로 기금이 줄어든다.
그러나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는 한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국민연금법은 매 5년마다 재정추계를 실시하고, 국민연금재정의 장기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연금제도 전반을 개편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재정추계년도인 2008년도에는 2075년까지 재정추계를 해야하며, 다시 5년간 연금지급액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하여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할 것이다. 결국 올해 급여율과 보험료율 조정이 최종 종착점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조정작업은 5년마다 반복될 예정이다. 재정추계기간이 유한한 까닭에 분석에서는 언제나 재정추계 최종년도가 재정고갈 시점으로 도출되지만, 매년 5년마다 급여율과 보험료율이 조정되므로 현실에서 영원히 재정고갈은 오지 않는다. 대신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민연금기금만 항상 쌓여 있게 된다.

3) 장기 기금적립방식 연금제도가 주는 의미

지금까지 기금운용이 가입자의 원성을 사기는 했지만, 사회적 갈등으로 이르지는 않았었다. 단지 지면 아래에서 씨앗으로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정부내에서도 기금운용권을 둘러싸고 부처간 갈등이 노골적이다. 이번 국민연금 개편과정을 계기로 노동계과 시민단체도 국민연금기금 운용 문제를 중요한 사회 의제로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 장기 기금적립방식 연금제도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현행 적립방식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운동은 국민연금기금의 진보적 운용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은 우리나라 공공부문이나 민간 핵심 기업들을 인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성장해 있다.
둘째, 천문학적인 국민연금기금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이 필요하다. 국민연금기금의 과중한 규모가 야기할 운용의 비탄력성이 문제가 될 것이며, 금융세계화 흐름에서 국민연금기금 마저 국제투기자본의 손아귀에 종속될 위험성도 크다. 필요하다면 국민연금기금 적립규모를 점차적으로 축소하여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부과방식에 기초한 '수정부과방식'으로 연착륙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셋째,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민주화가 시급하다. 이후 국민연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역시 가입자의 불신을 사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대한 비판적인 재검토와 민주적 개혁이 요구된다.


3. 현행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 1: 운용방안의 문제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불신이 심각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이 중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이 가장 깊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는 운용방안과 운용체계로 구분된다. 우선 운용방안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1) 불신의 뿌리: 공공자금예탁금 강제 사용과 이차 미보전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이른 시기부터 정도를 벗어났다. 바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의해 국민연금기금이 정부 공공자금으로 강제예탁당한 것이다. 1993년 김영삼정부는 국민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우체금예금 등을 공공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정부는 1994년부터 국민연금기금의 거의 대부분을 공공자금예탁금 명목으로 함부로 손대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연금기금의 사용은 대부분 관계장관들로 구성된 공공자금관리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재정경제부장관)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이자율도 위원회에 의해 임의로 설정되었다. 그 결과 1994~2000년까지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에서 총 39조원을 싼 이자로 가져다 쓰는 '비민주적 횡포'를 저질렀다.
정부의 자의적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하여 노동계, 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도 국민연금기금을 계속 공공자금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1999년 1월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이 개정되어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자금 의무예탁이 2001년부터 금지되었다. 이에 따라 <표 3>에서 보듯이, 기존에 예탁된 공공자금은 20005년까지 모두 회수될 예정이다.
그러나 공공자금예탁제도가 폐지되었다고 문제가 종료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로 공공자금을 사용하였고, 이 때문에 가입자의 노후예탁금에 임의로 손실을 끼쳤다.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을 사용하면서 야기된 이자손실의 미보전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97년 9월 재정경제부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예탁조건 결정기준 개정안'을 마련하여 공공자금예탁금의 이자율은 기존의 임의 설정 방식에서 벗어나 실세금리를 반영한다고 간주되는 국민주택채권 1종 유통수익률을 지급하도록 개정하였고, '공공자금예탁 수익률이 국민연금기금의 민간부문 운용수익률(주식 제외)보다 낮을 경우 다음연도 1/4분기에 그 차이를 보전이자율로 하여 보전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여 공공자금예탁금에 의해 발생한 손실을 보전하도록 정했다. 이에 의거할 경우, 정부는 최소한 1998년부터 발생한 이차손실액을 국민연금에 보전해 주어야 한다.
<표 4>에서 보듯이, 1998년 이후 발생한 이차총액이 무려 1조 6,182억원에 달한다. 아직까지 이차보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재정경제부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이차보전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자의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외국에서 보편적인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지원은 회피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이차손실분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이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이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라면 그 첫 출발은 공공자금 이차 보전이다. 상식적인 조치가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국민연금 가입자의 신뢰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2) 늘어나는 주식, 부동산투자

최근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가입자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주식투자이다. 1998년까지 주식시장에 투자된 금액은 총 1조 1,722억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이후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연금기금 주식투자도 크게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02년에 국민연금기금 중 주식투자 누적액이 5조원에 육박하였고, 2003년 7조 6,416억, 2004년 11조 416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국민연금기금 운용총액 대비 비중을 보더라도 3%대에 불과하던 주식투자 비중이 2004년에 8.2%로 확대된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이미 국민연금기금 주식투자 대폭 확대를 중장기 운용방향으로 정한 상태이다. 정부는 2001년 학계전문가와 민간 투자신탁회사 임원으로 '국민연금기금운용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중장기 투자방향을 마련하였고, 실제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에서 이를 반영해 나가고 있다.
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는 전체 국민연금기금 중 주식투자 비중을 2012년에 10%~60%까지 늘리는 방안들을 검토하였고, 최종적으로 20%(1안), 30%(2안) 방안을 제안하였다. 금액으로 보면 2012년에 주식시장에 투자될 금액은 약 80~120조에 달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새로이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이 대체투자이다. 대체투자(Aternative Investment)란 전통적인 예금, 채권, 상장주식에 속하지 않는 상품에 국민연금기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부동산, SOC펀드, 벤처캐피탈, 헤지펀드, 기업구조조정펀드, 사모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다변화라는 명분 하에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표 6>에서 보듯이, 2002년에 벤처투자로 455억원이 투입되었고, 2003년 7,000억, 2004년에 1조원으로 증액될 예정이다. 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 방안에 의하면 2012년에 전체 국민연금기금 운용액의 5%, 경상가격으로 약 20조원이 부동산투자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 대체투자는 규격화된 투자유형이 없어 상황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투자 유동성이 심해 위험성도 그만큼 큰 상품들이다. 다양한 평가가 필요한 SOC펀드 투자를 논외로 하면, 나머지 대체투자 상품들은 모두 사회의 건전한 경제운용을 해치는 반(反)공공적 영역들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사회공공적 재원으로서 반공공적인 투기시장에서 운용되어서는 안된다. 부동산투자는 한국사회 부동산시장 거품을 더욱 부풀려 서민의 주거난을 가중시킬 것이며, 기업구조조정펀드는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만든 기업가치 차익에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벤처캐피탈, 헤지펀드, 사모펀드 모두 한국의 금융시장에서 가장 투기적 성격을 지닌 상품들이다. 어찌 이러한 영역에서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한단 말인가?


4. 현행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 2: 운용체계의 문제

1) 들러리 위원회 구성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계획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심의된다. 따라서 이 위원회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운영되느냐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과정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과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초기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정부의 의해 독점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자금 강제예탁제도이고, 이에 대하여 비판이 제기되자 공공자금 강제예탁이 금지되었다. 이어 1999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어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심의·의결하는 최고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가입자대표가 과반수를 이루게 되었다(직장가입자대표 6인, 지역가입자대표 6인, 정부 및 정부산하기관 9인).



이러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재구성을 두고 정부는 가입자의 권한을 강화시킨 조치라고 선전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가입자대표가 과반수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주화되지 못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은 여전히 정부의 의도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표 7>에서 보듯이, 위원회 구성에서 전체 21명 중 가입자대표가 12인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농어촌지역 가입자대표가 아닌 농업협동중앙회, 수산업협동중앙회가 농어민 대표, 특수전문가집단인 공익회계사협회가 도시지역가입자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음식업중앙회가 도시지역가입자대표로 자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직장가입자 위원중 절반을 차지하는 경영계 위원들은 국민연금기금을 자본시장 활성화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어 국민연금 운용의 공공적 성격에 걸맞지 않다. 결국 전체 21인의 위원 중 국민연금 가입자의 편에서 진지한 관심을 가진 위원은 노동계, 개혁적 시민사회단체 위원 등 소수에 불과한 것이 실상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운영방식에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부여된 막중한 사회경제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분기별 회의체로 운영되며, 그것도 2시간 남짓 소요되는 새벽 조찬회의로 개최된다. 이러한 회의체계에서 내실있게 기금 운용계획안, 평가안 등을 심의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또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중요성에 비한다면 위원들의 출석률도 낮은 편이다. 참석한 가입자위원 중에서 안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위원도 많지 않다. 그 결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가 입안한 운용계획안을 추인하는 들러리 기구로 전락해 있다.

2) 기획예산처의 최종 심의권 장악: 2001년 기금관리기본법 개악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개혁을 위하여 위원회 구성의 실질적 민주화, 전문성 제고를 위한 위원회 상설화를 요구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개혁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반대로 가입자로부터 국민연금기금 운용권을 빼앗아가는 만행을 2001년 12월 국회에서 저질렀다.



내용은 이렇다. 기획예산처는 국민연금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운용의 의결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게 알리지도 않고 기습적으로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하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을 박탈하여 버렸다.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국민연금기금도 기획예산처가 관장하는 기금관리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단지 기획예산처가 수립한 계획안을 심의하는 기구로 전락하였고, 기획예산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한 계획안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기획예산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에 대한 국회의결권을 도입했다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도 모르게 기금운용계획 결정권을 정부가 탈취해가는 '민주사회'에 우리 가입자는 살고 있다.


5. 정부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정안 비판

현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가입자의 분노가 높아가고 있다. 정부가 진정 국민연금 개혁을 원한다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민주화하여 가입자에게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권리와 책임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가입자단체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를 제안하자, 이를 명분으로 위원회를 개편하면서 오히려 위원회 구성을 개악하는 반민주적 개정안을 내놓았다.
만약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가입자들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면에서 정부의 위원회 개정안은 급여율, 보험료율 개악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가입자대표의 소수 전락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대표가 소수로 내몰린다. 지금까지 가입자대표들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별다른 역할을 해 오지 못했으나 형식적으로는 21명 중 12명을 차지하여 과반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 개정안은 위원회에서 가입자를 소수로 전락시켜 형식적 과반수마저 빼앗고 있다. 정부 개정안은 위원 수를 9명으로 재편하면서, 가입자위원 수를 4명으로 축소한다. 이 4명 중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에 큰 관심을 가질 사용자위원을 제외하면 실제 가입자위원은 3명에 불과하다.

2) 가입자단체의 직접 참여권 박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들의 권한이 추천권으로 제한된다. 새로이 재편될 위원회에서 가입자단체들은 직접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고 '기금운용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금융전문가'를 추천하는 권한만을 가진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은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지위에 있다. 직접 조직의 성원을 추천하든 혹은 신뢰할만한 전문가를 추천하든 이것은 전적으로 가입자단체가 정할 일이다.  그런데 참가 위원의 자격을 금융전문가로 한정하겠다는 것은 소수 전문가그룹으로 위원을 제한하여, 가입자단체의 직접적인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3) 위원회의 정부부처 종속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어느 부처 소속으로 둘 것인가를 놓고 경제부처와 보건복지부의 다툼이 가관이다. 정부가 준비중인 국민연금 개정법안에는 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되고, 최근 정부 내부논의를 보면,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기금은 다른 정책성 기금과는 상이한 성격을 지닌 가입자의 노후예탁금이다. 따라서 기금 운용이 정치권에서 독립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위원회는 정부부처 소속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완전 독립할 수 있는 기구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6. 결론: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공공적 운용을 위한 개혁 방향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가입자의 우려와 불신이 매우 깊다. 그런데도 정부 개정안은 오히려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가입자를 내몰아 가입자의 저항을 부르고 있다. 우리 노동자는 결코 이러한 개악안에 동의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민주화와 운용방안의 공공화를 요구한다.

1)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민주화
  :가입자가 실질적 다수가 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민주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주인은 가입자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대표가 다수가 되도록 위원 구성이 개혁되어야 하고, 가입자위원도 실질적인 가입자단체에서 나와야 한다.

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의 민주화
<표 10>에서 보듯이, 전체 위원수를 현행 21인에서 13인으로 재편한다. 당연직위원은 정부에서 재정경제부차관, 보건복지부차관, 가입자를 대표해서 노동자단체 2인, 사용자단체 2인, 지역가입자단체 2인, 시민사회단체 2인 등 총 10명이 된다. 위 10인의 당연직위원과 보건복지부장관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원장 1인과 공익위원 2인을 추천한다. 따라서 위원수는 총 13명이 된다. 이 중 상임위원은 위원장, 공익위원 2인, 가입자단체 추천위원 2인 등 5인이다.


②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정치적 독립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정치적 독립을 보장받기 위하여 정부부처에 속하지 않는 특별위원회로서 지위를 갖는다. 가칭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로 인정되어야 한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사회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상설조직으로 강화된다. 위원장을 비롯하여 총 5인이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를 보좌하기 위하여 산하에 사무국을 둔다. 사무국은 투자정책, 감시감독, 성과평가 작업을 수행한다.

④ 국민연금기금의 기금관리기본법 적용 제외
국민연금기금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행정적 기금이 아니므로 기금관리기본법 적용기금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기금관리기본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기금운용계획 심의과정에서 기획예산처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이후에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한 기금운용계획이 행정당국에 의해 수정되어서는 안되며 최종적으로 국회 의결과정에서만 조정될 수 있다.

2) 국민연금기금 운용방안의 공공화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가입자의 의견을 반영한 운용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개혁이 선결되어야 한다.

① 공공자금 강제예탁에 따른 이차금액 보전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불신의 뿌리는 공공자금 강제예탁에서 출발하였다. 정부는 공공자금 강제예탁에 따른 이차액 1조 6,182억을 즉시 보전해야 한다. 이차 지급이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의 국고지원 형태로 이루어질 경우 정부는 이차도 보전하고 국민연금 국고지원도 실시하는 이중의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민연금 개혁의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② 주식투자 확대 및 부동산 신규투자 중지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가입자의 불안이 매우 크다. 정부의 계획대로 지금보다 더 주식투자가 확대된다면 가입자의 반발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가입자들이 동의하는 중장기 운용방안이 새롭게 수립되기 이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현재 수준에서 고정되어야 한다.
현재 추진중인 부동산투자도 중지되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기금의 부동산 투자는 부동산 과열을 부추키고 집없는 서민을 더욱 울릴 뿐이다. 국민연금기금이 투기적이고 반공공적인 시장에서 운용되어선 안된다.

③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적 운용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 전면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해외자본의 투기적 공세에 맥없이 당하고 있으며, 나아가 사회간접자본까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기본생활을 충족시킬 사회복지 인프라 역시 더없이 취약하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이 진보적이고 사회공공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04년부터 국민연금기금은 정부 예산보다도 규모가 큰 단일기금이다. 아직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방안에 대하여 가입자들이 실질적인 논의를 행한 적이 없다. 향후 2~3년 내에 국민연금기금의 전략적, 공공적 운용을 위한 가입자들의 전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리: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공공적 개혁 방향>


1.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의 민주화

1)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악 중지·가입자위원의 실질적 다수화
2)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정치적 독립화·조직의 상설화
3) 기획예산처의 기금운용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기금관리기본법 개정

2. 국민연금기금 운용방안의 공공화

1) 공공자금 강제예탁에 따른 이차금액 1조 6,182억 즉시 보전
2) 주식투자 규모 동결·부동산 신규 투자 중지
3)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적 운용방안을 위한 사회적 논의 전면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