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그것이 궁금하다>

Q1. 최저임금제란 무엇입니까?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업주가 회사를 운영하려면 "최소한 이만큼은 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서 사업주가 꼭 지켜야 하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국가가 나서서 "절대로 얼마 밑으로 줘선 안된다"는 제도를 만든 이유는 저임금을 해소해서 산업간, 직종간 임금격차를 줄여서 국민경제의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입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 최저임금도 안될 때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이 두 가지를 다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2. 2003년 6월 현재 최저임금은 얼마이고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2002년 9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최저임금은 시간당 2,275원, 하루 8시간 일당으로 18,200원, 한달 226시간 기준으로 514,150원입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은 첫째, 단체협약·취업규칙 또는 노동계약에 임금항목으로 명시돼 있거나 관례에 따라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 둘째,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소정근로(도급제의 경우 총근로)에 대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급(본봉), 직무수당, 직책수당, 물가조정수당, 기술수당, 면허수당, 특수작업수당, 위험작업수당, 벽지수당, 승무수당, 항공수당, 항해수당, 생산장려수당이 포함됩니다.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은 정근수당, 근속수당, 결혼수당, 월동수당, 김장수당, 체력단련비 등 매월 지급하지 않는 임금입니다. 연·월차휴가 수당, 유급휴가수당, 유급휴일근로수당, 연장수당, 야간수당, 일·숙직수당 등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Q3. 나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나요?
  2000년 11월부터 최저임금은 모든 사업,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됩니다.
  한달만 일해도 해당되고 하루 몇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도 해당됩니다. 외국인노동자도 최저임금 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 기업 그러니까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과 배우자끼리만 같이 생활하면서 회사도 같이 운영하면 이들은 적용이 안됩니다. 대신에 친족이라도 같은 집에서 살지 않으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친족이 아닌 노동자가 단 한 명만 껴도 이 노동자는 물론 친족도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사서비스업 그러니까 남의 집에서 고용돼 일하는 요리사, 가정부, 세탁부, 보모, 유모, 참모, 개인비서, 집사, 운전사, 정원관리인, 가정교사 등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원래 서구에서는 가내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 사람들도 당장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작년에 최저임금법개정청원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Q4.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만 좋고 기업주한테는 나쁜 건가요?
  노동자가 일정한 수준의 생계를 유지해야 생활도 안정되고 일하고 싶다는 사기도 생기기 때문에 생산성도 높아집니다. 임금을 안줄 수 있는 만큼 안줘서 병들고 허약한 노동자들이 많이 늘어난다면 기업운영에도 큰 문제가 됩니다.
  사업주도 "무조건 임금을 덜 주자"는 생각으로 기업을 운영할 게 아니라 적정한 임금을 줘가면서 다른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노동자가 어느 정도 생활이 돼야 기업이 시장에다 내 논 물건도 살 수 있고 그래야 기업도 활력있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석유도 안나고 자원도 없으니까 무조건 임금을 덜 주자"는 생각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오늘의 한국과는 맞지도 않고 국제적으로도 나라망신입니다.

Q5. 한국은 최저임금제를 언제 어떻게 도입했나요?
  1980년대에 들어서 지나친 저임금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회여론이 높아졌습니다. 1986년 당시 노동자들의 파업 등 쟁의건수가 1년 만에 1.5배나 증가하는 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사회문제가 되니까 청와대 당정연석회의에서 국민복지증진대책의 일환으로 전국민의료보험제, 국민복지연금제와 최저임금제를 1988년 1월부터 실시한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정협의를 거친 뒤 최저임금법안은 1986년 11월20일에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한국국민당이 그보다 앞서 1986년 3월11일 비슷한 내용의 최저임금법안을 제출했고 한국노총에서도 10월26일 국회에 입법청원안을 냈습니다. 국회 상임위인 보건사회위원회 노동관계법안심사소위는 각 집단이 제출한 의견을 참조해 단일안을 만들 그 해 12월 15일 의결했습니다. 이어 국회 본회의가 12월 17일 이를 의결해 정부로 이송했고 최저임금법은 1986년 12월 31일 공포,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경총도 일찌감치 1985년 5월에 건의안을 발표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재계는 "최저임금은 시장원리로 결정되는 임금을 인위적인 노력으로 수정한다"면서 최저임금제를 몹시 싫어하는데 왜 건의안을 냈을까요? 이미 전두환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가능한 한 기업주들에게 미칠 영향을 줄여보자는 심산이었습니다.

Q6.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는 원래 전체 노동자였나요?
  1988년 도입 첫 해는 10인 이상 제조업체만 적용했다가 이듬 해 1989년에는 10인 이상의 건설업과 광업을 추가 적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건설업과 광업보다는 서비스업이 임금이 더 낮았는데도 이들을 제외시켜 노동자들의 반발이 컸습니다.
  그래서 1990년부터 10인 이상 전산업으로 확대 적용됐고 이때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임시·일용, 파트타임 노동자까지도 포함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IMF가 터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저임금 노동자들이 늘어나니까 1999년 9월부터 5인 이상 사업체 전산업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어서 2000년 11월부터 전체 사업장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게 됐습니다.

Q7.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는데 누군가요?
  최저임금법이 문제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이 경우입니다.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로 노동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수습 중이거나, 또 직업훈련 중인 경우, 아파트 경비 등 감시 또는 단속적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 등은 최저임금에서 적용제외됩니다. 문제는 이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장애인 노동자라도 현장에서는 그다지 노동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법조항 때문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는 게 말도 안됩니다.
  또 나이가 어리다고 최저임금도 안 주게 돼있습니다. 만 18세 미만 노동자의 경우 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최저임금의 90%만 받게 돼 있습니다. 나이가 조금 어리다고 똑같이 일하고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다니 옳지 않습니다.
  민주노총이 2000년 10월에 국회에다 낸 법개정안에는 이들도 최저임금을 받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Q8. 왜 최저임금 적용시기가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가 아니라 9월1일부터 이듬해 8월31일까지인가요?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뒤 1993년까지는 11월30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내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1993년 8월5일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94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8월5일까지 결정하고 같은 해 9월1일부터 다음 해 8월 31일까지 적용하는 걸로 변경했습니다. 이렇게 시기를 변경한 이유는 기업주들이 "매년 1월1일부터 최저임금이 적용돼 최저임금상승률이 임금교섭에 선행지표 역할을 하고 최저임금을 웃도는 노동자의 임금상승까지 유발하는 경우가 있어 이들 사업장은 이중으로 임금인상효과가 나타난다"고 강력하게 들고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때 민주노조운동세력은 정부와 기업주한테 지독한 탄압을 받던 때라 여기에다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은 당연히 그해 임금인상률과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해 임금교섭결과가 대강이라도 나오는 때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해 국회에다 낸 최저임금법개정청원안에 최저임금인상액은 가을에 결정해서 적용시기는 이듬 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다시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Q9. 최저임금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나요?
  노동자대표, 사용자대표,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참가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6월말까지 심의하면 노동부장관이 결정합니다. 2003년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는 노동자대표는 민주노총이 4명, 한국노총이 5명입니다. 사용자대표는 경총, 중소기업협동중앙회쪽 사람들이고 공익위원은 주로 경제학·경영학교수나 법학교수들입니다.
  노사대표와 공익위원은 노동자들의 생계비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노사가 제출한 최저임금요구안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토한 뒤 최저임금을 결정합니다.
  노동부장관이 이를 고시했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10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시 열린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되는 날짜는 8월 5일입니다.

Q10.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연도별로 얼마였나요?

<표> 연도별 최저임금액수


Q11. 최저임금으로 이 정도면 충분한 건가요?
  절대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진짜로 매우 낮습니다.
  첫째, 최저임금은 생계비에도 한참 모자랍니다. 통계청은 지난 해 기준으로 가족이 3명일 때 한달에 2,125,900원은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때 최저임금은 한달 474,600원이어서 통계청 조사에 비하면 겨우 24.4%밖에 안됩니다. 비단 지난 해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최저임금은 항상 가족 3명의 생계비에 30%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표 2> 실태생계비 대비 최저임금 추이(단위 : 명, %, 원)

자료 : 1)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저임금심의·의결경위』, 각년도
       2) 통계청,『도시가계연보』, 각년도 및 '99년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
주 : 도시근로자 가계지출은 ⑴ 88-93년은 연평균, ⑵ 94년 1-8월은 1-3분기 평균, ⑶
   94년 9월 이후는 예컨대 94.4-95.3분기 평균, ⑷ 99년 9월 이후는 99년 4분기 평균임.

  둘째, 최저임금위원회는 해마다 10월이면 29세 미만 독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생계비 실태조사를 벌이는데 작년 10월 기준으로 한달에 1,014,718원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이 때 최저임금은 514,150원이라서 겨우 50.7%로 절반 밖에 안됩니다. 그 전 해인 2001년도 최저임금 474,600원도 최저생계비에 비하면 532.% 수준입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없습니다.

<표 3> 최저임금위원회 사용 생계비(단위 : 명, %, 원)

자료 :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심의·의결경위』, 각년도
주 : 최저임금 비중 = 당해연도 최저임금/생계비

  셋째, 전체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물가인상률+경제성장률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에서 보이듯이 임금상승률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경우는 1989년, 1997년, 1998년, 2001년 네 번 밖에 없습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때도 1989년, 1997년, 1998년, 2001년뿐입니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면 이 지표를 훨씬 웃돌아야 하는데도 현실이 이렇습니다.

<표> 최저임금 인상률 관련 각종 지표 (단위 : %)


Q12. 민주노총은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얼마를 요구하나요?
  시급 3,100원 일급 24,800원 월환산(226시간) 700,600원입니다.  
  경총 등 기업주들은 "이 요구가 너무 높다"면서 "현재 2,275원에서 어떻게 36.6%나 올리자는 거냐"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이 정도라야 저임금 노동자들도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은 '죽지 않을 만큼 주는 임금'이 아닙니다.
  첫째, 노동부 조사결과 작년 월평균정액임금이 1,408,468원인데 월환산 700,600원이라고 해도 전체 노동자 월평균정액임금의 절반 수준입니다. 둘째, 도시노동자 3인가구 월평균 가계지출 2,177,900원의 32% 수준이고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29세 미만 독신 노동자 한달 최저생계비 1,107,507원의 63.3% 수준입니다. 결코 지나친 요구가 아닙니다.

Q13. 그럼 경총은 올해 얼마나 올리자고 하나요?
  경총은 시급 2,355원 일급 18,840원 월환산(226시간) 532,230원으로 하자고 합니다. 이런 월급을 주고도 사장소리를 듣겠다니 기가 막힙니다. 당신네들도 그 돈으로 한 달 살아보라고 해야 합니다.
  경총의 요구안은 쓰레기통에나 쳐넣어야 합니다. 통계청이 올해 3월 조사한 도시노동자 3인가구 월평균 가계지출 2,177,900원의 24.4% 수준밖에 안됩니다. 게다가 올해 물가가 계속 오르면 수준은 더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경총 요구안은 또 노동자위원들이 제출한 29세 이하 단신노동자 생계비 요구안 1,107,507원의 48.0% 밖에 안됩니다. 부양가족이 단 한 명도 없는 노동자가 한달 사는 기준에도 턱없이 모자란 액수라는 얘기죠.
  경총 요구안인 한달 532,230원은 2003년 2월 현재 5인 이상 사업체 월평균정액임급 1,466,593원의 36.2% 수준 밖에 안됩니다. 경총은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정말 낮은데 이런 문제를 개선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경총의 최저임금 요구안과 경제지표 비교(단위 ;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