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하려면

허 영 구(월간좌파 편집위원장,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1. 노동자 평균 임금 50%, 시급 6700원 요구

민주노총은 2014년(작년)에 2015년(올해) 최저임금을 5210원에서 1490원 오른(28.6%) 6700원(월 104만 2천원)으로 요구했다. 민주노총 포함 시민사회단체의 작년까지의 최저임금요구액 산정 방식은 ‘5인 이상 상용직 정액급여의 50%’였다. 그러나 ‘노동자 평균임금 50%’는 지역과 산별 차원에서 저임금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기에는 턱 없이 낮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새로운 결정기준과 산정방식은 조직 내외적으로 관련 단위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합리적 최저임금 인상기준 마련 방안> 이라는 고용노동부 용역보고서(2014년)에서 제시한 ‘1인 이상 전체 근로자 중위임금 50%’를 비판하면서 노동계를 비롯한 최저임금연대가 주장해왔던 ‘5인 이상 상용직 정액급여(평균임금)의 50%’가 합당하다고 했다. 그런 논리로 2014년에 민주노총이 제시했던 2015년 최저임금 인상근거는 다음과 같다.

-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5인 이상 상용직 정액급여 평균(2,577,842원)의 50%는 1,288,921원임. 이 금액에 올해 임금인상률의 합리적 기본값이라고 할 수 있는 8.8%(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노동소득분배율 개선치)를 곱해서 나온 금액(113,425원)을 합하면, 1,402,346원이 산출됨. 이 금액에서 천단위를 절사하면, 1,402,000원이 됨.

- 2014년 적용 최저임금이 주 40시간 기준(월 209시간)으로 월 1,088,890원이기 때문에, 월 단위 최저임금 인상요구액은 313,110원[1,402,000원-1,088,890원=313,110원]임.

- 한편, 1,402,000원을 시급으로 환산하기 위해, 주40시간 만근해서 주휴수당을 받는다고 가정하여 월 노동시간 209시간으로 나누면 6,708원인데, 이 금액에서 원단위를 절사하면 6,700원이 됨.

- 최저임금 시급 6,700원 요구액은 ∇ 열악한 공단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감안하고, 희망 요구액인 6,878원에 근접하며, ∇ 5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 임금 평균의 50%에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함.

- 결론적으로 2015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 요구액은 시급 6,700원/월급 1,402,000원으로 함. 이를 위해, 월 정액급여 기준 313,110원 인상이 필요함. 현행 최저임금 5,210원 대비 28.60%(1,490원) 인상된 금액임.

작년 5월 민주노총을 비롯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을 전개해 온 알바노조 구교현위원장은 이미‘알바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적정생계비 150만원 수준 (알바연대, 2013), 청년임금인상 요구안 시급 7,489원 수준 (청년유니온, 2014)이었는데 지표 대신 요구에 기초한 최저임금 인상기준 필요’에 대해 주장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알바노조의 1만원 요구를 의식해 ‘6700원’에 ‘이상’을 붙여 ‘6700원 이상’이라는 이상한 요구안을 내세운 바 있다. 교육자료에는 ‘소득분배구조 개선,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근거 없는 슬로건도 달았다.

2. 4.24 총파업 ‘최저임금 1만원’ 요구

2014년 말 민주노총은 첫 직선제를 실시했다. ‘박근혜와 맞장, 총파업’을 내건 한상균위원장이 당선됐다. 2015년은 임기중반을 넘어서는 정권의 노동공격과 맞물려 투쟁이 불가피했다. 거기다 총파업을 선거공약으로 내 건 집행부는 조기총파업으로 밀어붙였다. 투쟁기조는 투쟁력을 감안해 ‘무기한 총파업’이 아니라 시기별 ‘파상파업’으로 정했다. 임기 초반에 1차 총파업 계획이 발표됐다. 이름하여 단 하루 ‘4.24총파업’이다. 이런 큰 투쟁에 민주노총 조합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노동자 전체 계급의 요구를 내 건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부족이거나 구체적인 전략전술부재였다면 너무나 허무한 일일 수 있다.

총파업 4대 요구로 2개의 저지목표와 2개의 쟁취목표를 내걸었다. 저지목표는 1.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노린 (박근혜)노동자 죽이기 정책 분쇄, 2. 공적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중단(공공부분가짜 정상화 개악 중단 포함, 총파업 임박해서는 빠짐), 쟁취목표는 3. 최저임금 1만원 쟁취, 4.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였다. 현실적으로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저지투쟁에 급급한 현실에서 쟁취요구를 실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요구는 민주노총이 소속 조합원 외 알바노동자를 비롯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내 건 것이다. 조합원 65만 8천 명 중 68.4%인 42만 9천명이 투표하고 투표자 중 84.4%(재적 대비 54.9%)인 36만 2천 명이 찬성했으니 파업의 형식적 절차도 거쳤다. 총파업 요구가 단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표하는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당위적으로 동의했을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던 민주노총이었는데 2016년 최저임금액을 2015년 최저임금 시급 5580원(월 117만원)에서 무려 80%나 인상한 시급 1만원(월 209만원)을 요구했다. 그것도 슬로건이 아니라 민주노총 4.24 총파업 요구로 말이다. 형식적으로는 민주노총 2대 쟁취 요구 중 하나였고 조합원 36만명이 찬성했으니 기존의 논리를 일거에 허물어야 했다.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시금 1만원을 요구한 배경은 아래와 같다.

- 현재 한국 경제와 사회를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대게 만들고 있는 재벌·기업과 노동자·서민 간 극단적인 소득불평등구조를 혁파할 유력한 정책수단으로서 최저임금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 ▽ 경제·사회적 효과(내수진작, 소득분배개선 등)를 충분히 거두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절실하다는 점 ▽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흐름에 조응한다는 점 ▽ 최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수준의 생계비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 ▽ 최저임금 1만원은 저임금을 일소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함.

- 2015년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주 40시간 기준 월 환산 1,166,220원)인데, 이 금액으로는 가족 생계는 고사하고, 노동자 1인 실태생계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음.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최저임금 수준으로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는 불가능함. 2015년 법정최저임금은 2013년 미혼단신노동자 실태생계비인 1,506,179원에도 못 미침. 또한 현재 1인가구 가계지출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2006년∼2014년까지 평균 60.4%이고 2014년 기준으로 65.4%에 불과함.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도 여전히 열악한데, 2014년 기준, 법정 최저임금(월 환산액 1,088,890원)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정액급여 대비 41.1%, 임금총액 대비 32.7%에 불과함.

-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 “노동자 본인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임금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함. 이는 유엔사회권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경총 등 사용자 단체의 ‘최저임금은 단신 노동자 생계비만 주요하게 고려하면 된다’는 주장은 국제적으로 정당성이 없음. 또한 실제로도 최저임금 이하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최저임금의 110%미만)을 받는 세대주의 60% 이상이 외벌이로 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평균 세대원 수가 약 2.5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발표됨.

이러한 배경에 따라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총파업 요구로 삼기로 했는데 산정 근거는 다음과 같다.

- 도시근로자 1인 가구 가계지출(통계청, 2014) 가운데, 공적 비소비지출(경상조세, 법정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소비지출을 기준으로 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 지출을 산출함, 식료품, 의류, 주거·수도·광역, 보건, 통신, 교통, 교육, 오락·문화 등

- 한국노동패널 자료에서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자의 평균 가구원 수를 고려하여(2.5인), ①에서 가구균등화 지수를 적용해 최저임금노동자의 평균 가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출규모를 산출함

- 최저임금이 내년(2016년)부터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2015년 경제성장률(3.4%), 물가상승률(1.9%), 소득분배 개선치(2.9%)를 반영함.

즉, [도시근로자가구 1인당 소비지출(가계지출-비소비지출) * 2.5인 가구 적용(가구균등화지수)]*2015년 물가상승률 등 반영.

→ (1,221,200*1.581)+(1,221,200*1.581*8.2%) = 2,089,035원 / 209시간 = 시급 9,995원(원 단위 절상), 10,000원.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요구는 배경과 산정근거에서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1만원을 주장한 배경에 빠진 것이 있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2014년 말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과정에서 좌파노동자회에서 출마한 위원장 후보의 민주노총의 근본적 혁신을 통해 비정규불안정노동자 조직화가 필요하며 악화되고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을 개선하기 위해 알바노동자를 비롯한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하기 위해 최저임금 시급 1만원 공약,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알바연대와 알바노조의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은 고스란히 빠져 있다. 최근 민주노총 직선제 쟁취의 역사에서 고군분투했던 좌파노동자회의 역할이 의도적으로 누락되는 것과 같다.

3. 최저임금 1만원 선전전과 장그래운동본부

민주노총은 2개월 토론 끝에 3월 12일 최저임금 1만원 요구안을 발표했다. ‘500만 서명운동을 제안했고 금속노조 등 상당수 산별연맹이 조합원 30~50%의 서명을 조직했다’고 했지만 전체 서명자수는 20만 명에 그쳤다. ‘민주노총 산하 16개 지역본부는 4월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주 1~2회씩 거리에서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전개했으며 수만장의 홍보물과 수천개의 펼침막을 달면서 여론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총파업 요구로 내걸었고 4.24 투쟁 포스터나 총파업 집회 무대에 항상 ‘최저임금 1만원’ 요구가 있었으니 사회적 의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를 내걸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 특히 투쟁주체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담당자는 “최저임금 1만원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데 민주노총의 조직력이 집중되었다”고 평가하고 “이제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노동자 서민 전체의 요구를 내걸고 과감하게 정치총파업을 조직하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더 나아갈 때”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장조합원들의 입장에서나 당사자인 알바노동자들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문제가 알바노동자를 비롯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노동소득분배율 제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등 종합적으로 문제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요구라는 급격한 변경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설과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그래’를 내세웠다. 언론의 이미지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4.24총파업을 한 달 앞 둔 3월 18일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장그래 10만 대행진에 나섭시다!”라는 플랑을 걸고 360여개 한국사회 노동자․시민․빈민․학생․청년․문화․종교․교육․법조․언론․의료․장애․여성․환경․인권 등 모든 사회 부문이 참여한 장그래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공동대표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등 5인을 선임했다.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출범선언문]

절망의 ‘미생’에서 희망의 ‘완생’으로, 박근혜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종합대책 저지’와 ‘함께 살기’를 위한

1000만 장그래들의 행진을 제안하며

2014년 12월 29일. 대한민국의 노동자․서민과 가족들이 드라마 ‘미생’ 속 비정규직 노동자 ‘장그래’의 애환에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막는 ‘장그래법’이라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체는 ‘자본가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에 다름 아니었다. ‘법적 초과근로시간 더 늘이고, 임금은 더 낮게, 해고는 완전 쉽게, 비정규직은 왕창 많이’가 화려한 포장지 속에 숨어있는 핵심 내용이었다. 실로 노동자의 삶을 질곡으로 내모는 ‘노동자 죽이기 종합대책’이 아닐 수 없다. (중략)

이미 1000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장그래’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다. ‘미생’의 끝처럼 해피엔딩을 바랄 수조차 없다. 노동자․서민들의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이른다. 평생을 일하고 저축해도 이제 집값은 고사하고 또다시 빚을 지지 않고는 전세값마저 마련할 수 없다.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출산율, 자살율이 OECD국가들 중 최악인 죽음의 사회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꿈과 눈물과 죽음들의 값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0대 재벌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2008년 기준 221조에서 2014년 기준 515조원으로 차고 넘치는 동안, 전체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했고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이 일상이 되었다. (중략)

마침내 오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사회 노동자․시민․빈민․학생․청년․문화․종교․교육․법조․언론․의료․장애․여성․환경․인권 등 모든 사회 부문이 참여하여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출범한다. 운동본부는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전국의 ‘장그래’들과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갈 것이다. 장그래들을 살릴 방도를 함께 머리 맞대고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공동실천을 모색할 것이다. (중략)

2015년 3월 18일,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

알바노조와 청년유니온 대표를 결합시켰지만 그들에게 맞는 구체적인 투쟁전술은 채택하지 못했다. 징그래운동본부는 6월 16일 창원을 시작으로 6월 26일까지 10일간 전국을 돌며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선전전을 전개했다. 지역에서 2차 총파업조직화 일환으로 일부 결합하긴 했지만 10만 대행진 구호는 무색할 정도였다. 장그래 역할을 했던 연예인은 노동부의 선전 이미지로 활용될 정도로 계급적 문제에 혼돈을 불러일으켰다. 알바노조가 5.1절 날 맥도날드 매장을 점거해 조합원들이 연행되고 장그래운동본부 공동대표인 구교현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경총을 항의방문하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되어도 면회 오는 사람도 없었다. 알바노조는 그저 장그래운동본부에 참가하는 360개 단체 중 하나일 뿐이었다. 투쟁주체인데도 말이다.

민주노총은 4월부터 500만 서명과 선전전을 진행했고 이어서 6월 16일에서 26일까지 매우 의미 있는 장그래 대행진을 했다고 주장하였다.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6월 말 집중적으로 2016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작년까지 있었던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제대로 된 집회 한 번 없었다. 한국노총도 처음에는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 요구로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다. 1만원은 아니지만 초기엔 재정경제부장관조차 최저임금 인상을 거론했기 때문에 제법 인상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위원 몫으로 청년유니온에 한 자리를 할애했다.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자 경총을 대표로 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예년처럼 동결을 들고 나왔다. 그러다 막바지에 이르자 10원 짜리 동전 적선하는 식으로 30원 인상 5610원을 제시했다. 그 후 65원 인상 5645원, 135원 인상 5715원까지 찔끔찔끔 올라갔다. 노동자위원에서도 세 차례에 걸쳐 1600원 내려 8400원, 1800원 내려 8200원, 1900원 8100원을 제시했다. 애당초부터 10000원은 그냥 제시해 본 수치에 불과했다. 상대가 있는 교섭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경총이 30원 올릴 때 30원 내리고, 65원 올리면 65원 내리는 식으로 대처해야 했다. 마지막에 공익위원들은 5940원~6120원(6.5%~9.7%) 인상구간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2015년 대비 8.1%, 450원 인상해 6030원 결정으로 끝났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평균 인상액 300원과 비교할 때 450원은 대폭인상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1만원이 되려면 앞으로도 10년 세월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할 텐데 최저임금에 시달리던 알바노동자들 중 얼마나 살아남을 것인가.

4. 최저임금 1만원 투쟁 과제

최저임금 1만원이 됐든 뭐든 요구를 하기까지에는 주체가 있고 역사적 맥락이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총파업요구로서 최저임금1만원 쟁취요구는 형식적으로 수십 만 명이 찬성해 확정되었지만 조합원들에겐 맥락 없는 생뚱맞음과 요구와 투쟁주체의 불일치로 인해 그냥 걸어본 슬로건으로 그치고 말았다. 7월 초 최저임금 심의위원회에서 2016년 최저임금이 고작 450원 인상 6030원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만약 단위사업장에서 4500원 인상 요구했다가 450원 인상으로 끝났으면 재교섭을 하든지 아니면 집행부가 책임을 졌을 것이다. 사회적 의제를 제기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사회적 의제는 알바노조가 이미 제기해 왔고 세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적 주요 의제다. 새삼스럽게 민주노총이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조용히 평가할 일이다.

4.24 총파업 요구로 내걸고 장그래운동본부를 만들고 시끌벅적했던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이었지만 2015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라 그랬는지 7.15총파업 때는 요구에도 사라졌다. 시류에 영합해 구체적인 투쟁계획도 없이 1만원 요구를 내 건 것이 아닌지 궁금해진다. 지난 7월 22일 미국 뉴욕주 임금위원회는 패스트푸드 식당 종업원과 캘리포니아 주립대(UC) 계열학교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오는 2018년부터, 나머지는 2021년까지 15달러(16,70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한국의 3배에 달하는 최저임금이다. 호주를 비롯해 이 수준에 있는 나라는 여럿이다.

감나무 밑에 누워 OECD국가 평균 1만원에 도달하는 것을 기다릴 수는 없다. 최저임금 1만원이 절박한 노동자들이 투쟁에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전략 없이 슬로건만 내거는 것은 대중영합주의다. 자칫하면 투쟁주체들의 투쟁에 혼선만 가져올 수 있다. 금년도 최저임금 투쟁이 그랬다. 무슨 근거로 만원 요구를 8100원으로 수정했는지, 그렇다면 작년에 민주노총이 요구한 6700원 이상과 무엇이 달랐는지 알 수 없다. 전략이 없으면 끼어들지 말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나아가 비정규불안정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한국의 알바노동조합 역시 새로운 조직화 사례이다.

민주노총의 1만원 투쟁과제는 조합원들을 투쟁주체로 세우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언론으로부터 공격받으면 실질임금은 낮다고 주장한다. 기본급 비중은 낮은데 야근특근 등 장시간노동으로 추가로 임금을 더 받는 것뿐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장시간 노동의 결과물이지 임금이 높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틀리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총임금을 말할 때 대기업의 특혜라 할 수 있는 사내복지성 성과급은 슬며시 제외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자동차 완성차 공장의 시급은 7000원대 초반이다. 법정 최저임금 시급 5580원 보다 고작 1000원을 상회할 뿐이다. 금년도 공공부문의 시중노임단가는 8019원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노동자들 중 낮은 시급에 기초해 장시간 노동으로 상대적 높은 임금을 받는 사업장에는 반드시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고 결과적으로 줄어드는 임금은 시급인상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노동자시간단축-일자리창출-최저임금인상’은 패키지로 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장시간노동체제를 최소한 주35시간제(주간 2교대제의 경우 30시간)인 적정노동시간체제로 바꾸고 노동소득분배율(최소한 60%에서 70%까지)을 높여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수탈체제를 종식시키는 방향으로 투쟁의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원 요구를 내걸고 실질적인 총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계급적 연대에 기초한 새로운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그래서 ‘장그래’ 같은 구호로는 안 된다.

(<월간좌파>28호, 2015년 8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