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노동법 개악 역사

새누리당사 건물에 ‘민주주의 거목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네요. 지금은 고목이 되었군요. 새누리당에겐 거목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정치사에서 보면 독재정치세력과의 야합이었지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성장하고 있던 민주노조의 투쟁이 한국자본주의 재벌체제를 위협했고 드디어 1990년 권력을 향해 달리던 양김체제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이 노태우 군부세력과 연합한 것이죠. 민주자유당(민자당) 창당일이 전노협 창립일과 같은 날이었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죠. 이 해부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외국인도 주식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요. 신자유주의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었죠.

김영삼 정부는 1995년 12월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는데 그 해 민주노총이 창립했을 때죠. 1996년 12월 26일 신한국당이 정리해고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동법을 날치기 했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전개됐죠. 한 달간의 전면총파업을 전개했는데 하루 이상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이 40만명이 넘었고 30일간 연인원 150만명(하루 평균 5만명)이 총파업집회에 참여했고 400만부에 달하는 선전유인물도 배포했고요. 그 결과 김영삼 정권은 몰락의 길을 재촉했죠. 그런데 김영삼 정부가 OECD에 조기가입 했는데 그 조건이 노동시장유연화 즉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는 것이었어요. 날치기 2주전 쯤 가입했고 정리해고도입 조건부였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1997년 말 IMF외환위기로 김영삼정권은 몰락한 거죠. 당명도 한나라당으로 바뀌었고요.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새누리당으로 바뀌었고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민주당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신자유주의정책은 지속됐지요. 김대중 정부는 IMF프로그램 일환으로 정리해고제와 노동시장유연화를 적극 추진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노사관계로드맵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악법을 통과시켰죠. 민주당 정권이 닦아놓은 신자유주의 고속도로 위를 이명박근혜 정권이 질주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노태우정권에서부터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정권퇴진을 외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5년마다 임기가 바뀌면서 정권은 바뀌었지만 노동법 개악은 지속되고 있지요. 이에 저항해 6천여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됐고요.

앞으로도 자본의 대리자이자 행정집행권자인 정부의 노동법 개악과 노동운동탄압의 공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이는 바로 자본주의 정세에 기인하는 것이죠.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공황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1800년대 중반의 위기가 독점으로 해소됏지만 1930년대 공황이 나타났고 2차 대전으로 해소됐지만 1970년대부터 시작된 공황적 위기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를 초토화시켰으며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유럽을 거쳐 전 지구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어요. 자본주의 위기조절은 실패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공격을 지속적으로 가할 수밖에 없는 일이죠. 공황의 골자기를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메우려는 의도로 진행되는 데 동원한 논리가 바로 신자유주의정책이라는 것이고 노동부문유연화와 구체적으로는 노동법 개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노동법 개악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인데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개투 총파업 당시와는 전혀 다른 지형이라는 점입니다. 당시 천만 노동자라고 했지만 지금은 2천만 노동자인데다 노동게급 내부의 계층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죠. 그 사이를 자본이 치고 들어왔고 노동계급 내부를 분단(열)시키고 있죠. 민주노총이 점점 고립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고 그들의 투쟁을 지지엄호하지 못한다면 저들의 탄압과 공세를 막아 낼 수 없다는 뜻이죠.

우리가 열심히 투쟁한다는 것, 담장을 높이 쌓고 철조망도 만들고 방범장치를 부착한다고 하더라도 동네 뒤편 댐이 무너진다면 집들은 하루아침에 휩쓸려 가버리고 만다는 것이죠. 올해 임금피크제 투쟁에서 경험했듯이 현장은 예산불이익, 취업규칙불이익 변경 등으로 밀렸습니다. 박근혜 정권을 내세운 자본이야 노동법 개악되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무기가 없는 게 아니지요. 노동부 장관이 공언하고 있듯이 ‘저성과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이라는 양대지침을 통해 현장을 초토화시킬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현장이 무너지면 상층의 총전선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2015.12.22. “노동개악 법안 저지를 위한 국회농성투쟁” 중, 전국공공운수노조 새누리당 규탄 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