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운운하다니

<조선일보>는 “미·중도 감당 못하는 북한, 나라 국민 지킬 비상조치 취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전력불균형이 생겼으므로 전략적인 비상 자위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선제 타격체제인 킬체인(kill chain)이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도 한계가 있으므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1960년 프랑스가 미국과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사례를 들어 어려운 순간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북한 4차 핵실험, 박대통령이 미·중 ‘끝장제재’ 끌어내라”는 사설에서 북한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둔 한·미·중 공조를 하고,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면서 핵 없이 핵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지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도 “무너진 한반도 평화...북핵, 동북아 외교 전면 수정해야”라는 사설에서 대일외교 강화, 한미일 안보 동맹을 재구축, 드레스덴 선언 자동폐기와 개성공단 재고, 독자적 핵개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동아, 한국경제신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남한도 핵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주변국이 용인할 지도 의문이지만 결국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반하고 있으니 남한도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다. 72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은 가공할 위력으로 인명살상과 파괴를 가져왔다. 그 이후 여러 나라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재앙을 초래하였다. 핵전쟁은 재래식 무기의 전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재앙적 수준의 파멸이며 인류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을 이유로 남한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과 같다.

군사적 비대칭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핵 확산을 가져왔다. 국제적으로 1967년 미국과 구소련에 의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시작됐지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용인되어 왔다. 원칙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비핵화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럴 때만이 핵무기개발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도록 남북은 물론 북미간의 정치외교경제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조선일보>는 “ 이 날도 치고받고 싸운 정치권, 이러니 ‘핵 불감증’ 번지는 것”이라는 사설에서 북이 핵무장을 끝내고 남한이 대들면 수소폭탄 한 방에 서울이 잿더미가 될 판인데도 여야가 노동5법을 처리하지 않고, 더민주와 안철수가 티격태격하고, 여당은 공천룰로 시끄럽고, 서울증시는 변동하지도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노동5법 처리하고, 여야는 분란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하고, 증시는 급락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핵폭탄 떨어질 판에 왜 노동법은 개악한다는 거지? 결국 핵폭탄 안 떨어진다는 것 아닌가? 주식시장이야말로 전쟁에 가장 민감한 곳이다. 북한 핵실험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주식시장이 전혀 요동치지 않았다는 것은 당장 전쟁 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탓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ㅏ지고 난리를 치는 세력은 당장 핵전쟁이 난다기 보다 이런 상황을 과도하게 부풀려 다른 전쟁 즉 노동과 자본의 계급전쟁(노동법 개악 등)이거나 여야간 선거전쟁(금년 4.13총선이나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닌지 궁금해진다. 조선일보는 ‘핵불감증’을 설명하려면 앞뒤가 맞게 하시라!

<한국경제신문>은 “선거연령 만 18세? 고3 교실까지 정치판 만들 셈인가”라는 사설에서 ‘OECD대부분의 국가가 만 18세에 선거권을 가지고 있고 일본도 2016년 7월부터는 만 18세부터 선거권’을 가지게 된다고 예를 들어 설명해 놓고서는 선거인구를 확대한다고 민주주의가 성숙되거나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민주주의 안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만 15세 이상이면 생산활동가능인구 즉 경제활동인구라 분류한다. 법적으로 만 18세면 결혼 가능한 연령이다. 그런데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될 소린가? 선진국에서는 10대에 시장이 나오고, 20대에 주지사, 30대에 당대표(우리나라 노동당 대표도 30대)와 총리나 수상이 되는 데 언제까지 나이든 사람들만 선거하고 정치하는 것으로 할 것인가?

(조중동한매 사설 비평, 2016.1.7.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