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지상군 투입으로 테러 막을 수 없다

<중앙일보>는 “용서할 수 없는 악의 테러, 지상군 투입 검토하라”제목 사설에서 ‘작년 11월 130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테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또다시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 최소 34명의 희생자를 낸 이번 테러도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고 도전’이라면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는 선택적 폭격에만 의존할 뿐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못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이라크·시리아를 넘어 리비아로까지 번진 악의 세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으니 국제사회는 유엔을 중심으로 하든, 아니면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들끼리 합심해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 등을 검토‘를 주장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중앙일보> 스스로 ‘유럽으로 숨어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만 2000명 이상이고, 자생적 테러리스트까지 합치면 위험인물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힘들다‘고 말하면서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주장하는 것은 유럽 내에서의 테러 위험성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과거 러시아나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동침략전쟁에서 지상군 투입으로 테러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기전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떠돌고 있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있는데 지상군까지 투입해 전쟁이 확산 될 경우 난민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브뤼셀에서 벌어진 테러사건에서 보듯이 자생적 테러에 대책이 없는 상태다. 그런데 중동지역에 지상군을 파견해 확전이 될 경우 전쟁은 중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유럽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이다. 벨기에서 이슬람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실업률이 거의 40%에 달한다고 할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 되고 있다. 중동에서 출발해 유럽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테러의 원인과 책임을 냉정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일이다. 누가 테러집단을 키웠는가?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어느 나라, 어느 다국적기업이 생산하고 수출하고 있는가? 제국주의 침략과 신자유주의 약탈체제가 낳은 테러문제에 대한 접근 없이 현상적으로 나타난 테러 대응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앙일보>의 주장은 무모하다.

<한국경제신문>는 “중소기업 구인난에도 파견법 외면한 채 19대 국회 문 닫나”제목 사설에서 ‘현행 파견법은 비정규직 증가를 막는다는 취지로 근로자 파견을 32개 업종, 192개 직종으로 제한, 허용기간은 최대 2년, 계약 갱신횟수는 1회로 국한, 업계에서는 파견법이 고용 유연성에 걸림돌이며,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이 대기업의 40배에 달하고,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2012년 4.6%에서 지난해에는 11.5%, 내년에는 14.1%까지 높아질 전망, 국회에 계류 중인 파견법 개정안은 뿌리산업과 고소득 전문직,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도 없고 권력투쟁만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복잡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재벌 대기업들이 제조업 생산현장에서의 파견노동자 고용이 불법으로 판결나면서 현장에서 파견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직면해 왔고 최근 여러 경로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55세 이상’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파견법의 제한을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논쟁이다. 물론 중소업체에서도 같은 입장에 있다. 결국 자본의 입장은 파견업종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파견법 개정 중 일자리와 관련해 제조업만 부각되고 있지만 ‘고소득 전문직’ 부분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전문직의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교육, 사무, 기술 분야뿐만이 아니라 최근 인공지능(AI)의 현실화에서 보듯이 제조업분야 역시 고도의 전문직이 요구되고 있다. 파견노동자란 사용자가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단기간에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형태 중 하나다. 결국 ‘파견법 대상 확대’라고 쓰고 ‘비정규확대’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정규직철폐’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고용시장 활짝 열린 일본 청년들이 부럽다”제목 사설에서 ‘일본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들이 내년 봄 대졸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10.7% 늘릴 계획, 일본 기업의 대졸 채용인원 증가세는 80%를 웃도는 대졸 취업률, 일본은 임금피크제, 파견법 등에서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노동개혁을 이미 단행,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고수로 청년 취업문이 오히려 더 좁아지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한다.

먼저 대학진학률이 OECD(평균 39%) 1위인 한국(이수율 66%) 자체가 다르므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일본의 대졸신입사원 채용 증가가 한국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55세 이상 고령자의 파견확대문제와 결부시켜서 볼 수 없다. 일본은 2015년 10~12월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였고, 2015년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성장률도 0.6%에 머물 전망이다. 실업률은 낮아졌으나 임금상승과 소비증가로 나타나지 않고, 노동시장유연화로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노동자의 40% 육박하고 있다. 경제구조 전체ff 말하지 않고 한 부분만 떼 내어 양국간 비교를 말할 수 없다.

<문화일보>는 “‘兎死狗烹(토사구팽) 처지’ 김종인 대표와 친노·운동권黨 본색”제목 사설에서 ‘계속 남아 있으려면 운동권 노선과 세력이 교체될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주어야, 그러지 않으면 친노 인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짜 ‘노욕(老慾)’으로 비칠 뿐‘이라고 했다.

‘운동권’ 운운하는 것은 전체 운동권에 대한 모욕이다. 운동권은 한 때는 ‘민주화’를 위한 노선과 단체였지만 지금의 운동권은 신자유주의가 낳은 빈부격차, 양극화, 비정규직, 최저임금, 부채, 실업 문제 등에 맞서 대안을 제시하고 투쟁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그것이 친노든, 경제민주화 멘토인 김종인이든 운동권과는 거리가 멀다. 한 때 집권 했던 친노세력은 삼성 등 재벌을 재벌을 앞세워 한국경제를 선진화하려 했고 신자유주의 정책 중에서도 최첨단인 금융자본주의 세계화를 추진한 세력들이다. 그런 자본운동권이라면 모르겠지만 혁신이나 변혁적 관점에서 운동권이라 말할 수 없다. 전두환의 국보위 출신에서부터 부정비리로 구속되어 국회의원 자격이 박탈됐고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넘나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만 5번째 하게 된 김종인씨가 대표로 있는 정당에서 ‘운동권’이라는 말은 가당찮을 뿐 아니라 진짜 운동권을 욕 먹이는 일이다. 도매금으로 넘기지 말라.

(2016.3.23.수, 조중동한매문 사설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