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정치가 실종된 6.2지방선거

=반MB연합에 투항한 노동자 정치세력

-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패배,  민주당의 어부지리 승리

이번 6.2지방선거는 전체 유권자 38,851,159명 중 21,166,894명이 투표해 54.5%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지난 4년 전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4대강을 밀어붙이며 오만했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완패했다. 북풍과 노풍으로 맞붙은 6.2지방선거에서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꺾었다.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을 앞세운 경기교육감을 필두로 수도권 포함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을 탄생시켰다. 전교조와 반전교조 교육감선거에서 전자의 승리였다고도 한다. 또 하나 특징은 반MB 5(야당)+4(시민단체)선거연합 논의에서 출발해 혼란을 겪었지만 결국 야당단일화가 선거승리의 주요원인이었다. 막판에 심상정이 유시민을 밀면서 반MB선거에 합류했지만 유시민은 당선되지 못했다. 사퇴한 심상정에게 찍은 표가 많아 무효표가 18만이나 나왔다. 심상정 사퇴가 곧 유시민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한명숙이 오세훈에 불과 0.6%인 26,412표차로 낙선하였다. 그것은 민주당이 반한나라 어부지리 바람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MB심판이나 무상급식 말고 특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노회찬이 사퇴하지 않고 3.3%인 143,459표나 얻은 때문이라며 진보신당을 ‘진보탈레반’이라며 공격하였다.  진보신당은 서울에서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 후보 득표율에 못 미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자체의 문제라며 공격을 되받았다. 그러나 정당이나 후보자신의 문제로 평가하기 보다는 이념이나 노선이 다른 당의 후보가 사퇴하지 않은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4당이 선거연합이 보여준 위력 때문이다. 여기에 진보신당까지 합쳤다면 서울시장까지 당선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여하튼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삽질 덕에 어부지리로 지방권력을 장악했다. 가장 큰 원인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실망한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한 결과다. 4년 전 지방선거, 2년 반전 대통령 선거, 2년 전 총선이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과 세종시를 밀어붙이고 언론장악과 집회시위를 봉쇄해 왔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전쟁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풍이라는 정치코미디를 통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이유를 두고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4년 전 지방선거 때 보다 2.6%포인트 증가한 54.5%였다. 청년층들이 대거 참여하여 투표율이 고작 2.6%포인트 증가했을 뿐인데 한나라당이 완전 장악하고 있던 수도권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민주당이 석권했다는 것인가? 총선을 놓고 보면 60.6% 투표율을 보인 17대 때는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었고, 46%로 역대 최저투표율을 보인 18대 때는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었다. 그러나 17대 대선 때는 투표율이 63%였지만 한나라당의 이명박이 당선되었다. 젊은 층이라고 무조건 반한나라당이 아니라 정치상황에 따라서 투표심리가 요동치고 있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전통적인 지역세인 전남과 호남을 제외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양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한 정당에 대한 반대 또는 지지철회가 다른 정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마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의 선택’을 하거나 심지어는 ‘차악의 선택’까지 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처럼 질병, 영세비정규직노동자, 자영업자, 타 지역 건설노동자 등의 이유로 투표를 할 수 없는 유권자도 있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현실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또 다른 이유 등이 합쳐 45.5%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도권 교육감 선거의 경우도 진보단일화, 보수후보 난립의 결과가 주요원인이다. 만약 다른 나라들처럼 1,2위 결선투표를 통해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을 확인하는 선거였다면 진보후보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연장선 이명박정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절대적 지지들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지만  최선이던 차선(차악)이던 민주(국민참여)당을 지지한 경우를 보자.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는 이러하다. 4대강사업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정권이다.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를 백지화하 하여 수도권인구의 지역분산과 지방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정권이다. 한미FTA 비준을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권이다. 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서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을 파괴하는 정권이다. 언론을 장악하는 정권이다.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정권이다. 집회와 시위를 억압하는 정권이다. 경쟁과 서열화를 위해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파괴하고 정권이다.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정권이다. 남북통일을 반대하고 전쟁위기를 불러오는 정권이다. 따라서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반MB와 반한나라당 전선에 떨쳐 일어나야 한다. 이번 6.2지방선거는 MB에 대한 심판이자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민주(열린우리)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하자는 데까지 합의했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권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새만금 공사, 지율스님이 100일이나 단식하며 반대했던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 등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이름으로 수많은 환경파괴가 있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전국을 혁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땅값을 천정부지로 올렸고 난개발을 유도했다. 동북아 금융허브국가건설, 한미FTA를 비롯해 전면적인 FTA를 추진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다. 한미FTA 4대선결과제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재조정,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했다. 이명박식 언론장악은 아니지만 언론을 비롯한 모든 기관에 소위 말하는 (노빠)코드인사를 단행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국책은행인 외환은행과 국가기간산업인 쌍용자동차를 해외투기자본에 헐값에 팔아넘겼다.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정권처럼 집회시위를 원천봉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집회과정에서 노동자 농민들이 경찰에 맞아 사망했고 불법집회와 시위라는 명분으로 구속과 벌금을 받았다. 삼성을 비롯한 자본의 무노조전략이나 두산처럼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직법 개악,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5년 동안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 1,050명이 구속되었다. 1년에 3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재해로 죽어갔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교사들에 대한 교원평가제 도입을 시도했고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시장의 범람에 대해 방치하였다. 개성공단과 남북교류 활성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시아 전쟁을 억제하는 외교정책을 수행한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미 제국주의 세계지배와 침략전쟁의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결국 미국에 대해 할 말을 못한 정권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민중 학살을 정당화하는 하는 침략동맹군으로 파병하였고, 미국이 향후 100년간 세계침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평택미군기지 이전을 강행하였다. 김대중,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지금도 고스란히 이명박 정권에 계승되고 있다.

- 반MB야권연대에 휩쓸린 노동자 진보정치

민주노동당은 6.2지방선거에서 반MB야권연대를 추진했다. 5+4선거연대에 깊숙이 빠져들면서 그 동안 주장해 왔던 진보대통합은 실종되었다. 민주노총 역시 진보정당통합을 촉구하다가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한 반MB야권연대에 집중하면서 진보정당통합은커녕 5+4에서 이탈한 진보신당 후보를 배제하는 데 이르렀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국민참여당)과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수도권과 지역에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을 사퇴시켰다. 그 대신 몇 개 지역에서 민주노동당으로 기초단체장을 할애 받았다. 결과 인천시에서 두 개의 구청장에 당선하였다. 전체적으로 울산북구를 포함 기초단체장 3명(2006년 0명), 광역의원 28명(2006년 25명), 기초의원 141명(2006년 80명)으로 외형적인 성과를 낳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것을 큰 성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정치가 실종되고 노동운동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볼 때 그것은 성과라기보다는 보수정치세력에 편입되는 과정이 될 우려가 크다. 선거 과정을 통하여 민주노동당은 그들이 주장한 바대로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나아가 진보적이고 계급적인 정치세력과의 공조가 아니라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과의 공조나 정책연대에 치중했다. 민주노총 역시 여기에 맞장구를 쳤다.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공식적으로 진보신당의 심상정이 민주노총 지지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시민과 정책협약을 맺었고,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보호자 없는 병원 실시’공약협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광역후보들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여기에 진보신당 후보사진은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전노협과 민주노총이 주장해 온 노동자정치세력화에 기초해 건설되었다. 그러나 10년간의 의회주의 정치와 알량한 권력에 심취하다가 급기야는 노동자민중을 탄압한 신자유주의보수정치세력과 연합하고 말았다. 물론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들은 민주개혁세력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나 수구보수자본언론에 의해서는 진보 또는 심지어 좌파로까지 불려진다.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확실하게 공동보조를 취함으로써 일반대중들의 인식에는 민주노동당에 조금이라도 남은 진보색채가 민주당에 수혈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진보신당 역시 처음 5+4에 참여했다가 빠지면서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했고, 지역에 따라 범야권단일후보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심상정이 유시민을 지지하며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진보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말았다. 1996년 말 노동법개정투쟁을 위한 총파업의 성과로 만들어진 민주노동당과 여기서 분당한 진보신당의 끝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이 지지한 야권단일후보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서울의 한명숙은 장관과 총리시절 한미FTA와 평택미군기지 이전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다. 불법을 엄단하며 범죄자는 끝까지 추적하고 손해배상까지 하겠다고 했다. 평택농성장 강제철거, 한미FTA투쟁집회의 서울시청 광장 불허 등 대부분의 거리집회 책임자들은 사법처리를 받았다. 경기의 유시민은 이라크에서 한국인이 현지 저항세력에 납치돼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파병반대단체를 향해 매우 냉소적인 어투로 미국과의 외교관계나 국정운영을 위해 파병은 불가피하다고 강변했다. 한미FTA, 의료민영화, 공무원연금개악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하거나 실제 추진하였다. 인천의 송영길은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 추진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모든 TV토론에서 정부여당 쪽 패널로 나와 한미FTA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40대기수론을 내세우며 국정운영과 국가장래에 대한 포부까지 결합시켰다. 이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명박 정권이 4대강과 세종시를 포기하고 한미FTA 비준을 통해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나서면 송영길은 앞장서서 함께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송영길은 이명박과 함께 민중의 심판대상이 될 것이다. 강원의 이광재는 노무현 정권의 핵심으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했다. 노무현정권의 삼성을 중심으로 경제성장, 동북아 금융허브와 FTA 추진, 운동진영의 체제내화 등을 추진한 당사자다. 충남의 안희정은 노무현대통령의 선거자금을 관리한 책임을 지고 구속된 바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한나라당 이회창의 800억 불법선거자금 논란이 벌어질 때 노무현 자신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가 조금 지나서는 TV를 통해 100억원  정도가 된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던 것을 기억해 보라! 결국 노무현은 임기가 끝나고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측근들의 부정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자신의 비참한 결과를 맞았다. 물론 그들은 정치검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치검찰에 대해서 말하려면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들이 더 할 얘기가 많다. 경남에서 무소속이지만 실제는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된 김두관은 노무현 정권 초대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냈다. 그가 장관 재직 시에도 전국공무원노조는 합법화되지 않은 채 투쟁하고 있었다. 이제 경남지사로서 공무원노조악법과 공무원노조 합법화, 공무원들의 정치 및 노조활동에 대한 그의 대응이 궁금하다.

- 노동자 정치세력화 다시 시작해야

이번 6.2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민주노총에 대한 엄혹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회주의, 기회주의, 개량주의로 타락한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실패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상층주류는 이와는 달리 현실에 고무되어 냉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 떡고물에 취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야권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야권 공동농사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제 모든 일상 활동의 초점은 ‘단결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 아래 움직여 나갈 것이다. 먼저 진보연대를 이름만 바꾼 상설연대체를 만들 것이고 공동지방정부를 운영할 것이다. 행정경험을 앞세운 신자유주의 법 체제 아래서 현실에 순응(적응)해 갈 것이다. 따라서 공동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개혁이나 변혁의 기초를 만든다는 희망은 절망으로 변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전국의 지역에서 고통 받고, 노동운동은 탄압받을 것이다. 현실 노동운동이 권력을 세우는데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지배세력(보수 양당)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많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야당의 MB심판이지 신자유주의 반대, 노동자 생존권 보장, 노동법 개악저지, 노동탄압분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약 이를 통한 정책연대나 선거연합을 시도했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대연합에 기초한 선거연합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배신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층은 ‘자주민주연립정부’시나리오를 통해 공동집권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애초 세웠던 2012년 집권 전략목표가 우회적인 방식으로나마 달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봄직하다. 이번 반MB야권단일화가 그 위력을 보여줬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야당과의 연합을 통해서라도 권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조는 계속 살아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승리가 불안한 이유는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야당이 노동자 민중의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엄연한 신자유주의 세력이기 때문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45.5%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기존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유권자의 30%에 미치지 못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지방권력을 잡은 세력이 지역의 문제나 지역주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다른 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 물론 골수 영,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지지는 앞으로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이번에 투표했던 유권자 중 누군가는 기권하고, 기권했던 유권자 중 누군가는 투표에 참여할 것이다. 권력이라는 배를 받치는 유권자의 바다에 어떤 파도나 폭풍우가 몰아칠 지 예상할 수 없다. 보수양당정치 현실에서 유권자의 바다는 언제든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진보정치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 한 이 파도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가 이명박을 지지하고, 이명박 지지자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계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아니라 죽은 노무현과 산 이명박의 한 판 대결이었다. 지방자치선거의 의미는 사라졌다. 이명박 정권의 중간평가에 불과했다. 향후에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동반 상승하고 하강할 것이다. 선거연합 내지 민주대연합을 추진하는 한 17대 총선에서 동반상승하고 18대 총선에서 동반 하락한 것보다 그 폭은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세는 엄혹하다. 이명박 자본가정권은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노동운동을 탄압할 것이다. 지방선거패배 직후 MBC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부장 등 2명을 해고하고 대량징계를 실시했다. 6월 말로 예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심의는 자본 측의 동결(시급 4110원)방침에 따라 최저임금노동자들이 어렵게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민주당이 이런 노동자들의 현실에 큰 힘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패배였을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를 착취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자본은 보수 양당 체제의 권력 주고받기 게임과 상관없이 대노동 계급전쟁에서 지속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이런 정치경제 정세 속에서도 현장은 매우 어렵고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현장을 핑계 삼아 투쟁을 회피해 왔다. 이는 현장조건과 중앙의 투쟁의지가 맞물려 총파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가 결정해도 공식회의(의결)기구가 아닌 산별대표자회에서 이를 깡그리 무시해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민주노총의 지도집행기구가 붕괴한 지 오래다. 6월 7일 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 역시 산별대표자회의에 의해 무산되었다. 자본과 신자유주의 정권의 탄압에 맞서는 길은 보수야당과의 연합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정치세화다. 특히 비정규직과 실업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연대운동을 펼쳐야 한다. 그와 더불어 지역, 환경, 여성, 소수자 운동이 결합하는 반신자유주의 노동자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그런 변혁적 관점과 실천을 담아낼 수 있는 정당건설에 나서야 한다.

(노동전선 주간정세동향, 36호, 201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