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신설, 일부 부대 이전 등 검토 대상

-대통령 발언 뒤, 軍 ‘다각도 검토 중’ 변화-
-군 내부선 “안전·안보 무시한 처사” 반발-

그간 성남 서울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해왔던 군의 입장이 ‘허용 불가’에서 ‘다각도 검토’로 바뀌면서 14년간 이어져온 신격호 롯데회장의 바람이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軍 입장 변화 뚜렷=  

그동안 국방부와 공군은 112층(555m) 높이의 건물이 잠실에 들어서면 인근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각종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203m 이상의 건물 신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롯데측의 건축안을 승인한 서울시와 이를 사실상 불허한 군의 의견이 충돌했고, 국무조정실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군의 입장을 수용해 신축 불허방침이 정해졌다. 롯데측은 조정위의 결정에 불복,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4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초청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롯데측의 제2롯데월드 신축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국방부와 공군의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112층에 달하는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대형 항공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하자, 이 대통령은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군의 태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군 당국은 지난 19일 “제2롯데월드 신축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이미 논의돼 온 사항이고, 군은 그동안 공군을 중심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기술적인 문제와 작전적인 문제 등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결론이 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軍 통수권자가 하라는데…=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투데이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서울공항의 이전, 활주로 신설, 일부 부대(정찰기·수송기 부대) 타 기지로의 이전 등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면서 “(활주로 신설이나 일부 부대 이전으로) 비용 발생 부분도 포함해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렇게 국방부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인 상황에서 그동안 안전상의 문제를 들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공군이 버티기란 힘들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공군 관계자도 “제2롯데월드 건축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검토 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렇듯 국방부나 공군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쪽으로 입장이 변한 듯하지만,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결론도 정해진 바 없고 검토 중인 방안에는 ‘불가’ 방침도 포함돼있다”고 말하는 등 군 내부에서는 아직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군 내부에서는 제2롯데월드가 항공기의 계기비행 접근 보호구역(203m)을 넘어설 경우 비행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서울공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도 제2롯데월드 건설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안전·안보 확보가 최우선”=  

이 대통령이 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안보·보수단체들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안보 관련 전문가들은 “서울공항은 대통령과 외국 귀빈이 이용하는 것 외에도 전략·전술적 이용 가치가 매우 큰 전략기지이기 때문에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의 이정린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남비행장(서울공항)은 우리 안보와 서울 시민들의 항공 교통편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활주로 신설, 공항 이전 등 방안이) 임시방편으로 나와서는 안 되고 공군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에 지장을 주면서 결정했다면 후세에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생명을 지키는 안보가 최우선이어야 한다”면서 군의 의견을 무시한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성남비행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서울과 같은 1천만 시민이 사는 곳에서 전략적 가치뿐만 아니라 순수 교통목적으로도 성남비행장 같은 곳이 필요하고 대재앙이 왔을 때도 절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활주로 신설과 관련, “해당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안보와 관련한 문제제기와 함께 제2롯데월드 건설을 강행할 경우 서울공항 활주로 신설이나 일부 부대 이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어느 특정 기업의 사업을 위해 쓰이는데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군측의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온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얘기가 나온 후 우리측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활주로 신설이나 부대 이전 등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돼 결론지어진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발맞춰 전문가들은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롯데측의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예정지가 비행안전구역 밖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착륙 항로를 약간 조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군과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전과 안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은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