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대형마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마트를 따라잡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에 호시탐탐 괜찮은 대형마트를 물색하던 중 최근 홈에버와 뜻이 맞아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따라서 이마트와 홈플러스·홈에버의 점포수는 불과 10개 내외로 격차가 좁혀져 앞으로 두 대형마트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또 다른 대형마트를 인수할 경우 1위 아성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매장 늘어나는 만큼 효율성 커질 것"

지난 5월14일 홈플러스를 운영중인 삼성테스코는 이랜드리테일과 2조3000억 원에 홈에버를 전격 인수키로 했다. 이랜드리테일 지분(1조 원) 100%와 부채(1조3000억 원)를 안고 인수했다. 1조 원 중 5000억 원은 증자를 통해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들여오고 나머지 5000억 원은 홈플러스가 차입한다.

삼성테스코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 승인이 나는 대로 점포 통합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왜냐하면 공정위 최종 승인 과정에서 홈에버 35개 점포 중 일부 중복 지역의 점포 매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공정위로부터 중복 지역 점포를 매각하는 것이 큰 변화가 없을 경우 홈플러스는 총 101개 점포를 확보하게 된다. 인수 전 홈플러스 66개 점포에 홈에버 35개 점포가 더해지면서 101개 점포가 됐고, 이마트는 현재 109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는 '매장이 늘어나는 만큼 구매력이 커짐으로써 효율성도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실적 기준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점포당 매출액은 각각 90억 원, 83억 원 수준(신세계 마트와 홈에버 제외). 앞으로 이 격차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홈플러스의 홈에버 인수가 순탄할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5000억 원 차입금이 핵심이다. 사실 이랜드가 홈에버 인수 2년 만에 재매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역시 과도한 차입금과 이로 인한 이자비용 때문이었다.

홈에버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1000억 원을 지출하는 바람에 19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437%인 홈플러스에 5000억 원 차입금 규모는 만만치 않다. 게다가 지난해 홈플러스의 당기순이익은 280억 원 수준. 5000억 원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300억 원을 지급하고 나면 자칫 적자 전환될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난해 파업 영향 최소화가 관건
과도한 차입금과 함께 홈에버 재매각 원인의 쌍두마차였던 노조 문제도 해결된 게 없다. 특히 아직도 삼성그룹 문화가 남아있어 무노조 조직인 홈플러스인 만큼 강성인 홈에버 노조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홈플러스와 홈에버가 이마트를 바짝 추격하는 형세가 됐다. 불과 10개 점포 차이를 앞으로 점포 확대 오픈 등으로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홈에버가 지난해 잦은 파업으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지만 홈플러스의 높은 영업 잠재력을 감안할 때 그 격차가 점차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신세계의 경우 부동의 1등 기업 지위가 흔들리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주식시장 내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다"며 "롯데쇼핑은 대형마트 채널에서 선두권 기업들과의 경쟁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연말 기준 이마트(신세계마트 포함) 110개, 홈플러스 64개이던 점포수는 14일 기점으로 112개와 102개로 격차가 좁혀졌다.

매출 규모도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이마트 9조760억 원, 홈플러스 6조8180억 원으로 2조원 수준으로 차이가 줄었다.

문제는 이마트가 중국 사업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공략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는 올해만 중국에 10개 점포를 오픈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12년까지 3500억 원을 투자해 70개 점포를 운영하고 2014년까지 100개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2012년까지 160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중복상권지역에 위치한 매장을 처리하는 방법과 중장기 전략 변화 여지가 남아 있지만 이전에 밝혔던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2년에는 매장수 기준으로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2012년까지 130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가 계획대로 점포를 열 경우 홈에버 매장과 합해 총 165개 매장을 보유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전보다 판매처를 더 확보하게 된 만큼 규모의 경제가 예상되는 등 매장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이마트(신세계마트 제외)와 홈플러스의 점포당 매출은 각각 90억 원, 83억 원 수준이다. 신세계마트와 홈에버 실적을 포함하면 이마트와 홈플러스 점포당 매출은 각각 85억 원, 73억 원으로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러나 3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홈에버가 안정을 찾게 될 경우 그 차이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홈에버는 지난해 매장당 이마트의 63%, 홈플러스의 68% 수준인 평균 57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두 대형마트가 합병된다고 해서 이마트의 아성을 무너뜨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했더라도 이마트가 업계 1위인 구도는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구조와 점포운영 능력을 봤을 때 이마트가 앞선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 시장구도 2강1중 재편
홈플러스 점포수가 크게 늘었더라도 수익구조나 점포운영 구조를 봤을 때 따라 오려면 한참 남았다는 말이다. 이마트의 경우 9조424억 원 상당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반면 홈플러스와 홈에버는 합쳐 6조8183억 원이다. 매출 규모를 둘째 치더라도 이익구조는 이마트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 당분간 시장지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3위를 차지하는 롯데마트(91개 점포 운영)는 선두권 경쟁에서 격차가 벌어질 전망이다.

대형마트 시장의 기존점의 성장이 정체된다고 가정해도 홈에버 점포당 판매효율(연간 615억 원)이 홈플러스 수준인 929억 원으로 정상화될 경우 그 차액인 점포당 314억 원이 36개 점포로 확대될 경우 총 1조1300억 원 규모로 본다.

홈에버가 증가분의 50%를 가져온다고 해도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총매출 감소는 5650억 원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2를 이마트에 뺐긴 다고해도 이마트 총매출 감소는 3767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경우 이번 홈에버 인수건에서도 실패함에 따라 이마트와 홈플러스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7~10개 점포를 오픈해 신규 점포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이익개선은 당초 예상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나 이마트, 홈플러스와의 점포수, 시장지배력 측면에서의 격차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했다고 해서 자사의 기본적인 방침이나 계획이 변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공식적으로는 "홈에버 인수 의향이 없었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밝혔지만 올해 초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예비실사를 진행하는 등 홈에버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유통업계 최대 규모 M & A건인 홈에버 인수건은 2006년 까르푸 시절부터 롯데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안이다.

더욱이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 까르푸는 물론 홈에버 때에도 최후까지 가장 유력한 새 주인으로 꼽혀왔다.